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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 5명 중 1명 “노력해도 성공 못한다”..28년간 12.4%p↑ 교육부 실태 조사, 미성년자 부당하게 저자 등재 연구물 총 96건 저(低)신뢰 사회, 불신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 치러야 ‘경고’

[공공돋보기] ‘부모찬스’가 부른 청년층 열패감

2022. 04. 29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답한 한국 청년의 비율이 20.8%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 청년 다섯명 중 한 명은 자신이 노력해도 공정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공정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실태 조사가 발표됐다. 바로 교육부의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결과’다. 

이처럼 ‘부모찬스’ 논란이 연일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며 그 어느 때보다 공정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는 열패감(劣敗感)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력해도 성공 못 해’ 청년 비율 28년간 12.4%p↑ 

29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사회전환을 위한 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조사기관인 월드 밸류 서베이(World Values Survey)의 7차 조사(2016~2020년)에서 한국의 청년 중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20.8%를 기록했다. 

반면 동 기관의 2차 조사(1990~1994년)에서 한국 청년들이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28년 사이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답한 청년층의 비율이 12.4%p나 상승한 것. 이에 대해 보고서는 “현재 우리 청년층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열패감 현상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 밸류 서베이는 국제조사 전문 기관으로, 사회과학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에서 각종 가치관 조사를 시행한다. 해당 기관은 한국인 1200명을 대상으로 1990년부터 5년 간격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2차 조사 당시 ‘청년’의 기준은 ‘29세 이하’였으며, 최근 발표된 7차 조사에서 청년의 기준은 16~24세였다. 조사 연령대가 다소 상이하지만, 한국의 청년층 중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중국 청년층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멕시코, 스웨덴, 미국 등 21개국에서 실시된 7차 조사에서 부정적으로 답변한 비율은 평균 14.6%에 그쳤다. 

아울러 보고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신뢰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이 2013년 71.4%에서 2020년 44.9%로 26.5%p나 감소했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대인신뢰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는데, 보고서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공정성의 문제는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지 않는 제도에 대한 신뢰와 관련돼 있는 까닭이다.

각 국가별 청년층의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응답비율 추이. <자료제공=
각 국가별 청년층의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응답비율 추이. <자료제공=한국행정연구원>

◆교육부 ‘미성년 공저자 연구 검증’ 불러온 파문

보고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는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바로 공정성이라는 규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최근 공정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는 실태 조사가 하나 발표됐다. 바로 교육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결과’다.

2017년 12월부터 총 5차례 실태 조사가 이뤄졌으며, 그 대상은 2007년부터 2018년 사이 발표된 연구물 중 대학의 교원과 고등학생 이하의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 및 프로시딩(정식 출판 논문이 아닌 학술대회 발표목적 연구물)이었다. 

그 결과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1033건 중 미성년자가 부당하게 저자로 등재된 연구물은 총 96건으로 밝혀졌다. 

저자로 등재된 교수는 총 69명이었으며, 미성년자는 82명이었다. 이 중 미성년 자녀가 교수 부모의 논문에 공저자로 등재된 이른바 ‘부모찬스’ 건수는 50건에 달했다.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각 대학에서 교원 징계가 진행됐으며 중징계 3명, 경징계 7명, 주의·경고 57명 등이었다. 

아울러 연구물을 대입에 활용한 데 따른 조치도 진행돼 각 대학 심의 결과 10명 중 5명은 입학이 취소됐다. 고려대와 전북대에서 각 2명, 강원대에서 1명이 입학취소 처분을 받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육부는 엄정한 연구윤리 확립과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번 발표를 통해 정직한 연구문화가 현장에 정착되고 공정한 대입운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논문 공저자로 미성년자를 부당하게 등재한 교수 69명 중 제대로 된 징계를 받은 교수가 1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 이에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연구부정 판정 논문 대입활용 사례에 대한 조치내역. <자료제공=교육부>
 연구부정 판정 논문 대입활용 사례에 대한 조치내역. <자료제공=교육부>

◆청년 열패감, 저(低)신뢰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이와 같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 논란은 ‘부모찬스’, ‘엄빠찬스’로도 불리며 수많은 국민에게 허탈감을 줬다. 

특히나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자녀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서 발표된 조사이기에 더 큰 분노를 일으켰다.

이처럼 일부 특권층이 불법·편법을 동원해 자녀에게 불공평한 혜택을 줬다는 사실은 다수 시민에게 박탈감을 준 동시에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트렸다.

일각에서는 사회에 대한 신뢰 하락이 공동체 와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경제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신뢰야말로 공동체의 협력을 가능케하는 핵심적인 사회적 자본이라 설명했다. 같은 사회를 구성하는 타인이 나처럼 윤리와 규칙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저(低)신뢰 사회에서는 불신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사회적 비용 중 하나가 청년층 사이에 확산되는 열패감이다. 우리 사회는 적어도 청년들에게 시합도 하기 전에 져버리고 말았다는 좌절감을 줘선 안 된다.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보장돼있지 않은 사회, 좋은 부모를 둔 사람만이 노력에 비해 더 큰 풍요를 누리는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은 청년층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한국의 성장 엔진을 꺼트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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