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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자진 월북 진실공방..北 피격 공무원 ‘실종 미스터리’

2020. 09. 25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를 하다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 공무원의 자진 월북 여부를 두고 관계당국과 유족 측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군과 해양경찰 등 당국은 공무원 A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경계 실패 책임이 있는 군이 A씨의 월북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된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뉴시스>

25일 군에 따르면, 지난 21일 낮 소연평도 남방 2.2㎞ 해상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47)가 북측에 의해 해상에서 피격된 후 불태워졌다. 

A씨는 실종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30분께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북한 측은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둔 채 방독면을 착용하고 A씨의 표류 경위를 확인했다. 

이후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 지시로 A씨에게 사격을 가했고,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북한군은 시신에 접근해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전날(24일) 브리핑에서 “(A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경은 실종 당시 실종자의 신발이 선상에 남겨진 점, 당시 조류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던 점, 국방부 관련 첩보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해수부는 A씨의 월북 관련 증언이나 정황이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다만 A씨의 실족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해수부는 “실종자의 월북 의사 여부 등과 관련한 동료들의 증언이 없고, 전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놓은 것으로 봐서 단순 실족이라고 추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A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언급한 당국의 발표가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실종 직전 동료에게 “문서작업을 한다”고 말한 뒤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전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무궁화 10호 선원실종 진행사항 보고’에 따르면, A씨는 21일 0시부터 당직근무 중 동료에게 문서 작업을 한다고 말한 뒤 조타실을 이탈한 것으로 보고됐다.  

뿐만 아니라 피살된 공무원 A씨의 형 역시 군의 자진 월북 가능성 발표를 두고 “어불성설”이라고 분노했다. 

A씨의 형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은 해당 선박에 승선한 지 4일밖에 안 됐다”며 “시스템을 파악하거나 그 선박의 상황 변화를 완벽하게 숙지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고, 키가 180cm인 동생에게 선박 난간이 허벅지 정도 닿기 때문에 실족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고 반박했다.

A씨는 이달 14일 근무지 이동 발령을 받고 3년간 근무했던 어업지도선이 아닌 무궁화10호에서 17일부터 근무했다.

또한 A씨가 신발을 벗어둔 점에 대해서는 파도에 의해 선박에 바닷물이 유입되기 때문에 젖을 수 있는 슬리퍼를 벗어두고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씨의 신발이 가지런히 남겨졌다는 점을 들며 “반드시 신발을 벗어놓고 뛰어들었다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무궁화10호에 남아 있는 A씨의 슬리퍼. <사진제공=인천해양경찰서>

아울러 군에서 주장하는 조류 흐름에 따른 월북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의문점을 제기했다. 

A씨의 형은 “군이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시간은 실종 신고가 들어온 21일 오전 11시30분에서 오후 1시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보통 그 시간에 수많은 어선들과 군, 경찰 함정들이 순시 내지는 항해를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목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실종 시간을 21일 새벽 2~3시로 본다”면서 “그때 조류는 강화도 방향이고, 동생이 월북할 마음이었다면 절때 그 때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 형은 “군은 경계 실패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월북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에서 A씨를 최초 목격한 시간대를 보면 최소 24시간 내지 28시간 가량을 표류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군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관측하지 못하고 놓쳤다는 지적이다. 

A씨의 형은 “동생이 사살됐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 가족들은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나 통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동생이 북한에 당하고 있을 때 왜 군이 경고 방송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같은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을 강력 규탄하며 북한에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를 촉구했지만, 북한 관영 매체와 대외 선전매체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발표한 NSC 상임위 성명에서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북한군의 이런 행위는 국제 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아울러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러한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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