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6개 건설사 중 입찰 금액 최저가 써내..2위 업체와 800억 이상 차이
국내 업체간 출혈 경쟁 우려..회사 측 “시공사가 설계까지 맡아 금액차 있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섬성물산이 싱가포르 현지 고속도로 건설공사 수주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입찰가격을 두고 저가수주 논란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올해까지 4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최대 건설사다. 또 이미 전 세계 시장에서도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싱가포르 고속도로 가격입찰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두 번째로 낮은 가격을 써낸 SK건설과도 10%(800억원) 이상 차이가 나 일각에서는 원가 이하 입찰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내년 이후 국내 주택 건설 시장이 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저가 수주경쟁에라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어 출혈 경쟁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 싱가포르 남북측 고속도로 공사 가격입찰 최저가..수주 유력

2일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가 공개한 싱가포르 남북측 고속도로(N106공구) 공사 가격입찰 결과, 삼성물산은 경쟁사들 가운데 최저가인 6억2381만달러(6955억원)를 써냈다.

이 프로젝트는 고속도로 단·복층 개착 터널공사(1.25㎞)다. 왕복 8차선으로 기존 지하수로 이설공사로 포함된 프로젝트다.

삼성물산 외에도 현대건설, SK건설, 쌍용건설을 비롯해 국내외 6개 건설사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통과하고 지난 8월 입찰에 들어갔다.

지난달 공개된 입찰 금액 결과에서 SK건설은 6억9921만달러(7796억원)를 써내 2순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저가를 써낸 삼성물산과 800억원 이상 차이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싱가포르 고속도로 공사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기술 등 일부 발주처(LTA) 평가가 남아있지만,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최종 수주사 선정은 이르면 이달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까지 총 14개의 해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 액수로는 9억700만달러(1조77억원)에 달한다.

올해 계약이 체결된 곳은 지난 3월 말레이시아에 건설하는 메르데카 피엔비118타워로 공사다. 금액은 4억6000만달러다. 삼성물산이 싱가포르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할 경우 올해 두 번째 해외공사 수주가 된다.

◆2위 업체와 800억 차이..저가수주 논란에 해외 출혈 경쟁 그림자까지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싱가포르 고속도로 공사 입찰 금액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최저가를 써내 공사 수주가 유력시 되고 있지만, 제시된 가격이 경쟁사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공사 입찰에 있어 2위 업체와 10%이상이나 가격이 차이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으로, 저가 투찰 의혹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건설업계는 위기에 놓인 상황. 8·2 부동산 대책 등 초강도 규제와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여기에 저유가로 인한 해외 건설 수주 감소 등 3중 악재로 최악의 위기에 부딪힌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해외에서 신규수주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저가 수주 경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고, 해외에서 국내 업체간 과다 출혈 경쟁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 고유가 시절 화수분처럼 쏟아지던 중동 공사를 따내기 위해 국내 건설사간 출혈 경쟁이 벌어졌고, 저가 수주한 건설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삼성물산 역시 저가 수주로 큰 피해를 본 전력이 있다. 공사비 6조5000억원 규모의 호주 철광석 광산 개발 사업, 일명 ‘로이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3년 경쟁사인 포스코·STX컨소시엄보다 약 6600억원 낮은 가격에 이 사업을 따내 2015년 준공 목표로 착공했다. 그러나 각종 이슈에 발목이 잡혀 지난해 중순에야 공사를 끝냈다.

이 과정에 불어난 지체보상금과 공사비를 메우느라 8000억원대 손실을 봤고, 발주사와 하청업체와의 법적 분쟁에도 휘말린 바 있다.

이미 저가수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는 삼성물산에서 또 다시 저가수주 논란이 불거진 만큼 그 책임감은 더욱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홍보실 관계자는 저가수주 논란에 대해 “(싱가포르 남북고속도로 공사는) 시공사가 설계까지 맡은 공사다. 업체마다 금액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아직 시공사가 정해지지 않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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