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및 노동조합 “부검의 결과 과로사”vs 사측 “법정근로시간 지켰다”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인천공항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출근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유가족·노동조합과 사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유족과 노조는 고인의 사인이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법정 근로시간을 철저히 지켰다는 입장으로 진실게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8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인천중부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공항에서 근무하던 이모(49)씨가 최근 출근 후 사망한 것과 관련해 과로사 진상규명과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제공>

◆대한항공 자회사 근로자 ‘돌연사’..“죽음의 연장근무 멈춰야”

18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인천중부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사망한 이모(49)씨에 대한 과로사 진상규명과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한 달에 8~9일을 12시간 이상 근무하고, 1일 업무종료 후 연속휴게가 10시간도 못 되는 날이 5~6일에 달했다.

이씨가 집에서 인천공항으로 출퇴근하는 시간을 계산하면 사실상 3~4시간의 수면도 취하지 못하고 조업해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고인의 부검을 진행한 부검의는 이씨의 사인이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 날씨 영향을 사망 원인으로 유족에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고인의 죽음에는 무제한 연장근무를 강요하는 근로기준법 59조와 아무렇게나 떼였다 붙였다하는 탄력적근무제도가 있었다”며 “회사가 유족에게 전달한 3개월치 근무표에는 달랑 월 35시간의 연장근무만 기록돼 있다. 위법한 탄력적근무제와 20개에 달하는 근무조(shift)가 만들어낸 엉터리 연장근무시간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조는 “단체협약에 탄력적근무제 시행은 1일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음에도 한 달 8~9차례가 넘게 시간 초과를 하고 심지어 15시간 이상 근무를 지시한 날도 있었다”면서 “1주일에 52시간을 초과 근무 금지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고인의 소속부서 외에 램프화물, 항공정비 등 주요부서가 월 80~90시간이 넘는 연장근무를 하고 있어 회사가 시행한 탄력근무제는 온통 위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경찰단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7시49분께 인천공항 탑승동 안에 있는 탈의실에서 이씨가 작업복으로 갈아입던 중 쓰러졌다. 이후 이씨는 공항소방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한국공항은 7명을 1개 근무조로 편성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1개조에 5~6인 형태로 근무 방식을 변경했다. 이씨는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장시간 노동하게 됐고, 이 때문에 힘들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청에 한국공항을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회사의 공식적인 사과와 산재처리, 유족에 대한 보상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52시간 근무와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본인 동의하에 1주 12시간의 연장근무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나 램프화물, 항공정비, 램프여객 등 회사의 연장주요부서 모두에서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지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제공>

◆회사 측 “연장 근로 법 허용 범위인 주간 12시간 초과한 적 없다”

그러나 노조 측 주장과 달리 사측은 근무시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은 입장 자료를 통해 “현재 한국공항에서는 공항 업무 특성상 탄력적인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운영 중으로 해당 직원의 경우 주 5일 근무 스케줄을 지키고 있었다”며 “정상근무시간 외에 연장 근로는 법 허용 범위인 주간 12시간을 초과한 바 없다”고 노조 측 주장에 맞섰다.

이어 “해당 직원의 주간 평균 연장근무 시간은 9월 9시간, 10월 9시간, 11월 8시간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세부적으로 1일 근무 종료 후 연속휴게시간 최소 8시간 이상을 보장하고 있으며, 연속되는 5일 근무 마지막 날에는 휴무일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후 2시 이전 퇴근을 원칙으로 해 2.5일 이상의 실질적 휴무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장근무 시간이 지나치다는 노조 측 주장과 관련해서는 “주요 부서의 월평균 연장 근무 시간도 2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국공항은 대한항공 자회사로 항공화물 운반, 항공기 급유 등 항공기지상조업을 돕는 항공운수보조가 주요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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