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에 현혹된 피해 여성들..대기업, 고학력, 주부들까지 인터넷 앞에
“나 경찰인데..”신종 범죄에 금품 빼앗기고 협박, 폭력에도 ‘벙어리 냉가슴’
사이버 범죄 단속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범죄 사각지역 스스로 인식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성매매 모의글이 게재되는 등 이른바 인터넷 음란물 온상으로 지적받은 ‘텀블러(Tumblr)’가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불법 콘텐츠 관련 협조 요청에 거절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미국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부의 윤락가 폐쇄정책, 경기불황으로 인해 불경기를 겪고 있는 유흥업소와는 달리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는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텀블러,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사이트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39개 사업자를 참여시켜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인터넷 음란 사이트에 대한 적극적 규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을 막을 현실은 녹록지않다.

성매매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의 난립은 물론 일반인, 성매매 여성들까지 인터넷 성매매 시장에 나서면서 이미 규제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우려다.

심지어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일삼는 여성이 집중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편 이를 둘러싼 범죄마저 급증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2억 원이라는 거금의 후원금을 챙겼으면서 아내 성매매는 물론 인터넷, SNS 등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를 일삼고 결국 살인을 저지른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윤락녀’는 더 이상 없었다..고학력, 대기업, 주부들 모두 인터넷 앞으로

한동안 인터넷 성매매는 대부분 미성년자 등 나이 어린 여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직업여성들까지 가세해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분위기다.

‘조건 만남, 11/15, 12/20.’ 최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채팅사이트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쪽지(메세지) 내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인터넷 성매매가 이제는 버젓히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어이없는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연이은 경기불황으로 취업난이 악화되고 특히 젊은 여성들의 무분별한 카드사용 등으로 인한 이른바 ‘금전압박’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이들은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인터넷 윤락을 선택하고 있는 것.

물론 경찰이 사이버 수사대를 중심으로 각종 불법 성인사이트, 인터넷 성매매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단속의 손길이 턱없이 부족하다게 업계 시각이다.

이미 ‘삐뚤어진 성문화’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에서 ‘1시간에 20만원’이라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성매매 여성들과 ‘돈을 주고 성을 사는 것’에 중독돼버린 빗나간 남성들의 가치관이 어우러져 형성된 인터넷 성매매는 이제 이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공공뉴스>가 취재 도중 만난 인터넷 성매매 여성 김모(27․여․무직)씨는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었다. 물론 ‘대기업’ 타이틀에 맞게 연봉도 평균 나이 또래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카드빚을 갚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저녁 시간 단시간 고수익’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통해 ‘성매매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가지 일을 모두 할 만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늦잠을 자고 근무 중 졸음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근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상사와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버젓한 직장을 놔두고 왜 김씨는 결국 혼자만의 어두운 세계를 선택해야만 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새벽 6시 출근~기약없는 퇴근에 윗사람 눈치보면서 한달 꼬박 일해서 번 돈에 비해 하루 몇 시간, 그것도 2~3일에 한번씩만 나가도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약 200만원선. 표현 그대로 맘 먹고 ‘열심히’만 나가면 한달 500이상의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바로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어느새 나에게도 ‘윤락녀’라는 딱지가 붙는 것만 같아 죽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런 자격지심보다도 평범하게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없고 두렵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중독이 되어 가는 것 같다”며 “솔직히 내 자신을 탓하면서도 이제 다른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컴퓨터 앞에서 30분만 앉아있으면 ‘일’을 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주로 S클럽, O, C 채팅사이트 등에 5~6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 김씨는 심지어 인터넷 성매매를 위한 대포폰까지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천만원’ 단위의 돈을 쉽게 벌고 있지만, 김씨는 아직까지도 카드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기 마련’인 까닭이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자본’이 최고라는 당연한 이치처럼 이제 최고의 권력인 ‘돈’을 잡기 위해 일반 직장여성들은 물론 대학생, 주부들마저도 인터넷 성매매에 적극 나서는 등 우리사회의 성윤리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대 한 관계자는 “사이버 수사대를 중심으로 각종 불법성인사이트, 인터넷 성매매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인력의 한계를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의 특성상 소수의 경찰관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이버 범죄 단속에 나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성매매 여성 한 명을 붙잡을 경우 상대 남성들이 줄줄이 따라 나올 정도로 현재 우리사회의 인터넷 성매매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경북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타이마사지 일자리 등을 명목으로 태국인 여성들을 불법으로 입국 시킨 뒤 여권을 빼앗고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로 A(36)씨와 B(36)씨 등 6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사진=뉴시스>

