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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여중생 사건’ 성범죄 피해자 부모, 딸 극단 선택 전 작성한 유서 공개 “그날 생각하면 손 떨려”, “그만 아프고 싶다”..피의자 엄벌 촉구 목소리 ↑

[공공돋보기] 청주 여중생의 ‘마지막 호소’

2021. 08. 23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계부와 친구 계부로부터 학대, 성범죄 등 피해를 당한 두 명의 여중생이 지난 5월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어른의 그릇된 행동에 어린 10대 소녀들은 삶의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그렇게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아이들이 숨진 지 벌써 100일. 그러나 계부는 자신의 혐의 중 아동학대만 인정할 뿐 성범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친구 계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여중생의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가 발견되며 피의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친구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의 유서. <사진=SBS 뉴스 캡쳐>

“하나뿐인 소중한 엄마 아빠여서 고마웠어. 미안해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어요”

충북 청주에서 친구 계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여중생 A양의 유서가 사건 발생 3개월여 만에 첫 공개됐다.

A양의 부모는 지난 22일 청추 성안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를 공개하면서 피의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유서 안에서 A양은 자신이 당한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피의자를 처벌해 달라고 적었다. 또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도 담아냈다. 

A양은 “14년 동안 제대로 된 효도 하나 못해드려 미안하다. 엄마, 아빠 속 썩인거 너무 많은데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해”며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 너무 아팠어. 솔직하게 다 털어주면 좋았을 텐데 다 털어버리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얘기 못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A양은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고 성범죄 피해 고통과 함께 가해자의 처벌을 부탁했다.

또한 A양은 “엄마가 하던 잔소리도 이제 못 듣고, 아빠가 아침에 깨워주는 목소리도 못 듣는 거네. 너무 슬프다. 사랑해요”라며 “우리 아빠 누구보다 많이 여려서 혼자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난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드는 거 싫어.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해 꼭”이라고 적었다. 

A양은 “나는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불효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미안하다”며 “진짜 마지막으로 사랑합니다. 우리 가족들. 내 빈자리가 크지 않길 바래”라고 글을 맺었다. 

유족에 따르면, 해당 유서는 최근 A양의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A양은 5월12일 친구 B양과 함께 성범죄 및 아동학대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B양의 계부 C씨.

이 사건은 A양의 부모가 2월 C씨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2차례에 걸쳐 A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모두 반려했다.

그러는 사이 친구사이인 두 여중생은 안타까운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C씨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으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C씨는 A양과 B양에게 술을 마시게 한 혐의(아동학대)는 인정했지만,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충북 청주 성안길 사거리 ‘오창 여중생 사망 100일 추모제’ 헌화공간 앞에서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가 유서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A양의 부모는 “가해자가 뻔뻔스럽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피의자 엄벌을 촉구했다. 공정한 재판,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부모의 마지막 호소다.

앞서 19일 진행된 ‘오창 여중생 사망 100일 거리 추모제’에서도 유족 측은 “가해자는 숨진 아이들에게 술은 먹였지만,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했다”며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은 그 자체가 아이를 죽이는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성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철저한 수사와 재판으로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이 땅에 더 이상 성폭력으로 한 맺힌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강조했다.

끔찍했던 시간을 버티며 말 못한 고통을 느꼈을 10대 여중생. 종이 위에 꾹꾹 눌러 쓴 소녀의 마지막 심경에 피의자를 향한 국민적 공분도 확대되고 있다.

사회 ‘악’으로 꼽히는 성범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4대 강력범죄.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 성범죄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의 삶을 완전히 짓밟는 최악의 범죄로 꼽힌다. 

때문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지만, 성적 욕구와 충동을 주체하지 못하는 삐뚫어진 인간들로 인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  

아이들의 피해 호소에도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커지는 가운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아이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사법부가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 피의자에 대한 선처 없는 처벌이 내려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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