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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옷 끼임 참사 : 시민 위협하는 시민의 발→시스템 한계?..결국 기사의 배려만이 열쇠

[공공story] All right!!

2021. 01. 22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해 버스 이용 중 화나면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어머니 생신을 맞아 직접 만든 케이크를 들고 본가에 가기 위해 탄 버스에서 크게 다칠뻔 한 것. 버스에 탑승한 김씨는 자리에 앉기 위해 버스 뒤 빈좌석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서 중심을 잃었고, 다행히 급하게 의자 손잡이를 잡아 넘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손에서 놓친 케이크는 뭉개져 버스 바닥에 나뒹굴었다. 너무 화가 났지만 큰 소리를 내기 싫어 조용히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하차를 하면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사람들 뒤에서 마지막에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하차 도중 문이 닫힌 것이다. 곧 문은 다시 열렸지만, 버스기사의 성급하고 사과 없는 태도에 하루 내내 기분이 엉망이었다. 

<사진=JTBC 뉴스 캡쳐>
<사진=JTBC 뉴스 캡쳐>

승객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도운 후 버스 옆구리를 치며 “오라이~!”를 외치던 버스안내양. ‘오라이’는 영어 ‘all right’의 일본식 발음. ‘괜찮다’는 의미로 ‘버스가 출발해도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버스의 ‘꽃’으로 불리던 안내양이 없는 현재의 버스는 더이상 괜찮지 않다. 오랜 시간 ‘시민의 발’로 함께하며 여전히 우리 일상 속을 달리고 있지만 배려심 없는 난폭운전과 안전 부주의, 그리고 이로 인한 승객 사망 소식이 지속되고 있는 까닭.

승객 편의와 안전을 책임지는 버스안내양의 빈자리가 새삼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잇단 버스 끼임 사고..‘시민의 발’ 왜 이러나?

올겨울 매서운 북극발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롱패딩으로 중무장한 채 거리를 누비는 시민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한 20대 여성이 추위를 막기 위해 입은 롱패딩으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퇴근길 버스에서 하차하던 이 여성의 옷 끝자락이 버스 뒷문에 끼었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버스기사가 차량을 그대로 출발시키면서 사고를 당한 것. 

22일 경기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8시30분께 파주시 법원읍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20대 여성 A씨가 시내버스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당시 A씨는 크게 다쳐 이미 현장에서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버스에서 내릴 때 입고 있던 롱패딩 끝자락이 차량 뒷문에 끼었고, 버스기사가 이를 모른 채 차량을 출발시켜 사고가 난 것으로 봤다.

A씨는 옷이 버스 뒷문에 낀 채로 넘어져 10m 이상 끌려가다가 버스 뒷바퀴에 깔려 사망했다.  

문제는 버스 승·하차 관련 사고는 자주는 아니지만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5월 충남 태안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이 시내버스에서 내리다가 뒷문에 옷이 끼었고, 그대로 끌려가다가 뒷바퀴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이보다 앞선 2017년 4월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버스에서 하차하던 20대 여대생 옷에 연결된 끈이 문에 끼면서 10m 이상을 끌려간 것. 다행히 중간에 끈이 끊어지면서 이 여대생은 목숨은 구했지만, 심각한 화상과 타박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또한 2015년 2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는 당시 14살이던 중학생 강모군이 버스 앞문에 발이 낀 채로 50m 끌려가는 사고를 겪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타려던 강군의 오른발이 앞문에 낀 것을 모르고 기사는 버스를 출발시켰고, 강군은 넘어지면서 왼쪽 무릎이 땅에 닿은 채 끌려가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2012년에는 경기 화성에서 10대 여학생이 버스 뒷문에 옷이 끼는 사고로 숨졌다. 

<사진=뉴시스>

#급출발, 급정거..승객 위협하는 버스기사

이처럼 거의 매년 발생하는 버스 끼임 사고를 예방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분명 ‘아니다’다.

심지어 대개 버스에는 승객 타고 내릴 때를 감지하는 안전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번에 사망사고가 발생한 해당 버스 뒷문에도 승객의 하차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옷 끼임 참사가 재발하는 이유는 얇은 옷자락을 센서가 물체로 감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버스 뒷문은 두께 2.5cm 이상 압력이 가해져야 열리도록 만들어졌기 때문. 

버스에서 하차하던 승객의 신체 일부가 문에 끼일 경우 일정 두께 이상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경고음과 함께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만, 옷자락 같은 얇거나 일정 두께 이하의 물체에 센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롱패딩 끝 얇은 옷자락이 끼이는 바람에 버스 센서는 작동하지 않았고 이번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버스 문에 장착된 센서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끼임 사고로 승객 사망이나 부상이 꾸준히 발생함에도 개선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지적. 