◆“나 경찰이야” 신종 범죄 극성..협박, 폭행, 금품갈취에 속수무책

이처럼 인터넷 성매매가 지속적으로 급증하자 이를 이용한 신종범죄도 늘고 있는 현실이다. 경찰을 사칭해 인터넷 성매매 여성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을 저지르는 등 심심하면 터지는 ‘경찰 사칭’ 성매매 사건은 바로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인터넷 성매매의 단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 성매매를 하다 경찰관을 사칭해 업소 주인과 사귀고 감금과 폭행까지 저지른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심형섭 부장판사)는 성매매업소 주인과 성관계를 맺은 뒤 경찰관이라고 속여 교제하다 감금하고 폭행해 성매매·관명사칭·감금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씨(44)에게 징역 10월에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전씨가 서울 강서구의 한 성매매업소에서 이곳을 운영하는 윤모씨(46)와 알게 돼 11만원을 주고 성관계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업소를 두번째 방문한 전씨는 한 남자 손님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윤씨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봤다. 전씨는 윤씨에게 “나는 영등포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사인데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내게 이야기해라. 잘 봐주겠다”며 경찰관인 것처럼 행세했다.

윤씨는 전씨의 거짓말에 속아 교제를 시작했지만 결국 자신을 창녀로 대하는 전씨와 말다툼 끝에 죽을 위기까지 내몰리게 됐다.

그런가하면, 건설현장에 인부를 조달하는 사무실에서 인력관리를 해오던 이모(33․남)씨는 경찰을 사칭, 불과 한달 사이에 무려 10여명의 여성들로부터 약 1천여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갈취해오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이씨는 가끔 인터넷 성매매를 해 온 남성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현장일이 줄어들어 실업자 신세나 마찬가지가 돼버린 이씨가 선택한 것은 바로 인터넷 성매매 여성들을 상대로 범죄행각을 벌이는 것이었다.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영학이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달 17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영학은 지난 9월30일 중학생 딸의 친구 A(14)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먹여 재운 후 추행하고 A양이 잠에서 깨어나자 신고를 두려워한 나머지 목을 졸라 살해해 강원 영월군 야산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범죄의 사각지대’ 그러나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무서운’ 세계

서로 채팅을 통해 만나 익명성이 보장되며 성매매 여성들 또한 금품을 갈취 당해도 경찰에 쉽사리 신고하지 못하리란 점이 이씨가 범행을 하게 된 동기로 파악됐다. 이씨는 또 자신이 취미생활 삼아 수집해 온 수갑을 동원, 경찰관 행세를 하며 보다 완벽한 범죄행각을 벌일 것을 작정하고 범죄 대상을 물색했다.

몇 번의 인터넷 성매매 경험이 있던 이씨가 피해 여성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 여성들이 이씨의 조건만남 제의에 승낙했고 그들은 곧바로 범죄대상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씨는 인터넷 C채팅사이트에 접속해 범죄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몇 몇의 여성들과 채팅을 하던 그에게 걸려든 사람은 바로 김모(37․주부)씨.

조건만남을 합의한 두 사람은 서울시내 한 전철역에서 만나 인근 모텔촌을 찾았다. 모텔방에 들어서자 마자 이씨는 김씨에게 막무가내로 수갑을 채웠고 이 과정에서 김씨는 경추부 염좌 및 완관절 좌상들으로 인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처음엔 이씨의 변태성욕자인 듯한 행동에 거칠게 반항했던 김씨는 더욱 충격적인 말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씨가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것. “요즘 공무원 부정부패와 매춘 집중 단속기간이다. 나는 매춘 단속을 나온 경찰”이라는 이씨의 말에 김씨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더욱이 정상적인 가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인터넷 성매매를 하다가 경찰에 단속된 사실이 알려지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 결국 김씨는 이씨에게 가방에 있던 현금 100만원과 신용카드를 빼앗겼고 “현금 40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성매매 사실을 남편은 물론 주위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씨의 경찰을 사칭하는 범죄행각은 서울과 수도권 등지를 무대로 펼쳐졌고 한 달사이 피해여성만 10여명에 다다랐다.

그러나 이씨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단지 ‘경찰’이라는 상대방의 신분과 자신들의 떳떳하지 못한 성매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성매매는 사실상 피해자, 가해자가 있을 수 없는 무서운 ‘그들만의 공간’”이라면서도 “인터넷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은 항상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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