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청와대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공식 답변을 내놨다.

낙태와 관련된 문제는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이번 청와대의 답변으로 낙태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靑 “실태조사 실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6일 ‘낙태죄 폐지’에 대한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앞서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한 달 안에 청원인이 20만명을 넘으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 답변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원치 않는 출산은 여성은 물론 태어난 아이, 국가, 모두의 비극으로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내용의 해당 청원은 지난 9월30일 게재된 후 23만명을 넘어서는 등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 조 수석은 “이 문제는 매우 예민한 주제”라며 “낙태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기도 해 낙태라는 단어 대신 모자보건법이 사용하고 있는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관련법 개정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지난 2000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예외적 허용 조항도 아예 삭제해 ‘임신 중절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입법 청원도 있었고, 2007년에는 정부가 낙태를 둘러싼 법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법 정비 방안을 연구하고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교제한 남성과 헤어진 후 임신을 알았을 경우, 별거 또는 이혼소송 상태에서 법적인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을 경우, 실직이나 투병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 양육이 불가능한 상태일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세 가지 경우 현재 임신 중절을 한다면 ‘범죄’가 된다. 하지만 이번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법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면서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 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사건을 진행 중이며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임신중절 관련 보완대책도 다양하게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조 수석은 “내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 및 여성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여성, 임신·출산에 자기결정권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우리나라 형법 제269조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다만,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부에게 유전 질환이 있거나 강간, 근친상으로 인한 임신 등 특수한 경우에는 낙태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올해 초 발표한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은 하루 3000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혼자와 미성년자의 96%는 미혼 상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낙태 이유를 꼽았고, 기혼자의 경우는 77%가 자녀를 원하지 않아 낙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태죄는 지난 2012년 8월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났다. 당시에도 아이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존중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 및 여성시민사회단체는 또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30일 한국여성민우회는 논평을 통해 “제대로 된 성교육과 피임률을 높임으로써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줄여야 한다”며 낙태죄가 임신중절을 줄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낙태죄는 여성들을 위험하고 불법적인 수술과 폭력에 취약한 상황으로 내몬다”면서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로 인해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매우 위협받고 있다. 우리가 아이를 낳을지 말지,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국가의 책임 및 사회적 지지 속에서 고민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언제, 얼마나 낳고 어떤 가족을 꾸릴 것인가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삶의 문제인 만큼 국가 중심의 통제를 벗어나 국민 개인의 의사에 맡겨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고한 생명 죽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어”

하지만 반대 여론도 거세다. 종교계 등 낙태를 반대하는 이들은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낙태죄를 유지해 달라는 한 청원인은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와 국회에 모든 태아의 생명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임산부를 지원하는 정책 마련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지난 26일 의견서를 통해 “임신을 하면 낙태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생기는 것”이라며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관계를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임신을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 범위 안이지만 임신된 아기의 생사는 자기 결정권 범위 밖”이라며 “낙태할 권리가 주어지면 낙태하지 않고 출산할 권리는 얼마든지 무시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임신을 했다는 것은 자녀가 생겼다는 뜻이고 낙태를 한다는 것은 자녀를 거부하는 것이기에 낙태죄 폐지를 반대한다”면서 “인간생명을 소중히 여겨 보호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모두 지녀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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