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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천호동서 3세 남아 ‘대장 파열’ 사망..폭행 계모 구속, 친부 방조혐의 입건 ‘아동학대 예방의 날’ 맞아 전국서 캠페인 및 행사 진행..정부 대책 ‘여전히 미흡’ 지적

[공공돋보기] 아동학대 악순환의 ‘악몽’

2021. 11. 24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최근 ‘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19일)을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념행사와 예방 홍보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고 경찰도 아동 대상 범죄 전담 연구기관을 출범시키는 등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까지 갈 길은 먼 모습이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 바로 다음날인 지난 20일 계모의 폭행으로 세 살 아이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 의붓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모는 아이를 때렸고, 이 아이의 사망 원인으로는 ‘직장(대장) 파열’이 치명상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0월 여론의 큰 공분을 샀던 ‘정인이 사건’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남몰래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여과 없이 드러난 가운데 예방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3세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계모 이모씨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장 파열’ 치명상..계모 폭행에 숨진 3세 아이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23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33·여)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문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이유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달 20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세 살짜리 의붓아들 A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현재 임신 중이며 현장에는 생후 6개월 된 친딸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시각 집을 비웠던 A군의 친부는 오후 2시30분께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고 구토를 한 뒤 숨을 쉬지 않는다”는 이씨의 연락을 받은 뒤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출동한 구급대원으로부터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약 6시간 만인 오후 8시30분께 결국 숨졌다.

당시 경찰은 소방 요청에 따라 함께 현장에 출동했고, A군의 몸에서 멍과 찰과상 등 다수 학대 정황을 발견했다. A군 사망 직후 경찰은 이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피해 아동인 A군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와 관련, 국과수는 22일 부검 진행 결과 A군 사인에 대해 ‘직장(대장) 파열이 치명상으로 추정된다’는 구두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밖에 뇌출혈 흔적과 찍힌 상처, 고인 혈흔 등 지속적인 학대가 의심되는 소견들이 확인됐다. 

경찰은 집에서 빈 술병이 발견된 점 등을 미뤄 이씨가 당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와 음주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신고를 한 친부도 학대 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친부가 학대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직장파열이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미안하다” “아동학대치사를 아동학대살인으로 죄명을 변경하는 입법 해달라” “정인이 사건을 보고도 배우는 게 없나. 앞으로 아동학대로 사망하게 하면 무조건 사형시켜라” 등 미안함과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뉴시스>

◆계속되는 아동학대..근본 해결책 없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총 4만2251건, 이 가운데 조사 과정을 통해 아동학대 사례로 인정된 건수는 3만905건이었다. 이는 전년(3만45건) 대비 2.9% 증가한 수치.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2만5380건으로 전체의 82.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초중고교 직원이나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대리양육자 2930건(9.5%), 친인척 1661건(5.4%) 등 순이었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은 전년보다 1명 더 증가한 43명이다. 특히 이 중 태어난지 24개월 미만인 1세 이하 아동의 수는 27명(62.8%)에 달했다. 영아의 경우 발달 특성상 학대에 더 취약한 상황으로 학대의심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1~3세 9명 ▲7~8세 5명 ▲4~6세 4명 ▲13세 3명  9세와 15세 각 1명씩이다.

치명적 신체학대에 의한 사망이 14명, 극단적 방임 13명, 자녀살해 후 자살 12명, 신생아 살해 3명, 정신질환 살해 1명 등으로 집계됐다. 

학대 피해를 당한 아동이 재학대를 당한 사례도 3671건이나 됐다. 정부는 이 같은 재학대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3월30일부터 ‘즉각분리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보호 장치 마련에도 정부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달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84.2%)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사건이 발생하면 반짝하고 마는 관심(76.6%)이 1위로 꼽혔다. 이어 가해자에 대한 약한 처벌(67.9%), 대응 인력의 전문성 부족(31.7%), 아동학대 예방·대응을 위한 투자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아이들의 눈물과 비극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아동학대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악순환 막기 위한 막중한 책임감 필요

이런 가운데 ‘아동학대 예방의 날’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하고 아동의 건강한 성장 도모, 그리고 범국민적으로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11월19일을 아동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또 아동학대 예방의 날부터 일주일을 아동학대 예방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올해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복지부는 1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교육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경찰청과 함께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정부는 ▲자녀 알기 ▲부모로서의 나 자신 돌아보기 ▲자녀의 ‘문제행동’이라고 생각한 것이 정말 고쳐야할 행동인지 관점 바꾸기 ▲부모로서 자녀와 같이 성장하기 ▲자녀와 보내는 시간에는 온전히 자녀에게 집중하기 ▲자녀의 의사표현 경청하고 공감하기 ▲일관성있는 태도 유지하기 ▲부모도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전문가에 도움 요청 등 함께 키우기 등 9가시 실천 방법이 포함된 ‘긍정 양육 129 원칙’을 선포했다.

또한 내달까지 아동학대 예방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공익광고 송출 등 예방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올해는 우리나라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라며 “아동권리 보장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아동학대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개입하고, 긍정적인 양육문화 확산을 통해 학대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와 관계부처, 지자체가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또 한 아이가 어른의 무자비한 폭력에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화성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 20개월 의붓딸 학대·성폭행 사망사건 등 곳곳에서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대응방안이 ‘탁상행정’에 불과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욱 강력한 해결책과 막중한 책임감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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