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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논란→방영중지 국민청원→시청률 하락→광고계 손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높아진 국민 의식 방송사 자정노력 필요

[공공돋보기] ‘개념국민’에 혼쭐난 조선구마사

2021. 03. 25 by 박혜란 기자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역사왜곡·동북공정 논란을 빚은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에 그야말로 곳곳에서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최근 첫 방송 직후 분노한 네티즌들은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기업들과 광고계도 줄줄이 ‘손절’하며 사상 초유의 ‘무(無) 광고’ 드라마가 됐다. 

놀란 제작진은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고 수정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반감은 줄어들지 않고 사태 파장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 높아진 국민 의식을 고려하지 않은 ‘개념없는’ 콘텐츠가 얼마나 큰 후폭풍을 몰고오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역사왜곡·동북공정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문제가 제기된 부분을 수정 및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청할 수 없는 1회, 2회 영상 모습. <자료=네이버 캡처>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역사왜곡·동북공정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문제가 제기된 부분을 수정 및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청할 수 없는 1회, 2회 영상 모습. <자료=네이버 캡처>

◆‘조선구마사’ 역사왜곡·동북공정 논란 거센 후폭풍

25일 경북 문경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조선구마사’ 제작사와 인센티브 환수 문제를 협의 중에 있으며 엔딩 크레딧 장소협찬 삽입 삭제를 요청했다.  

사극 촬영장소로 유명한 문경시는 2019년부터 지역의 명소를 홍보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는 제작사에게 촬영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 사업으로 영화·드라마 제작사는 순 제작비 3억 이상의 국내외 영화·영상물 중 문경에서 5회 차 이상 촬영하는 경우, 지역에서 사용한 숙박비, 식비, 유류비, 보조출연료, 중장비 사용료 등 제작사 지출비용의 20%(최대 1000만원)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조선구마사’는 지난해 11월 역사물 촬영을 위해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을 이용, 284만원의 사용료를 시에 납부했다. 지역에서 지출된 제작비용 1800만원 중 20%인 36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원받았다.   

문경시의 제작 인센티브 환수 추진 이유는 이 드라마가 역사왜곡 등으로 논란이 된 까닭. 

문경시 측은 “역사왜곡 등 논란에 대해 제작사에 적극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며 “향후 영화·드라마 인센티브 지원신청 시, 방송내용 등 철저한 검토를 통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왕조의 태종, 충녕대군(세종), 양녕대군을 역사적 인물을 캐릭터화해 악령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퓨전사극이다. 

하지만 지난 22일 첫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항의와 원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실존 인물인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인하게 학살하거나 충녕대군이 구마 사제와 역관에게 무시당하는 설정으로, 조선 왕실을 왜곡해 논란을 자초한 것. 

또한 조선시대가 배경임에도 건물부터 음식, 의상 등을 중국풍으로 사용한 점도 문제가 됐다. 실제 기방의 한 장면에서는 월병, 만두, 피단(오리알을 삭힌 중국음식) 등 중국식 소품이 등장해 지탄을 받았다. 

최근 한국 국민들의 반중(反中) 정서는 극에 달한 상태다. 중국은 김치는 물론 한복까지 자기네 문화라고 우기며 ‘문화 동북공정’을 시도하고 있는 까닭. 

이런 분위기 속 문화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국풍 소품과 역사왜곡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폐지가 안되면 ‘중국구마사’로 제목 바꿔달라”, “그냥 대사도 중국어로 해라” 등 항의글을 남겼다. 

파장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다음날인 23일 “중국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순수 국내 자본으로 제작된 드라마”라고 못 박았다.  

중국 소품·인테리어를 사용해 동북공정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극 중 한양과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명나라를 통해 막 조선으로 건너 온 서역의 구마사제 일행을 쉬게 하는 장소였다”며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하는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3회부터는 등장인물들을 가상의 인물로 전면 수정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편집 및 재촬영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1000건 이상의 징계 요구가 쏟아지는 등 여론의 공분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방영 중지 청원에 기업들 잇단 손절..사상 초유 ‘無광고’ 드라마 등극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역사왜곡과 중북의 동북공정을 받아들이는 드라마에 분노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막을 통해 ‘본 드라마의 인물, 사건, 구체적인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넣었으나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어떻게 역사적 사실과 무관할 수 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태종이 환시와 환청으로 인해 백성들을 무참히 도륙하는 것, 충녕대군이 동사 마르코와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전문 신부 요한에게 중국의 과자 열병에, 중국식 인테리어 기생집까지”라며 역사왜곡·폄하한 부분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바로 폐기하고 종영하기를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고,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역사적 인물과 배경을 빌려올 경우 사실과 다른 잘못된 지식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경덕 교수도 이번 역사왜곡 논란에 대한 상당한 파장을 언급하며 “특히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며 “우리의 문화와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감이 커진 국민들이 등을 돌리자 드라마 시청률도 자연스럽게 하락했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은 1회 방영에서 1부 5.7%, 2부 8.9%를 기록했지만, 다음날 방영된 2회 1부는 4.5%, 2부는 6.9%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광고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일제히 발빼기에 나섰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드라마에 광고를 편성한 기업들이 줄줄이 손절에 나선 것. 

삼성전자는 24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조선구마사에 대한 광고를 철회한다고 알렸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재까지 광고를 철회한 기업은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KT, 쌍방울, 에이스침대, 시몬스, 금성침대, 바디프랜드, 명인제약, 광동제약, 동국제약, 쿠쿠, 하이트진로, 블랙야크, 코지마,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씨스팡, 반올림피자샵, 웰빙푸드, 뉴온, 혼다코리아, 다이슨, 다우니 등이다. 

또한 제작을 지원하는 쌍방울과 호관원, 탐나종합어시장은 지원 철회 입장을 밝혔다.

전남 나주시 역시 관내 나주시영상테마파크 사용과 관련해 체결했던 제작지원 계약을 철회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조선구마사 관련 대행사 측에 장소 사용 취소 통보를 했고, 엔딩에 삽입되는 나주시 관련 사항도 삭제를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사진=전주이씨대동종약원 홈페이지 캡쳐>

◆논란은 현재진행형..자정노력 없으면 신뢰 회복도 없다

한편, ‘조선구마사’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제작사와 방송사의 사과에도 불구, 각종 잡음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면서 쉬지 않고 뭇매를 맞고 있다. 

여전히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전주 이씨 종친회(전주이씨대동종약원)까지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 중지를 요청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출연배우에게 책임감을 묻는 글을 올리거나, SBS에 광고하는 모든 기업에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싸늘한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사태의 파장이 너무 커져버린 상태. ‘조선구마사’ 측은 한 주간 결방을 통해 드라마의 전체적인 재정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사태 수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제작진은 국민들이 분노한 부분에 대해 ‘제작진의 실수’가 아닌 납득할 만한 신뢰있는 사과와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의 역사·문화적 의식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고강도의 자정노력이 없다면 방송사 및 제작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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