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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50대 女, 지난달 26일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 유족·노조 “필기시험 등 학교 측 갑질에 스트레스..급성 심근경색” 2019년에도 사망사건..노동환경 개선 요구에도 잇단 비극 규탄

[공공돋보기] ‘갑질’로 물든 국내 최고 知性

2021. 07. 09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최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학교 측의 갑질과 이 노동자의 사망이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서울대 내에서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명실상부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대학교 안에서 노동자들의 존엄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국민적 공분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서울대는 최근 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갑질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9일 서울대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사망에 관해 총장 직권으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의 객관적인 조사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 갑질 의혹을 받는 기숙사 안전관리팀장은 기존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될 예정이며, 징계 여부는 인권센터 조사가 끝난 뒤 결정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인 이모(59)씨는 이 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사망 당일 오전 8시 925동으로 출근한 뒤 오후 12시20분께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유족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측은 이씨의 사망 원인으로 직장 내 갑질을 주장했다.

이씨는 평소 지병이 없고 건강한 편이었다는 게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의 전언이며, 사인은 스트레스에 의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노조는 “이씨는 서울대 측으로부터 부당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면서 “서울대의 태도와 지시가 이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라고 규탄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 A씨는 매주 수요일 청소노동자를 소집해 회의를 진행하면서 남성 노동자에게는 정장을, 여성 노동자에게 예쁘고 단정한 옷차림을 강요했다. 

작업 복장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할 경우 근무 성적에서 1점씩 감점하겠다고 했고, 또 볼펜이나 수첩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에도 인사고과를 1점씩 감점하겠다며 업무와 상관없는 스트레스를 줬다.

뿐만 아니라 팀장 A씨는 청소노동자들에게 ‘기숙사 이름 영문 및 한자로 작성하기’, ‘기숙사 준공연도 맞추기’, ‘소속팀 정확한 명칭 쓰기’ 등 문제가 담긴 시험을 출제하기도 했다.

이를 채점한 뒤 결과를 다음 회의에 공개적으로 밝혀 모욕감을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씨의 노동 강도도 증가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 

노조는 “이씨는 총 196명이 거주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매일 전 층의 대형 100L 쓰레기 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날랐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원들이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br>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원들이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대 교수들도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용욱 국사학과 교수 등 교수 4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는 8일 성명을 통해 “이번 청소노동자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교협은 “노동자의 안전, 업무와 무관한 단정한 복장 요구, 직무에 불필요한 시험 실시 등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며 ”직장 내 괴롭힘이나 산업재해 여부를 판정할 공동진상조사단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청소노동자 이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곳곳에서 이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목소리와 함께 서울대를 향한 비난이 확산됐다. 

특히 서울대 내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진 사건은 2년 전에도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2019년 8월 서울대 제2공학관(302동) 지하 휴게실에서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동료에게 발견된 사건이다.

이 노동자가 사망한 날인 8월9일은 최고기온이 34.6도였다. 그러나 1평 휴게실에는 에어컨과 창문이 없었다. 결국 고령의 노동자는 찜통 같은 열악한 휴게실 안에서 휴식을 취하다 숨을 거뒀다.

당시 청소노동자 사망으로 고용노동부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고, 노동자와 학생 수백명은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라”, “서울대는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외치며 집회와 행진을 진행하는 등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자를 둘러싼 비극적인 사건은 또 발생했다. 국내 최고 대학교, 지성(知性)의 전당이라는 서울대에서 비인성(非人性)적 행태가 행해진 것에 대해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이라는 간판을 무색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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