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용기: 꽃뱀, 무고? 악랄한 기업 그리고 고장난 시스템에 맞서 싸우다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최근 한샘, 씨티은행 등 기업 내 성폭력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단체들이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여성에겐 모든 기업이 한샘"이라며 기업과 사회 환경 전반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여성위원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샘과 현대카드 성폭력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용감한 여성이 고장난 시스템을 바꾼다’는 메세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성에겐 모든 기업이 한샘이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노동자회 등 10여개 여성단체들은 10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굴지의 기업 한샘과 현대카드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기업 내 만연한 여성혐오 문화가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배제하고 성적 대상화 하고 있는지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기업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기업 내 고용 결정권을 쥔 상사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과 이를 책임질 기업의 무책임한 사후 조치가 피해자의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단체는 "여성 취업율을 높이고, 청년 여성노동자의 질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이번 사건은 경악할만한 사건"이라며 "비정규직, 낮은 직급으로 몰린 여성들이 고용의 결정권자에 의해 성폭력에 취약한 집단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성희롱 피해는 직급이 낮은, 비정규직, 저연령의 여성에게 주로 일어나지만 고연령·관리직·전문직을 포함해 권력 관계가 형성되는 모든 일터에서 발생한다. 이는 여성 노동자 개인의 인격을 훼손함과 동시에 불이익 처우, 퇴직 등으로 인한 고용상의 위기를 불러오는 노동 문제이기에 매우 심각한 노동권의 침해하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민주노총여성위원회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최근 한샘과 현대카드에서 불거진 성폭력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폭력·성차별 당연시 여기는 대한민국 기업

단체에 따르면, 문제는 이처럼 한샘과 현대카드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중소 작은 기업은 물론이고 굴지의 대기업들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LG생활건강은 임금인상과 단체협상을 요구하며 50일째 파업 중이다. 그 중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이 겪는 직장내성희롱과 여성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실태도 다를 바 없다.

파업 돌입에 앞서 성희롱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로 20대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는 면세점 판매직 여성들은 낮은 기본급(월 103만원)으로 실적 향상을 강요받고, 잦은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이를 일터 성폭력과 성차별이라고 여기지 못할 만큼 당연시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직장내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우에 대한 판결은 4년째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직무 유기로 계류되어 당사자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는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직무 유기이며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에 맞선 용기 있는 성희롱 피해 고발자에 대한 조직적 가해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성단체에서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여성노동자들의 성희롱·성차별 피해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책은 미비한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여성들 대부분은 혼자 대응할 수 없어서 포기하거나 일터를 떠나게 되는 사례가 대부분.

이에 대해 단체는 "주변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가 함께 여성노동자들이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의 환경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기업 내부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들이 대부분 고용 여부 결정권을 쥔 상사에 의해서 자행됐다는 점과 함께 이를 책임져야하는 기업의 사후 조치가 무책임하며, 이로인해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 분노했다.

꽃뱀. 무고. 연애 관계. 오해 등 성폭력 사건에서 들어왔던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고스란히 기업내 성폭력 사건에서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 여성에겐 일터가 곧 여성혐오로 뭉친 우리 사회와 다르지 않다고 이들은 전했다.

#억울→분노→희망을 발견하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이제 용기있는 여성들이 고장난 시스템을 바꾸고 있고 성과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법률에 대해 ‘직장내 성희롱의 기업주 책임을 강화하고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를 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이는 그 동안 용기 있게 증언하고 투쟁. 연대해왔던 행동이 가져온 성과 중 하나라고 단체는 설명했다.

단체는 "더 이상 성희롱과 성차별에 혼자 대응할 수 없어서 포기하거나 일터를 떠나는 여성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용기 있는 증언자들과 함께 기업. 사회 시스템 전체가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의 환경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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