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전범기업 오카모토 콘돔 한국 편의점 판매 1위→소비자 의식 바로서야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성과 인권을 철저히 유린당하면서 악몽같은 시간을 모질게 견뎠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춘부’라는 쓰레기 망언.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단 33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일본 정부의 뉘우침과 진심어린 사과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철저하게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사과의 마음도 없고 해결을 위한 어떠한 방법도 모색하지 않고 있다. 양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뻔뻔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같은 아픈 역사를 알고도 한국이 일본을 도와주고 있는 더욱더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위안부 콘돔’으로 알려진 일본 오카모토 사의 콘돔이 바로 그것. 아픈 역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한국 기업의 부끄러운 모습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 ‘위안부 콘돔’ 대하는 자세..대기업 다운 CJ-돈벌이 눈 먼 GS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인 오카모토의 콘돔 제품이 국내 편의점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당초 콘돔업계 1위는 듀렉스였지만, 옥시 사태로 편의점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오카모토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현재 오카모토는 국내 빅3 편의점(GS25, CU, 세븐일레븐)에서 판매율 1위다.

편의점 3사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오카모토의 점유율은 34.2%다. 동아제약(아우성, 20.5%), 메디바이스코리아(플레이보이, 8.5%), 컨비니언스(바른생각, 3.3%) 등 경쟁 업체들의 점유율을 모두 더한 것보다 높은 수치.

국내 콘돔 시장은 연간 3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편의점은 소매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망이다.

문제는 오카모토가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라는 점. 오카모토는 지난 2006년 한일협정 책임기업 피해자선정위원회와 강제동원 진상규명시민연대가 ‘전범 기업’으로 규정한 기업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삿쿠’라 불리는 군납 콘돔을 제조해 위안부에게 독점 공급하면서 급성장했고, 1844년에는 조선 경성에 생산 공장을 만들어 일본군 위안소에 공급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못지 않게 우리나라 여성들의 몸을 성노예화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기업. 이들이 생산한 군수용 콘돔이 비인도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도 적극 생산하고 독점 공급했다.

한국정신대 문제대책협의회의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증언록에 따르면, 당시 삿쿠는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군인들이 사용한 콘돔을 모아 냇가에서 세척해 말린 뒤, 그 위에 소독약을 발라 다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비위생적으로 변질된 오카모토사의 콘돔은 당연히 피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피해자는 고스란히 위안부들에게 돌아갔다.

오카모토의 불매운동 여론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06년 ‘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 등의 단체가 오카모토를 전범기업으로 규정한 이후 몇 차례의 불매운동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CJ그룹의 올리브영은 국민적 정서를 반영, 지난해 오카모토사의 콘돔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GS그룹은 이 같은 CJ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고 있어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과거 배우 송혜교가 전범기업인 일본 미쓰비시의 고액 광고 모델 제안을 거절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 한 개인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곳이 이익을 이유로 국민 정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GS리테일(GS25), BGF리테일(CU) 등 모두 이렇다 할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다시보는 역사마지막 생존자들 “돈 아닌 진심어린 사과 원해”

지난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또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로써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33명으로 줄었다.

고(故) 이기정 할머니는 지난 11월 11일 오전 8시35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이 할머니는 충남 당진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1925년 4월생인 이 할머니는 18세가 되던 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미얀마 등 해외에서 모진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 군함을 타고 부산으로 귀국한 이 할머니는 2006년 위안부 피해자 정부등록자가 됐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여성의 총 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본군은 현지 여성에 대한 강간 방지, 매춘에 의한 성병 예방, 병사들의 성적 위로를 명목으로 위안소를 설치해 무자비한 만행을 저질렀다.

조선인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 로 동원된 방식은 취업사기, 협박 및 폭력에 의한 동원, 인신매매 및 유괴 등이다. ‘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여성들을 위안부로 동원했다. 또 폭력을 이용해 동원하기도 하고, 심지어 납치하기도 했다.

위안부로 동원되었다가 살아남은 여성들은 귀국도 여의치 않았다. 연합군의 포로가 돼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다가 귀국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현지에 버려지다시피 했다. 일본군이 패전 후 위안부를 살해하는 일도 있었으며 대부분의 업주는 피해 여성들을 버려두고 귀국길에 올랐다.

피해자들은 일본 패전 후 혼자 힘으로 살아남거나 고향에 돌아올 방법을 찾아야 했다. ‘돌아갈 방법을 구하지 못해서’,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어서’등의 이유로 동원된 타국에 눌러 앉는 경우도 많았다.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후유증으로 끊임없이 고통 받아야만 했다. 구타 및 가혹행위로 인한 외상, 불임, 성병 등 후유증이 오랜 시간 피해자들을 괴롭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자결권을 가지 못했다는 모욕감, 피해 사실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받아야 할 불이익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 삶의 패배감, 우울증 및 불면증 등의 심리적 외상 등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얻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007년 2월 15일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전 세게를 향해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과 만행을 적나라하게 증언했고, 이러한 증언에 미 하원 의원은 만장일치로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하는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통과시킨 바 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에서도 화두다. 양심이 있는 일본 시민들은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라고 나서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지정하는 법안이 국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 정부는 매년 8월14일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정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피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 “전범기업 제품 당장 시장서 퇴출시켜야”→소비자 윤리의식 바로 서야

이렇듯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주목하는 큰 이슈다. 하지만 피해자가 가해자를 돕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본에서도 오카모토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정작 몇몇 한국 기업들은 겉으로는 일본을 규탄하면서 안으로는 내실을 챙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결국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은 해당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그것을 간과하면서 특히 피해자들에게는 더 큰 고통을 안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이러니 일본이 한국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 “전범기업 제품이 판매율 1위라는 것이 부끄럽다” “당장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 “기업들 생각이 있으면 당장 철수하는 것이 옳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 탓’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판매는 안 팔리면 안한다’는 원칙에서 비롯된 시각이다.

이런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의미를 두지 않고 역사적 아픔이 있는 제품을 많이 사주는 소비자들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우선 잘 팔리고 이윤이 많이 남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사주지 말아야 할 제품을 의미를 두지 않고 사는 소비자들이다”며 “성숙한 국민의식과 윤리적 소비를 통한 우리 스스로의 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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