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직자윤리위 취업 승인..지난 9월 한국거래소 이사장 불명예 퇴진 후 2개월 만
금융노조 “철면피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재취업 받아들이면 해체 투쟁” 강력 반발

[공공뉴스=김선미 기자] 정찬우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금융권 복귀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정 전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계 실세로 통했던 인물로 이번에 금융연구원으로 복귀할 경우, 네 번째로 재직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특히 정 전 이사장은 대표적인 ‘적폐 인사’로 분류되고 있어 그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찬우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정 전 이사장의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 취업을 승인했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 1995년부터 1년4개월간 금융연구원 국제금융팀 부연구위원으로 일했고,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거친 후 다시 금융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지난 2006년 재정경제부 금융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2년 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뒤 2013년부터 2년10개월 동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지난해 10월부터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된 후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9월 불명예 퇴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정 전 이사장에게는 그동안 ‘친박 실세’, ‘금융권 황태자’ 같은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또 ‘정찬우를 통하면 금융권에서는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만사정통’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까지 따라 붙었다.

금융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전 정권에서 권력을 등에 업은 호가호위로 금융권을 낙하산 인사의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자가 다시 금융권에 발을 붙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다”면서 “이쯤 되면 ‘불사조’라 해야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그가 금융위 부위원장에 재직하던 시절 ‘금융위원장 위에 정찬우’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며 “금융산업 곳곳에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다가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하자 박근혜 정권 침몰 직전 셀프 낙하산으로 한국거래소행 막차를 탔던 자”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순실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을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의혹으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인사 특혜에 영향을 미쳤다고 스스로 증언한 인물”이라며 “그런 사람이 금융계에 복귀하는 것은 철면피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며 금융연구원도 권력에 영혼을 파는 적폐 조직”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노조는 정 전 이사장의 금융연구원 복귀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금융연구원이 정 전 연구원을 또 다시 복귀시킬 경우 금융연구원 해체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금융연구원 측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가능 승인이 났을 뿐, 아직까지 정 전 이사장의 복귀와 관련해 결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연구원이 퇴직하거나 과거 과오를 저지른 금융권 인사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자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7월 퇴임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9월 금융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권 고위직 등에서 일했던 다른 인사들 역시 다양한 형태로 금융권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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