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공포: 생리컵 국내 첫 시판 허가→깔창생리대·유해생리대 대안?..여전히 ‘찝찝’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과거 여성들은 ‘생리대’라는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기 꺼려했다. 여성들에게 있어서 생리대는 필수품이고 상징적인 것인데 말이다.

지난해 한 국회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생리대를 생리대라고 말하는 것이 거북하다며 ‘위생대’라고 부르자고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생리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정판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리대는 사회 이슈 중 하나가 됐다. 그 시작은 저소득층 소녀들이 비싼 생리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신발 깔창 등으로 버티고 있다는 ‘깔창 생리대’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이후 독성 물질 생리대 파동까지 겹치면서 안전한 생리용품을 찾는 여성들이 늘었다.

저렴하면서 안전하기까지 하다면 금상첨화. 하지만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비싸다. 그렇다고 안전하지도 않다. 여성들의 삶에 있어서 ‘필수재’라고 할 수 있지만 가격 문제와 안전성면에서 어느 것도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생리대 공포 대안’ 생리컵 국내 판매 허가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생리컵’을 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생리컵은 그동안 생리대 유해성 논란의 대체 방안으로 거론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미국 펨캡(Femcap)사가 제조한 생리컵 ‘페미사이클(Femmycycle)’의 국내 수입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는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이다.

식약처는 생리컵을 허가 및 심사하는 과정에서 ‘독성시험과 품질적합성 등의 안전성’, ‘제품 사용 시 생리혈이 새는 것 방지, 활동성 등 유효성’을 검토했으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자문을 거쳐 최종 허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의 경우 세포독성, 피부자극, 제품 중 중금속 등의 용출여부, 제품의 내구성 순도 등을 평가했다.

제조사가 제출한 인체적용시험에 따르면 생리컵 사용으로 인한 독성쇼크증후군(Toxic Shock Syndrome, TSS) 사례는 없었다.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을 장시간 여성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독성쇼크증후군은 황색포도상구균 독소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고열과 구토, 설사, 어지러움 등 증상을 동반하며 즉시 치료받지 않는 경우 쇼크상태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인체 위해성이 높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에 대한 조사와 위해 평가를 한 결과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유효성의 경우 3번의 생리 주기 동안 해당 제품을 사용한 후 생리혈이 샘 방지, 활동성, 냄새 방지, 편안함 등을 평가했다. 이 평가에서도 해당 제품은 합격점을 받았다.

# 생리대 가격만 평생 500만원..비싼데 안전하지도 않다

여성들은 일생의 절반을 생리대를 사용한다. 보통의 여성은 한달에 5~6일은 생리를 하고, 하루 평균 5개 정도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평생 생리대 가격으로 500만원을 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은 개당 331원으로 일본·미국(181원), 프랑스(218원), 덴마크(156원) 등에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비싸다.

이 같은 부담이 ‘깔창 생리대’ 사태를 낳았고 ‘생리대 인권’ 문제가 주요 담론으로 떠올랐다. 2015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저소득층 여학생은 약 10만명이다. 월평균 생리대 구매 비용은 2~3만원 정도. 이는 기초수급비로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건복지부와 전국 지자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지난 여름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생리양이 줄었다거나, 생리 기간이 짧아졌다거나, 생리통이 더 심해졌다는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릴리안 생리대’로 촉발된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청소년들을 위한 생리대 지원도 중단됐다.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지급된 생리대 중 800만개가 릴리안 제품인 것으로 확인된 것.

이후 릴리안 생리대뿐만 아니라 국내 11개 생리대 브랜드를 대상으로 독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200여 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다.

물론 식약처는 지난 9월28일 생리대 화학물질 함량이 인체에 유해한 정도가 아니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생리대값 거품 논란과 관련해 생리대 제조사 3곳을 직권 조사했다. 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 안전도 돈으로 사는 시대..‘여성혐오’ 인식은 풀어야 할 숙제

이처럼 높은 가격과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성 소비자들은 일회용 생리대 대체품인 면생리대와 생리컵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면서 가격면에서 부담도 적고 더 화학물질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

면생리대는 자주 빨아 써야하는 번거로움이, 생리컵 역시 체내에 삽입해 사용해야 한다는 거부감, 재활용 제품이기 때문에 세척 및 소독, 보관에 신경써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또 생리컵을 사용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일부 남성들은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결국 생리컵은 완벽한 대안이 아닌 하나의 선택지로 볼 수 있다. 이제 내 몸의 건강과 안전도 돈으로 사야 하는 시대. 씁쓸하고 화가 날 따름이다.

앞서 지난 8월 방송된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출연진들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생리에 대한 무지함이 이 문제를 축소시키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원인이지 않을까 한다”며 여성용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지적했다.

전 중앙일보 기자이자 식당 ‘월향’의 대표인 이여영 대표는 “생리컵 들어오는 거 가지고도 남자들이 말이 많다”며 “생리컵은 우리가 쓸지 말지 결정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남자들이 생리컵 찬반을 하고 있는 걸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지혜 저널리스트는 “‘생리컵을 쓰면 질이 늘어난다더라’ ‘처녀막이 손상된다더라’ 등 사실이 아닌 정보로 작성된 댓글이 많다”며 “설사 그렇다 한들 내 몸에 사용하는 것, 직접 결정할 일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독성 생리대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시각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한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는 “여성들은 오랫동안 생리대로 인한 피부자극과 발진, 생리통, 다낭성 증후군 등 크고 작은 질병을 얻어왔다”며 “이는 정부와 기업이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안이하게 대처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안으로 떠오른 생리컵은 이미 일반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리컵의 인체 유해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실리콘 알레르기나 세균 감염 등 부작용에는 완벽히 자유롭지 못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여성용품(생리컵)을 둘러싸고 온라인 상으로 각종 유언비어가 퍼지고 사회 일각에서는 여성 혐오 인식도 확산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리컵 논란 등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여성의 월경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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