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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급식:유통기한 지난 식재료에 영양불균형 식단 ‘분통’→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 조성돼야

[공공story] 보이지 않는 아동학대

2020. 07. 24 by 정혜진 기자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 경기도 소재 한 어린이집에 3, 4세 두 아들을 보내는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우연히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박씨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실태를 폭로하는 내용과 함께 해당 어린이집에서 원아들에게 제공한 부실 급식 사진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 한참 많이 먹고 커야할 아이들의 식판에는 건더기가 거의 없는 국과 부실한 반찬만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부실 급식을 고발한 보육교사들이 오히려 권고사직 등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박씨는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심지어 지역 내 원장들끼리 정보를 공유해 이들의 재취직을 막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결국 보육교사들은 자신의 경력, 혹은 생계를 위해 불편한 진실에 함구해야 하는 상황. ‘침묵해야 살아남는’ 현실에 박씨의 머릿속은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고, 내 아이가 더 큰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섰다.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에서 제공되고 있는 부실 급식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제공=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br>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에서 제공되고 있는 부실 급식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제공=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사태가 또다시 발생했다. 부실 급식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몇 년 전부터 계속 불거져왔던 문제가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

어린이집 급식으로 장난질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제공하는 양 자체를 줄이는 것, 둘째는 부실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 그리고 셋째는 식재료를 빼돌리는 것이다.

먹는 음식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대충 무마하려고 하는 이들도 문제다. 성장기 아이들이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급식, 기다려지는 점심시간이 되기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인다.

# “물에 밥만 말아서?”..어린이집 ‘부실 급식’ 논란 파문

제주지역 일부 어린이집에서 부실 급식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내 어린이집 원장들이 머리를 숙였다.

제주도어린이집연합회(이하 연합회) 24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실 급식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전수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는 “도내 일부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이번 사태에 대해 도민과 학부모님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또한 “이번 일로 소중한 원아들과 학부모들이 받았을 충격과 불안감 그리고 불신과 비난의 시선을 생각하면 보육인으로서 가슴이 무너지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연합회는 전수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육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자정의 노력과 지속적인 교육·관리를 통해 안전한 급간식 제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제주도 내 어린이집 운영자와 보육교직원을 대상으로 급간식 관리 규정 및 관련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어린이집 급간식 관리 운영 매뉴얼을 준수하고 자율점검과 학부모 모니터링에 대해서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도가 발표한 모든 어린이집 주방 내 CCTV는 설치는 사전 교감이 없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강은숙 연합회 회장은 “주방 내 CCTV는 어제 도청 발표문을 통해 처음 들었다”며 “이미 설치된 CCTV 통한 급식 실태 확인은 동의하나 주방에 별도로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도의 추가 대책인 어린이집 급식 공개 앱 개발 및 사용의무화를 통한 학부모에 실시간 급식정보 제공 등에 대해서는 적극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도내 어린이집 부실·불량 급식 실태를 폭로했다.

현장에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보육교사들은 이날 부실 급식 사진을 직접 공개하고 제주도 차원의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식판에 적은 양의 쌀밥과 두부 1조각만 들어 있는 국, 생선 살과 깍두기 몇 조각이 전부였다.

특히 제주시내 한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당국의 점검이 나오는 날 외에는 점심식사로 아무런 반찬 없이 국이나 물에 밥만 말아 제공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정부가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급식소에 대한 위생 점검에 나서는 등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점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어린이집에서 실제 제공했던 급식과 다른 내용의 급식 관련 서류를 한꺼번에 준비하는가 하면 그동안 아이들에게 제공했던 음식 재료를 숨기고 불량한 위생 상태를 덮기 위해 급식실을 청소하고 어린이집도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어린이집 부실 급식 폭로가 나오자 학부모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맘카페 등을 통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내 자식이 저렇게 먹게 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실한 밥을 먹이다니 말이 되냐”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히 처벌해라”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많은 보육교사들이 큰 용기를 내 신고한 만큼 행정 당국의 실질적이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제주도어린이집연합회가 24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 급식 근절 및 안전한 급·간식 제공’을 위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어린이집 불량급식 근절 나선 제주도..원희룡 “적발 시 엄중한 책임 묻겠다”

제주지역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으로 논란이 일자 제주도는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전날(23일) 긴급 현안점검회의에서 “어린이집 불량급식 문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자치경찰단과 위생부서, 보육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합동점검반을 편성, 강력한 특별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원 지사는 이번 어린이집 불량급식 사건과 관련해 자치경찰과 위생부서, 보육부서로 합동조사반을 편성해 우선적으로 민주노총을 통해 신고가 접수된 어린이집 30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통해 고발 등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도는 ▲위생부서와 연계한 급식관리지원센터의 어린이집 급식점검에 컨트롤타워 역할에 대한 제도화 ▲어린이집 위생점검 상설화를 통한 수시·불시점검(보육+위생+학부모+급식관리지원센터) ▲주방 CCTV 설치를 통한 식단표와 실질 배급식단 일치 여부 확인 ▲어린이집 급식 공개 앱 개발 및 사용의무화를 통한 학부모에 실시간 급식정보 제공 등과 같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는 이날 논의된 대책과 관련해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과 즉시 도입이 가능한 부분 등으로 나눠 세부 조치계획을 마련해 대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도내 어린이집 488개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도 나선다. 도는 보존식 보관 적정성, 위생기준 준수 여부, 개인위생, 시설‧설비, 식재료 공급‧유통‧구입‧보관‧조리‧배식 단계별 위생관리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또한 향후 재발방지 대책 및 현행 운영사항 및 제도 등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 대표, 보육전문가, 급식관리지원센터 등이 참여하는 긴급 대책회의도 개최됐다. 도는 긴급회의 개최 후 위생상태 및 급식 식재료 관리 등 영유아 건강상태 관리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원 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도내 어린이집 급식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며 “부실하고 비위생적인 급식이 적발될 경우 반드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부른 것이 부모 마음인데 두부 한 조각 들어 있는 멀건 국과 재탕한 죽이 어린이집 급식이라니 정말 화가 많이 난다”며 “어른들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들에게 먹을거리로 장난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부모님들께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린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도 불안해하시는데 밥걱정까지 하게 해서야 되겠나”라며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성실한 보육시설이 오해받지 않도록 더욱 철저하게 살피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뉴시스>

# ‘제2의 가정’ 어린이집의 두 얼굴

이처럼 지역 차원의 조사와 엄중 경고에도 불구, 어린이집 부실 급식 사건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한창 자라는, 영양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이들이 배를 곯는 상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실제로 2018년 한 시민단체에서 어린이집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228명) 중 무려 70% 이상이 부실 급식을 경험했거나 급식 비리의 정황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닭 한 마리로 스무 명 분의 음식을 만들거나 아이들 급·간식비로 술을 사는 등 부실 급식의 내용도 다양했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영유아 보육시설 종사자들이 앞에서는 희생하고 헌신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극악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실정.

더욱이 양심 없는 소수 어린이집 때문에 대다수 선량한 어린이집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어른들의 잘못과 실수를 고스란히 어린 아이들이 다 받아내야 현실이 그저 답답하고 슬플 뿐이다.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는 만큼 더 나은 보육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어린 아이들의 영양관리와 건강을 위해서도 식단과 식재료 등 급식 품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어린이집은 ‘제2의 가정’이다. 어린이를 돈벌이로만 생각하지 말고 어린이답게 보살펴주는 장소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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