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돼 참담..불법 행위 관여한 바 없다"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한국 e스포츠 자금 유용 의혹과 관련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이 16일 전격 사퇴한 가운데 이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정무수석으로서 대통령님을 보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고 다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되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에서 불법 후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오전 춘추관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어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을 지원 육성하는 데 사심 없는 노력을 해 왔을 뿐 그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대 뇌물을 받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 조모 사무총장이 구속되면서 전 수석에게 검찰은 칼을 겨누고 있는 모양새다.

조모씨는 전 수석이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을 당시 비서관을 역임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모씨는 전 수석이 횡령에 가담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 수석의 수사도 불가피하다. 그동안 전 수석은 조모씨 개인의 일이라면서 자신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전 수석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전 수석 입장에선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결국 전 수석은 '자진사퇴'를 택했지만 사실상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첫 경질 인물에 명함을 올리게 됐다.

롯데홈쇼핑에서 불법 후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오전 춘추관에서 사의 표명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전 수석이 담당하는 역할이 '정무수석'이었다는 점. 이는 야당들과의 의견조율을 담당한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전 수석만한 인재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전 수석이 그동안 야당들과도 관계를 제대로 잘 닦아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 수석의 사퇴 이유가 ‘범죄’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점은 청와대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향후 야당의 공격도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인사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조국 민정수석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로서는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이 됐다. 이는 전 수석의 검찰 수사를 놓고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적폐청산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폐청산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수석의 검찰 수사가 정치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청와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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