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강요 주장 제기..“전혀 개입하고 있지 않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최근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이재용 구하기’에 돌입했다. 현재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

이런 가운데, 삼성 측이 이 부회장에 대한 탄원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협력사 모임 ‘협성회’는 지난달 28일 4분기 임원단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 석방 탄원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협성회는 반도체사 53개사, 무선 36개사, 영상디스플레이 32개사, 가전 26개사, 프린팅 솔루션 7개사, 네트워크 5개사, 이미징 4개사, 의료기기 2개사, LED 1개사 등 총 192개 업체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에 제출 예정인 탄원서에 이 부회장의 구속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9개월째 옥중에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의 투자, 인수합병(M&A),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과제들이 모두 올스톱 됐다. 협력사들은 이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됐고, 국가적으로도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1심이 확정될 경우 이 부회장은 오는 2022년 2월까지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협성회는 서명 작업을 마친 후 이달 중 법원에 취합된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협성회가 회원사들을 상대로 서명작업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삼성이 이 부회장의 탄원서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성이 이재용 탄원서 제출하라네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으로 보이는 글쓴이는 “아침에 얘기를 듣고 화가나서 글을 쓴다”며 “이달 22일까지 협력업체와 그 하청에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이재용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한다. 부탁도 아니고 협조도 아닌 말 그대로 제출”이라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삼성에게 찍힐까 제출 안 할 수도 없는 업체들, (이재용 탄원서를) 써주자니 양심이 부끄럽다”면서 “먹고 살려고 삼성 협력업체로 일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줄이야”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재용 탄원서 제출 강요 주장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한 누리꾼은 “우리 회사에도 왔다. 부탁도 아니고 해달라는 명령”이라며 글쓴이의 말에 동조하기도 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탄원서로 형량이 조정된다는 것이 웃기다” “반대로 강력 처벌 탄원서라도 써야 하나” “하청 관계를 볼모로 양심을 도둑질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협성회는 임원단 회의 결과를 각 회원사에 전달하면서 “강제사항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면서 협성회의 탄원서가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이 부회장 탄원서와 관련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협성회에서 업체들에게 (탄원서를) 강요했을 수는 있지만, 우리(삼성)가 컨트롤할 수 없고 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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