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공수처 설치 논의 난항..여야, 공수처장 인선 방식 놓고 ‘팽팽’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여야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 과제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지만 결국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당 지도부의 강한 반대입장을 확인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다만 한국당은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가 전제될 경우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공수처 설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금태섭(왼쪽 두번째) 제1소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관련 법안 심사를 위해 모여 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 위원장, 김진태, 윤상직,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시스>

◆공수처 논의 장기화 국면..핵심 쟁점 ‘공수처장 인선 방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21일 회의를 열고 현재 계류 중인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공수처 신설과 관련한 법안 4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날 법안 통과는 무산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소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 의원 세 명 모두 공수처 도입에 반대했다”며 “‘추가 논의도 필요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새로운 제도와 기구를 만들 게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부터 올리면 찬성해주겠다”고 했다.

법안1소위는 오는 29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한국당의 반발이 극심함에 따라 법안 상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공수처 설치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됨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달 공수처 설립 방안을 내놨다.

법무부가 내놓은 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처장 및 차장 각 1명을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30명, 일반직원 20명 등으로 구성된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현직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검사, 판사 등 재직 중 특정범죄 및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를 맡게 된다.

가장 핵심 쟁점은 공수처장 인선 방식. 법무부는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한 뒤 1명을 선출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 같은 선출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가 아닌 야당이 공수처장을 복수로 추천해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설치법 제정 관련 당정청회의에 참석한 당정청 관계자들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응천, 정성호, 백혜련, 진선미, 박범계 의원, 김태년 정책위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사진=뉴시스>

◆민주당 “국민 뜻 따라달라” vs 한국당 “정치적 악용수단 변질 우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 설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인 동시에 부정부패와 불공정이라는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진정성을 갖고 국민의 뜻에 따라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당 소속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잇따르고 있는 한국당은 이 같은 위기 속 정부 뜻대로 움직이는 사정기관이 또 생길 경우 정치 보복이 심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때문에 공수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 문제는 국가 사정기관 전체 체계에 관한 문제”라며 “정치 거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충견(검찰)도 모자라서 맹견(공수처)까지 풀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쳑시 “국회 운영위 출석조차 하지 않았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국회에 와서 적폐청산·검찰 개혁 등을 운운하며 국민과 야당을 향해 공수처 설치를 윽박지르듯 하고 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옥상옥’이 될 수 있고 정치적인 악용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2017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법안을 우선적으로 심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사회적 공감대 충분..한국당 지연 꼼수 그만둬야”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6개 시민단체가 모인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은 부패근절과 검찰개혁은 여야가 따로 없는 문제라며 야당의 적극 참여를 촉구했다.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은 이날 “정부와 여당이 다시금 공수처 설치 의지를 표출한 것을 환영한다”며 야당도 전향적으로 입법 논의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수처는 반복되는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근절하고 무소불위의 권력기구인 검찰을 견제, 감시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라며 “국민의 찬성여론도 70~80%에 육박할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내 유력 정당 중 유일하게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은 더 이상의 명분없는 반대를 철회하고 법안 통과에 협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최대 쟁점인 공수처장 인선과 관련, 특정 정파가 장악하거나 좌우할 수 없는 처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천권 전체를 내놓으라는 한국당의 주장은 논의 자체를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대로된 검찰 견제를 위해서는 검사의 모든 범죄에 대한 전적인 수사권한 보장 및 독립기구로서 검찰 이상의 위상 부여가 필수적”이라며 “상호간 견제를 위해 검찰과 공수처 간의 인적교류 역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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