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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망사고:생명 위협·가정 파탄 부르는 악행→‘윤창호법’ 시행 근본 취지 되돌아보기

[공공story] 악마의 속삭임

2020. 09. 13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A씨는 2년 전 겨울 폭행사건에 휘말린 적 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것. 당시 집 앞 골목에 주차를 하고 A씨는 친구들과 집 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A씨의 집 앞 오피스텔에 사는 B씨가 자신의 차가 지나갈 수 없으니 골목에 차를 잠깐 빼달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밖으로 나간 A씨는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며 B씨에게 공손히 말했지만, B씨는 짜증에 욕설까지 섞어 A씨에게 당장 차를 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술을 마셨고,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절대 잡지 않겠다고 다짐해 온 A씨는 차를 옮기는 것을 거부했다. 계속된 실랑이에 화를 참지 못한 B씨는 A씨에게 주먹질을 했다. A씨는 B씨의 갑작스런 폭력에 당황했고, 또 다시 B씨가 주먹을 휘두르자 A씨도 이를 막기 위해 팔을 들어 올렸다. 이 팔에 오히려 B씨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병원 신세를 졌다. 때린 적도 없고, 맞기만 한 A씨지만, B씨가 다쳤다는 이유로 오히려 가해자가 된 상황. 특히 경찰서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A씨는 결국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않겠다던 자신의 굳은 신념 때문에 경찰서까지 가게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해마다 끊이질 않고 발생하고 있다. 2018년 말부터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것이 ‘잠재적 살인행위’라고 인식하는 근본적인 의식 혁명은 여전히 뎌딘 상태다. 

#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또 한 가정이 파탄났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소식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는 동시에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사고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위로와 추모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음주운전으로 한 50대 가장의 목숨을 앗아간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국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인천시 중구 을왕동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던 30대 여성이 중앙선을 넘은 뒤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이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며 주목을 받고 있는 것. 

피해자의 딸 A씨는 “지난 새벽 아버지는 평소처럼 치킨 배달을 하러 가셨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그날따라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서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라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어머니는 가게 문을 닫고 나섰다. 그 순간 119가 지나갔고, 가게 근방에서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사고 전후 상황을 전했다. 

이어 “구급차는 이미 떠났고 남겨진 구급대원에게 (어머니는)오로지 한가지만 물어봤다고 한다. ‘의식이 있나요. 의식이 있나요. 의식이 있나요...’”라며 “하지만 대답을 해주지 않는 구급대원을 보고 이미 저희 어머니의 세상은 무너졌다”고 말했다. 

A씨는 “그리고 따로 살고 있는 저에게 전화가 왔다. 자다가 이런 날벼락이 있을까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와서 확인했다”면서 “정말 우리 아빠가 맞을까. 하얀 천으로 돌돌 말려있는데 피가 너무 많았다. 얼굴을 들쳐봤는데 진짜 우리 아빠였다”고 설명했다. 

진정할 겨를도 없이 A씨는 사망사건 진술서 작성을 위해 경찰서를 찾았고, 거기에서 울고 있는 가해자를 봤다고 적었다. 

A씨는 “작은 방에서 어떤 여자가 하염없이 울더라. 그 사람이 가해차량 운전자인지 물으니 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면서 “궁금했다. 그렇게 우는 이유가 우리아빠한테 미안해서인지, 본인 인생이 걱정돼서인지”라고 했다. 

또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대로만 수사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가해자 얼굴 한번만 보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말렸다. 가해자도 사람이니까 보호한다고밖에 생각이 안 들었다”며 “경찰 측에서는 원하는 진술만 확보하고, 저는 궁금한 것을 하나도 해소하지 못했다. 우리 아빠가 죽었는데 경찰이 우리편이 아닌가 라는 의심에 조금 미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는 “장례를 치르던 중 인터넷 뉴스에서 사람들의 사고 목격담을 확인했다. 중앙선에 시체가 쓰러져있는데 가해자는 술이 취한 와중에 119보다 변호사를 찾았다고, 동승자는 바지벨트가 풀어진 상태였다고 한다”며 “왜 경찰서에서 난동 안 피우고 나왔는지 너무 한이 된다. 우리아빠 불쌍해서 어떡하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제발 최고 형량 떨어지게 부탁드린다. 아무리 실수여도 사람이 죽었고, 7남매 중 막내가 죽었고, 우리 가족은 한 순간에 파탄났다”고 분노했다. 

