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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미래 불안감 속 주식시장 주역 떠오른 2030→‘한 방’ 아닌 올바른 투자 문화 정착 필요

[공공story] 자본주의 사회 생존법

2020. 09. 20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주식투자 공부에 한창이다. 주식은 도박이라는 생각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A씨지만, ‘동학개미운동’ 열기가 이어지면서 만나는 지인들마다 주식 얘기가 끊이질 않자 호기심에 최근 주식투자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국내 굴지 대기업 우량주 위주로 투자를 한 A씨. 그러다 주위에서 테마주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졌고, 특정 종목을 집어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수익을 올렸다는 이들과 달리 A씨는 투자하는 종목들에서 모두 손해만 본 상황. 유료방에 들어오면 하루 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운영진들의 말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A씨는 투자한 금액에 대한 손해를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채팅방을 나와버렸다. 더 큰 수익에 대한 욕심은 있었지만 돈을 내면서 수익을 얻기보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 주식시장 흐름을 알아가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무지한 상태에서 무작정 추천 종목에 투자를 하기 보다는 직접 기업에 대해 알아보고 제대로 된 투자를 하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다는 게 A씨의 판단이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코로나 확산 우려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확산됐고, 외부 활동을 할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라는 신조어도 등장시켰다.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이 용어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 맞서 국내 기업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생겨나게 됐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이나 외국인의 ‘봉’ 취급을 받아왔다. 주식투자도 일종의 ‘머니게임’으로 돈 많은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기관이나 외국인들을 상대로 매번 깨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코로나 불황 속 이들이 쏟아내는 물량을 개인들이 받아내면서 국내 증시에서 ‘개미’가 핵심 주체로 떠올랐다. 

# 주식 개미들, 더 이상 시장의 ‘밥’ 아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개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43조556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2조3764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두 시장을 더하며 총 55조9327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또한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예탁금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투자자 예탁금은 모두 56조6921억원으로, 지난해 말 집계된 27조3933억원 보다 29조2988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이처럼 국내 주식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떠오른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135억7000만달러(약 16조원)로 집계됐다.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2017년 14억5000만달러, 2018년 15억7000만달러, 2019년 25억1000만달러 등이었다. 

결론적으로 올해 개인 투자자가 국내외 주식시장에 쏟아 부은 돈은 10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탁금 증가액과 해외 주식 순매수에는 국내 기관의 몫도 포함돼 있지만, 개인의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우리나라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의 대표지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11일 종가 기준, G20 국가의 대표 증시 주가지수를 연중 저점과 비교했을 때 코스피는 64.42% 상승해 아르헨티나(107.5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오른 것. 

코스닥 지수도 최근 약 2년5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하면서 올해 연고점을 다시 썼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타격을 받은 이후 개인 투자자 자금 유입에 힘입어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뉴시스>

# 빚투 주의보..막무가내 투자는 금물

그러나 이런 동학개미들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동학개미와 더불어 미국의 ‘로빈후드’, 중국의 ‘부추’ 등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직접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개인들이 당장의 수익만을 위해 주식에 발을 들였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까닭.

실제 주식시장에 몰려드는 개인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노리는 ‘주식 리딩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식 리딩은 이른바 리더로 불리는 운영자가 투자자들에게 특정 종목의 매수와 매도 시점 등을 알려주는 것으로, 특히 리더는 카카오톡 채팅방 등에서 자신의 사인에 맞춰 주식을 매수·매도한 투자자들의 수익을 인증하는 방식을 통해 초보 개미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개 유료로 운영되는 리딩방에서 리더들은 자문료 명목으로 기본 2개월 이상의 ‘리딩 비용’을 일시에 받는다. 이 금액은 적게는 월 1만원대부터 많게는 1000만원대에 달한다. 

물론 무료로 운영되는 주식 리딩방도 있다. 하지만 유료방에 비해 정보 제공이 늦고 특정 종목을 집어주거나 매수·매도 시점에 대한 사인은 주지 않는 곳이 많다. 

때문에 장 마감 뒤 수익이 난 유료방 투자자들의 인증을 접한 무료방 회원들은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추천을 받은 종목들이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엉터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며 유료방 회원을 모집한 후 리딩비만 받고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리딩방을 운영하는 일반인이나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 전문성과 무관한 ‘사칭 전문가’가 대다수라고 판단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30세대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17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0% 금리 시대에 적극적인 재테크로 자산을 증식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으나, 투자할 기업에 대한 공부 없이 막무가내로 투자를 하고 빚까지 내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것에 대해서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 확대로 개인들의 주식 투자는 늘어난 반면, 올해 기업들의 실제 실적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어 주식시장 고평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 신용대출 급증에 따른 빚투는 거품이 걷히면 부실로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 올바른 투자 문화 정착이 기본!

현재의 주식시장은 초저금리에 기댄 유동성이 지배하는 비정상적인 시장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대거 유입으로 주식시장만 빠르게 정상화 되고 있는 상태다. 

초저금리 시대에서 예금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주식시장에 눈을 돌린 개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주식시장은 코로나19발(發) 폭락장을 계기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식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런 움직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절박함이 녹아 있다는 분석.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 시대에 진입하며 은행권에서는 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낮추고 있고, 정부는 연이어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식 투자 등 적극적인 재테크가 아니면 자산 증식은 이들에게 꿈도 못 꿀 일이 된 것이 현실.

젊은 세대들이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많다.

다만, 무분별한 투자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 시장의 꽃’이라 불린다. 올바른 주식투자는 유용한 자본 증식 수단이며, 매력적인 재테크 시장임은 틀림 없다. 

단순히 ‘한 방’을 노린 돈벌이 수단으로 주식투자를 바라보기 보다는 탄탄한 기본기와 투자전략을 세우고 제대로 된 투자를 이어가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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