그렇다고 두께를 얇게 설정할 수도 없다고 업계는 토로했다. 문 개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이 같은 시스템을 떠나 무엇보다 버스기사의 안전 의식 부재가 이번 참사를 불러왔다고 많은 이들은 입을 모은다.

운전기사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조금 더 주의깊게 확인하고 차량을 출발시켰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사고를 접한 누리꾼들은 안타깝게 사망한 A씨의 명복을 빌면서 “버스기사가 백미러만 잘 봤더라면 아까운 생명 죽진 않았을텐데”, “롱패딩이 문제가 아니라 승객이 다 하차하기 전 문을 닫으면 일반옷들이나 가방도 전부다 끼게 돼 있다”, “사람이 무사히 내렸는지 확인하고 출발하는건 기본아닌가? 고개만 한번 돌리면 될 아주 간단한 기본을 버스기사는 지키지 않았다”며 버스기사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뿐만 아니라 A씨의 사고 직후 한국 버스기사들의 난폭한 운전 행태를 막아달라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청원인 B씨는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게시하고 “버스기사들의 난폭 운전을 법으로 제재하고 이에 대한 형벌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며칠 전 시내버스에 탑승한 후 버스 손잡이를 잡기 전 급출발로 인해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는 B씨는 “대부분의 버스기사들이 급출발, 급정거, 미리 문을 닫는 버튼을 눌러두는 등 승객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운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씨는 A씨 사고에 대해 “적어도 승객이 하차한 후, 2~3초 후에 문을 닫았더라면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자신의 롱패딩이 낀 상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알게된 고인께서 얼마나 두려우셨을지 차마 짐작할 수 조차 없지만, 이는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일이라는 것은 그 어떠한 이들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B씨는 2019년 12월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전신마비 사고’를 언급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16일 진주시 한 도로에서 렉스턴 SUV 차량을 운전자가 이른바 ‘칼치기 운전’으로 시내버스 앞에 끼어들었다. 이로 인해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좌석에 앉으려던 당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C양이 앞좌석으로 튕겨나왔고, 동전함에 부딪혀 목이 골절돼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칼치기 운전으로 갑자기 끼어든 차량의 잘못이 크지만, C양이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차량을 급하게 출발시킨 해당 버스기사 역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 

이 사고를 당한 여고생 가족은 “가해차량이 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지 않았다면, 승객이 탑승하자마자 버스가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면 동생이 건강하고 행복한 20살의 인생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라는 내용과 함께 지난해 11월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는 청원글을 게재한 바 있다. 

B씨는 ▲버스에 탄 승객이 손잡이를 잡고 의자에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 것 ▲승객들이 하차할 시 문이 열림과 동시에 닫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 이 두 가지가 법으로 제정돼 시행된다면, 버스 안전사고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세심한 배려심이 시민 안전 지킨다 

버스는 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 국민은 2.13명당 차량 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지하철이 서울 등 도심에서 주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으나 버스는 여전히 시민의 ‘든든한 발’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의 승무원 역할과 같은 ‘안내양’이 있었을 정도로 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고, 없어져서는 안 되는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버스 관련 사고 소식이 잇따르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점차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일부러 사고를 내는 운전기사는 없다.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기사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만약 사람이 사망했다면 그에 따른 죄책감과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기 때문. 

일부 버스 운전기사들은 사고 방지와 승객 안전을 위해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그만큼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현직 시내버스 기사는 승객이 피해를 입는 안타까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내버스 기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스기사 D씨는 “안전은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며 “이번 A씨의 사고는 해당 기사분이 큰 잘못을 했다”라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면서도 “국내 시내버스 기사들에 대한 처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급출발과 급정거가 위험하다는 것을 기사들도 안다. 하지만 앞차와의 배차간격이나 쉬는시간 확보 등으로 마음이 급하고 예민해져 있다”라고 말했다. 

운전기사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해진 배차간격 등을 지켜야 하다 보니 서두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누구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대한 공감과 적절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버스기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승객 안전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운전은 습관이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고, 잘못된 것일지라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즉 문제점으로 꼽혀온 행동들에 대해 신경을 쓴다면 당장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모르게 표출될 가능성은 있다. 

운전기사들의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사 각자의 세심한 배려 및 안전에 대한 노력 만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을 보호하는 유일한 열쇠다. 

“오라이~!”를 힘차게 외치던 버스 안내양의 안전과 세심한 배려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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