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진단

“외국인 동일 임금은 불공정”..법 개정 시 근로기준법·ILO협약과 정면 배치

[공공진단] 황교안式 외국인 노동자 차별법

2019. 06. 19 by 강현우 기자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고 이를 위한 법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내·외국인이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은 불공정한 만큼 법 개정을 통해 내·외국인의 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황 대표의 발언은 현행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전면 배치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가 여전히 많은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법제화할 경우 이들은 지금보다 더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부산 중구 비프광장을 방문,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는 이날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가치는 옳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금지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국인은 국가에 세금을 내는 등 우리나라에 기여한 분들로, 이들을 위해 일정 임금을 유지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해왔고 앞으로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은 기업에 어떤 혜택이 주어진다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분위기가 있다”며 “우리 당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국내 근로자와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협약 제11호도 국적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대표의 발언은 현행법, ILO 협약과 배치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차별을 법제화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

이날 황 대표의 발언은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이 내국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부산상의 측의 하소연에 동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다문화센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부의 불평·불만을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후안무치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공당인 제1야당의 대표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황 대표의 반노동, 반인권 시각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생각되기에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황 대표 발언은 ILO가 규정하고 있는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 금지’에 명백히 반한다”며 “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을 내국인에 비해 싸게 지불할 경우 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든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대표는 하루빨리 자신의 언행이 잘못됐음을 깊이 인식하고 상처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차별해야 한다는 법무부 장관 출신 제1야당 대표의 소신은 근로기준법과 ILO 협약을 모두 위배한다”며 “그보다 이주민은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이 형평이라는 그의 편협함과 무식함은 인권을 위배한다”고 질타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뉴시스>

아울러 정치권도 황 대표의 발언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를 못한다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며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을 적게 주게 되면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만 더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국내 기업들은 당연히 임금수준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 더 고용하려 할 것”이라며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이 싸다면 임금을 적게 주는 노동자를 고용하지, 왜 돈 많이 줘야되는 사람을 고용하겠냐”고 꼬집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한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당사자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과 관련해 현행법과 비준된 국제협약을 모조리 부정한 발언으로 위험천만하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에 대해 논란이 일자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ILO 규정과 근로기준법의 정신이다. 존중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외국에서 온 분들이 (혜택을 받아) 결과적으로 차이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며 “임금 관련 부분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의 해명에도 일각에서는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요구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쟁점화된 이후 사용자 단체를 통해 꾸준히 제기돼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에 이주노동자는 수습 기간을 별도로 두고 최저임금을 최대 80%까지 감액하도록 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이에 이주노동자 노조 등은 인종차별이라며 강하게 항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이자 고용시장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제1야당 대표로서 이번 발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