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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살해’ 김태현 1심 무기징역..檢 ‘살인’ 구형보다 한 단계 낮은 형량 양형 사유 ‘반성문’ 두고 비판 여론 ↑..대필 성행 범죄자 진실성 ‘의문부호’

[공공돋보기] 피해자 두 번 울리는 ‘감형의 기술’

2021. 10. 15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이른바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 김태현이 최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약 7개월 전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한 충격과 공포, 국민들의 공분이 여전한 가운데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라는 점에서 곳곳에서는 볼멘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무기징역은 전혀 가벼운 형량이 아니다. 다만, 범행의 잔혹성, 계획성 등을 따져봤을 때 재판부의 한 단계 낮은 형량 선고는 상당히 아쉽다는 평가다.

특히 양형 판단에는 ‘반성문’이 사유 중 하나로 참작됐다는 점에서 범죄자들의 반성문이 면죄부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사형 아닌 무기징역 선고

“세 명을 죽였는데 왜 무기징역 입니까? 우리나라 법 왜 이럽니까? 죽은 사람만 억울해야 합니까?” “일가족을 죽였는데 무기징역이라니. 유가족한테 사죄의 뜻을 밝히면 뭐하나요?” “유가족과 지인들까지 고통으로 몰아넣은 놈인데 반성하고, 초범이고, 도망을 안 갔다고 무기징역을 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에게 지난 12일 법원이 내린 무기징역 선고를 두고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 여성이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해오다 올해 3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피해 여성의 아파트에서 여성과 그의 여동생, 어머니까지 살해한 김태현에게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검찰 형량보다 한 단계 낮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태현이 이 사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벌금형 초과 범죄전력이 없다는 점, 범행 후 도주하지 않았으며 잘못을 반성한다는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선고 결과에 여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물론 법원이 여러 이유를 따져 내린 결론이겠지만, 범죄자가 선처를 호소하며 쓴 반성문에 이미 국민들이 많은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반성문이 양형 사유로 꼽히면서 재판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반성문은 그냥 감형 받으려고 수작부리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진짜 반성한다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해야지 왜 법원에 반성문을 내느냐”고 분노했다.  

<사진=뉴시스>

◆피해자 측 용서 못 받아도 ‘반성문’ 내면 선처?

김태현은 재판 과정에서 반성문을 제출하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김태현을 엄벌에 처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범죄자들의 반성문이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리꾼들은 반성문이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선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경우 2018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그 사이 40차례가 넘는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반성문 때문에 감형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또한 최근에는 성범죄 사건 등의 양형기준 감경요소로 ‘진지한 반성’을 적용하는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그만큼 ‘대필 반성문’도 성행하고 있어 실효성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의 경우 2016년 전체 피고인 2842명 가운데 38%에 해당하는 1082명이 진지한 반성으로 감경됐다. 

이렇게 감경된 비율은 2017년 64%(1886명), 2018년 75%(2129명), 2019년 78%(2139명) 등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최소 5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대신 반성문을 작성해주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 범죄자들의 반성이 진실한 것인지 신뢰도에 의문부호가 달리면서 이를 감경 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양형위원회가 진지한 반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범죄자가 반성하고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재판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박 의원은 “국민들은 양형기준에 의해 집행된 재판관들의 판결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많이 한다”며 “반성문을 대신 작성해주는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닌 상황에서 진지한 반성을 감경요소로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 미시간주 랜싱 법원 판사 로즈마리 아킬리나 <사진=KBS1 뉴스 캡쳐>

◆진지한 반성 ‘의문부호’..누구나 동의하는 명확한 판결 필요

범죄자의 반성문과 진실성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은 지속될 전망. 

국내 재판부의 판결은 해외 사례와 종종 비교되고 있는데, 특히 2018년 미국 미시간주 랜싱 법원에서 열린 미 체조대표팀 전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공판에서 판사가 보인 단호한 태도는 수년째 회자되고 있다.

30년간 미 체조 대표팀과 미시간대학 등에서 팀 주치의로 활동하며 총 156명에 이르는 선수를 성폭행·성추행한 래리 나사르는 당시 자신의 범죄 행위를 반성하는 반성문을 제출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판사인 로즈마리 아킬리나는 그의 반성문을 읽다 말고 내던지며 징역 175년을 선고했다.

국내외에서는 통쾌하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사법부도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하고 통쾌한 판결로 더 이상의 피해자를 생성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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