A씨는 “아빠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서 배달하신 게 아니라, 본인 가게니까 책임감 때문에 배달하셨다. 알바를 쓰면 친절하게 못한다고 한계가 있다고 본인이 갖다 줘야 한다고”라며 “가게 시작 후 계속 직접 배달하셨다. 일평생 단 한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발 마지막으로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서 미꾸라지로 빠져나가지 않게 그거라도 할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10일 올라온 이 청원은 13일 오후 1시50분 현재 53만6400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 게시 한 달 안에 20만명이 동의한 청원에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나 부처 장관 등이 공식 답변을 하고 있다. 

앞서 인천 중부경찰서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B(33·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같은날 0시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의 벤츠 차량을 몰고가던 중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인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치킨 배달 중이던 C(54·남)씨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B씨는 지인과 인근 숙소에서 술을 마신 뒤 차량을 몰고 다른 지역에 있는 거주지에 귀가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씨에게 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했다. 사망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이 법은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과 함께 ‘윤창호법’으로 불린다.

경찰은 사고 당시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승자 D씨(47·남)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B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3일 오후 2시 30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사고가 온라인을 달구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유는 또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티니와 SNS를 통해 당시 치킨을 주문한 고객의 항의와 딸의 사과 내용으로 추정되는 배달앱 캡쳐 사진이 공개된 것. 

치킨을 주문한 고객은 “배달시간은 한참 지나고 연락은 받지도 오지도 않는다”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늦은 시간 못오면 못온다 연락도 없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수지역 텃세인가”라고 항의했다. 

이에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우선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손님분 치킨 배달을 가다가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하셨다.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텐데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점차 높아지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직접 나서서 엄정 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사진=뉴시스>

# 코로나19 위기 속 사라진 음주운전 경각심

이같은 위험한 음주운전 사고는 밤낮을 가지리 않는다. 서울에서는 대낮에 음주운전 사고로 6세 아이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50대 남성 E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E씨는 6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에서 지인과 점심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뒤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인도에 있는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충돌 당시 충격으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인도에 앉아있던 6세 아이를 덮쳤고,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숨진 아이는 형과 함께 햄버거 가게 안으로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당시 E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으며, 경찰은 윤창호법을 적용해 E씨를 구속했다.

이 사건에 개그맨 김원효는 분노를 표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만 좀 합시다! 음주운전”이라며 “제발 좀 합시다! 처벌강화! 기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지난달에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어머니가 사망하고 아버지는 심한 척수손상으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는 한 청원인의 글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되는 등 음주운전 사망사고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음주운전 사고가 15%가량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음주 측정이 느슨해진 틈을 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들어 8월까지 이 지역에서 2241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해 28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952건(사망35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사고는 14.8% 증가했다.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에서도 음주운전 적발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상대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 이에 음주운전 단속과 예방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방경찰청 주관으로 실시하던 일제 검문식 음주운전 단속을 매주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일선 경찰서 단위 일제 단속도 매주 1회 이상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유흥가 주변 등 음주운전 용이 장소나 심야 및 점심 직후 등 취약시간대 단속도 수시로 벌일 예정이다. 

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고속도로 진출입로와 휴게소 등에서 한국도로공사와 합동 음주단속을 벌인다는 계획. 

경찰은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활용해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며 “음주운전자 뿐만 아니라 동승자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방조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뿐만 안리ㅏ 연이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국민적 공분이 끓자 정치권에서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신상 공개 추진에 나섰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습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14일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위반한 상습 음주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 또는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 윤창호법이 통과된 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줄어들긴 했지만,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문 의원은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사고가 줄어들고 있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올해 상반기 46.4%에 이르고 있다”면서 “제2, 제3의 윤창호법이 나와도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다”고 법안을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강력범죄자 또는 성폭력범죄자의 경우, 그 어떤 형벌보다 신상공개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며 “상습 음주운전자는 ‘예비 살인마’라는 국민적 공감이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한두 명의 생명이 아닌 한 가정을 파탄 내는 만큼 신상정보공개를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 잠재적 살인 행위, 근절돼야 하는 악행 

현재 여론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음주운전=살인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윤창호법을 대표발의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11월 자신의 SNS에 “(윤창호씨 사망은) 음주운전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의식 혁명을 불러왔다”면서 “음주운전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살인이다는 의식 변화”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윤씨는 갔지만 윤씨가 남기고 간 메시지는 연내 윤창호법 통과로 무겁게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음주운전에 대해 안일한 생각을 가진 일부 운전자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고통을 받고 있다. 

음주운전자 본인의 생명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평범한 한 가정을 파탄시키는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음주운전은 근절돼야 하는 악행 중 하나다. 

불행한 사고를 끊어내기 위해, 그리고 억울하고 안타깝게 숨진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위법이 음주 사고라 해서 가볍게 처벌돼선 안 된다”는 고(故) 윤창호씨 친구들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기억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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