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찰 등 새 혐의 檢 소환 조사..‘국정농단’ 사태 포함 4번째 포토라인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받아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또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은 이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방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이번 소환은 검찰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등 정치개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또 다른 혐의를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해당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가 구속된 만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불법 사찰하고, 비선 보고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29일 오전 10시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9시52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우 전 수석은 취재진들에게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을 섰다”며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또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검찰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말한 뒤 검찰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에게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 공무원과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속기소된 추 전 국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이 전 감찰관 등 사찰을 시켰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또 이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보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추 전 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공무원과 민간인의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국정원이 이 전 감찰관의 뒷조사에 나선 것은 정상적인 업무가 아닌 정당한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불법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우 전 수석이 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 바 ‘블랙리스트’의 작성 관리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우 전 수석의 불법 사찰과 블랙리스트 관여 등에 최윤수 전 국정원 차장이 함께 공모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지난 26일 최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추 전 국장으로부터 사찰 결과를 보고받고 우 전 수석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로, 추 전 국장의 직속상관이다. 최 전 차장은 대검찰청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검찰 주요직을 거쳤다.

아울러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 사이에서 ‘연락망’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필요에 따라 최 전 차장을 다시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우 전 수석과의 대질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우 전 수석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한 불법사찰과 블랙리스트 운영에 관여한 최 전 차장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소환되고 있다. '우병우 사단'의 핵심인물로 꼽혀온 최 전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3차장 등을 거쳐 검사장을 지낸 인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사진=뉴시스>

한편,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후 검찰 특별수사팀, 박영수 특별검사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어 네 번째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

검찰은 지난 1년여간 우 전 수석을 세 차례나 조사했지만, 그는 끝내 법망을 빠져나가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우 전 수석은 최씨의 각종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하는 등 해당 사태의 ‘마지막 퍼즐’로 불려온 인물.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다.

이밖에 처가 땅 매매, 의경 아들 ‘꽃보직’ 배치와 같은 개인 비위 의혹, 공무원 인사 부당개입, 세월호 수사방해 등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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