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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소선 여사,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 실형 후 재심서 무죄 전태일 열사 “어머니가 제 뜻 이뤄달라” 유언..평생 노동운동가 활동

[공공돋보기] ‘노동자의 어머니’ 41년 만에 되찾은 명예

2021. 12. 21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고(故)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故 이소선 여사가 41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노동운동가이자 민주화운동가인 이 여사는 지난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을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현재,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인정받으며 늦었지만 비로소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됐다. 

고(故) 이소선 여사 <사진=뉴시스>
고(故) 이소선 여사 <사진=뉴시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홍순욱)은 21일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 여사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여사는 1980년 5월4일 고려대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시국 성토 농성에서 학생과 노동자들을 상대로 청계피복노동조합 결성 경위 등에 대해 연설했다. 또 9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노총회관에서 금속노조원 600여명과 함께 집회에 참석, ‘노동3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에 당시 계엄 당국은 이 여사를 체포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불법 집회를 주도하고 계엄포고를 위반했다며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4월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특별재심 조항을 근거로 이 여사를 포함해 계엄포고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민주화 운동가 5명에 대해 “헌정 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면서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5·18과 관련된 행위 또는 12·12와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헌법 존립과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행위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 판사는 “1980년 5월 대학생들 시국 농성과 노동자들 집회에 참여한 행위는 시기와 동기, 목적, 대상, 수단 등에 비춰 볼 때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대응한 민주화운동 및 헌법상 정당행위에 해당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여사의 아들인 전태삼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이 살아생전 참회하고 뉘우치고 국민 앞에서 사죄하기를 40년 동안 학수고대했다”며 “사과 한마디나 뉘우침 없이 저세상으로 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머니의 무죄판결에 대한 소감에 대해 “참담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보고 싶어 하는 게 어머니의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왜 이소선 여사가 군사재판을 받아야 했는지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故이소선 여사의 재심 선고공판이 열린 2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이 여사의 무죄 선고가 내려진 뒤 아들 전태삼씨가 전두환심판국민행동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故이소선 여사의 재심 선고공판이 열린 2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이 여사의 무죄 선고가 내려진 뒤 아들 전태삼씨가 전두환심판국민행동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편, 전태일재단은 이날 이 여사의 재심 무죄 선고에 대해 “당연하다”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재단은 “우리는 이번 재심 첫 공판에서 어머니는 역사의 법정에서 이미 무죄이며, 사법당국이 이 역사의 무게를 인식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며 “국가의 판결은 비록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이유는 단지 어머니의 명예 회복이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국가는 어머니에게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었으나, 어머니의 이름은 단 한 순간도 더렵혀진 적이 없다”며 “노동자의 어머니는 의롭고 꿋꿋하다. 우리는 이소선 어머니의 무죄 판결이 역사의 법정이 국가의 법정 위에 서는 마중물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소선 어머니는 평생을 노동하는 민중의 어머니로 사셨다. ‘어머니 제 뜻을 꼭 이루어주세요’라는 아들의 유언에 눈물을 삼키며 인간해방의 길에 나섰다”며 “‘노동자는 하나 되어라’라고 당부하며 눈을 감으신 지 10년, 우리는 어머니의 눈물을 되새기며 역사의 법정에서 죄인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단은 “오늘 이 무죄 판결은 이소선 어머니 한 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재판부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 땅의 모든 전태일과 이소선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사죄하기를 사법당국에 바란다”며 “그것이 오늘 여러분이 읽은 이소선 어머니 무죄 판결문에 담긴 정의의 주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2011년 9월3일 소천한 이 여사는 눈을 감기 전까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동운동가의 삶을 살았다.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달라’는 아들 전태일 열사의 유언에 따라 이 여사는 생의 마지막까지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보살펴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불평등’이 존재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끓는 상황.

이번 기회를 통해 이 여사의 삶과 정신을 다시 기리며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며, 동시에 더 이상 억울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잘못된 공권력 행사는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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