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VIP 고객 자녀 등 신입 채용과정 특혜 의혹..“책임지고 물러난다”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우리은행 채용 비리’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우리은행은 국정원과 금융감독원, VIP 고객 자녀들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이에 정부에서는 채용비리 근절 목소리를 높였고, 금융당국도 검찰에 수사 의뢰를 통보하는 등 이 행장에 연일 거센 압박을 가했다.

이 행장은 지난 2014년 말부터 행장직에 취임해 임기 중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이뤄낸 것과 실적을 끌어올린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당초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로 2년간이었지만 연임 성공 7개월 만에 행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채용비리 논란 책임지고 물러난다”

이 행장은 2일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2016년 신입 채용 논란과 관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우리은행 최고 경영자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간담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신속히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메일에서 지난해 11월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지만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도 담았다.

이 행장은 “새로 선임되는 은행장이 직원들의 염원을 모아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사로 전환하고, 아울러 118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은행이 국가 경제발전과 사회공헌의 책임을 다하는 은행으로 지속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사내이사로 오정식 상근감사위원을 제외하고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는 이 행장이 유일하다.

상법 제386조에는 사임 의사표시를 한 대표이사는 후임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그 권리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이 행장은 법적으로 정해진 역할은 계속하게 된다.

우리은행 이사회와 행장추천위원회는 가까운 시일 내에 후임 은행장 선임시기와 절차에 대해 논의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논란은 지난달 국감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행장은 사태 초반 적극적인 수습에 나섰지만 의혹이 진화되지 않으면서 큰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 사퇴 의지를 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7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을 공개, 국정원과 금감원, 은행 VIP 고객, 전·현직 임직원 자녀 등 16명에게 신입사원 공채에서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은행 주요 임직원들은 자신의 지위 등을 이용해 채용 과정에 개입하려 했고, 일부 직원은 처조카를 채용하도록 주거래 고객의 이름을 도용해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압박에 검찰 수사까지 ‘부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는 우리은행 인사 태스크포스팀(TFT)은 지난달 27일 남기명 우리은행 국내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의 보직해임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이대진 검사실장과 권호동 영업본부장도 직위 해제했다.

당시 이 행장은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상임감사 주관으로 인사부와 검사실을 배제하고 변호사 등 외부 전담인력 위주로 TFT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당국의 조사결과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인사 채용 프로세스를 전면 쇄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이 행장을 향한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척결에 칼을 빼들면서 이 행장 거취 문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통보, 우리은행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행장의 사임으로 내부적으로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문장을 포함해 총 10명의 임원 중 9명의 임기가 연말에 대부분 종료되는 상황으로, 인사개편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달 3일 최정훈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이어 손태승 글로벌부문 부문장, 권광석 IB그룹 부행장, 조운행 기관그룹 부행장, 장인호 기업그룹 부행장, 신현석 경영기혹그룹 부행장, 김선규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조재현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 김홍희 부동산금융그룹 부행장 등의 임기가 잇달아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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