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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폭력에 멍든 체육계..“제2의 최숙현 막자”

2020. 07. 21 by 정혜진 기자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각계각층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 주무부처와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법과 제도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체육계 내부의 반성과 각성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체육계에서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폭력이 가르침의 일환으로 합리화된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시민사회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진상 조사 및 책임자 처벌, 스포츠 구조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을 알리고 있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이었던 고 최숙현 선수는 지도자와 선배의 폭행과 괴롭힘을 호소하다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뉴시스>

◆교육부, 초중고 학생선수 6만명 폭력피해 전수조사 

교육부가 전국의 초·중·고교 학생선수를 상대로 폭력피해 전수조사에 나선다. ‘제2의 최숙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내달 14일까지 초중고에 재학 중인 학생선수 5만9252명을 대상으로 폭력피해 전수조사를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는 최근 철인3종 선수에 대한 지도자 등의 폭력이 발생함에 따라 학생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실시하게 됐다. 대구, 충남, 경북교육청은 자체 계획에 따라 이달 초부터 전수조사를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전수조사는 학교운동부 소속 학생선수뿐 아니라 선수 등록을 하고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학생선수까지 포함했다. 이에 따라 학교 밖에서 실시하는 전문체육 활동의 폭력피해 현황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교육부는 시도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과 학생선수들의 등교수업일 등을 고려해 방문 전수조사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시도별 여건에 따라 온라인 조사도 가능토록 했다. 

방문 설문조사는 학교를 담당하는 장학사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설문조사 실시 후 직접 설문지를 수거할 예정이다.

온라인 설문조사는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설문조사 도구를 활용해 학교 내 학교폭력전담교사 등이 주관한다. 조사 전 충분한 사전 안내 후 컴퓨터실이나 개인 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진행키로 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전수조사에 대한 보완조치로 8월 초부터 학생선수 폭력 피해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학생선수·학부모·교사 등의 신고 확대를 유도해 학생선수에 대한 피해 사안을 추가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번 전수조사는 단순한 실태 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선수 대상 폭력의 실체를 파악하고 필요 시 엄정한 후속조치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실태 파악을 위한 온라인 전수조사를 실시해 전반적인 폭력 현황을 파악한 바 있고 ‘학교운동부지도자 징계 처리 시스템’도 구축했지만 실태조사에 그쳐 가해자에 대한 후속조치까지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를 보완한 교육부는 이번 조사에서 폭력이 확인되면 학생선수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에 따라 후속조치하고 체육 지도자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및 아동학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학교에 소속된 운동부지도자의 경우 신분상 징계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및 경기단체에 해당사실을 통보해 체육지도자 자격에 대한 징계까지 이뤄진다.

이외에도 지속적·반복적 폭력이 이뤄졌거나 조직적 은폐·축소가 의심되는 사안의 경우 교육청·교육부의 합동 특별조사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번 전수조사와 후속조치 결과를 바탕으로 문체부, 시도교육청 및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앞으로도 학교운동부 운영에 필요한 개선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폭력적인 문화를 근절하고 이제는 체육계의 폭력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씨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과 ‘최숙현법’ 발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병훈 의원, 국민체육진흥법 1조 ‘국위선양’ 개정법안 발의

그동안 최 선수 사망과 같은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 및 성폭력 등 스포츠 인권 관련 사건들은 엘리트 체육의 특수성과 맞물린 성과 지상주의, 메달 지상주의라는 구조적인 원인에 따른 문제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체육계가 과거 개발시대에 ‘국위선양’이라는 단 하나의 국가적 목표를 위해 내달리면서 성적 지상주의와 메달 지상주의가 정당화되고 이로 인해 체육계에 비리와 불법이 만연하고 각종 폭력이 용인돼 왔다는 것.

이에 지난 7일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위선양’이라는 목표를 현행법에서 삭제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1조는 ‘체육을 통해 국위선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지정하는 단체가 여성 체육지도자 고용하는 경우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체육계의 남성 중심 문화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최 선수 사망 사건은 메달지상주의, 승리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엘리트 체육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며 “권위주의 정부 시기에 구축된 국가주의적, 엘리트주의적 스포츠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체육을 국위선양의 도구로 이용하던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의 행복을 위해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중고 학생선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들로부터 폭행과 폭언, 성폭력 등에 시달리며 운동을 해온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랜 관행인데다 선수들에게 훈련을 명목으로 어느 정도 폭행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지도자들이 죄의식도 없고 문제의 심각성도 모른다. 여기에 체육계 내부의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제2, 제3의 최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미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우리 모두의 협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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