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돋보기

군사정권 시절 부랑인 선도 명분 아래 불법감금·암매장 등 자행 진실화해위, 지난해 5월 조사개시 의결 1년3개월 만에 첫 결과 수용과정 위법성, 인권침해, 정부 조직적 축소·은폐 시도 등 확인 “국가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공식 사과하고 지원방안 마련해야”

[공공돋보기] 형제복지원, 35년 만에 인정된 ‘국가범죄’의 참상

2022. 08. 24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군사정권 시절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 아래 사람들을 불법감금하고 가혹행위 등을 일삼으며 인권을 유린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났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에 국가 기관이 처음으로 국가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인정한 것이다.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자료집 <사진제공=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자료집 <사진제공=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35년 만에 진실규명..“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태로 꼽힌다.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불법감금과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이 자행됐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및 유족은 지난 2020년 12월10일 공권력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수용 중 강제노역, 구타 및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인권침해 피해를 밝히며 진실규명을 요구하기 위해 진실화해위에 1호 사건으로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해 5월27일 최초 조사개시를 의결했으며, 진실규명을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결과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규명됐고,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제26조에 따라 신청사건에 대해 전날(23일) 진실규명 결정을 의결했다.

조사개시 1년3개월 만에 첫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 이번 진실규명은 전체 신청자 544명 가운데 지난해 2월까지 접수된 191명을 대상으로 했다. 

진실화해위는 35년 만에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의 심각한 인권침해 ▲의료문제 및 사망자 처리 의혹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시도 등을 밝혀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형제복지원 사건은 사회통제적 부랑인정책, 사회복지 및 치안관계 법령, 내무부훈령 제410호, 부산시 부랑인 일시보호 위탁계약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부랑인으로 칭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해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또한 부랑인을 정의하고 단속과 강제수용의 근거로 삼은 관계 법령, 지침, 계약뿐만 아니라 실제 경찰 등의 단속 행위도 위헌·위법해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훼손한 중대한 인권침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에서 감금 상태에 있던 피수용자는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에 이르는 등의 인간 존엄성을 침해받았으며 국가가 형제복지원에 대한 관리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국가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정을 묵살했고, 사실을 인지했으나 조치하지 않았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을 축소·왜곡해 실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합당한 법적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국가 공식 사과, 피해 회복 및 치유 방안 마련 권고

진실화해위가 이번 진실규명을 통해 확인한 사망자 수는 모두 657명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많은 규모다. 

진실화해위는 최초로 확보한 사망자 통계, 사망자 명단 등 14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같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형제복지원 수용자 중 응급 후송 중 사망(DOA) 등 의문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망진단서도 조작한 것으로 확인했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명이었다. 1984년에는 최대 4355명에 달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과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종 시설에서의 수용 및 운영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회에는 6월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진실규명 결정은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세상에 피해 사실을 밝히고, 진실을 규명하고자 애써온 오랜 노력의 결과”라며 “앞으로 우리 위원회는 이번 진실규명에 포함하지 못한 신청인과 올해 12월9일까지 추가로 접수될 사건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을 통해 과거와의 화해를 바탕으로 국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오랜 시간 동안 고통과 상처 속에 살아온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형제복지원의 끔찍한 만행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87년 이곳을 탈출한 사람들에의해서다.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전두환 정권이 ‘안전한 사회, 복지강국’을 기치로 거리 환경을 정돈하고 부랑인에게 복지를 제공한다며 진행한 최악의 인권 유린 사건이다. 

영문도 모른 채 경찰관에게 끌려가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감금된 피해자들. 이들은 모진 구타와 성폭행, 그리고 강제 노역을 감당해야 했으며 인권은 없었다.

이번 진실규명과 이를 통한 국가의 진정한 사과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35년 만에 ‘국가의 책임’임이 분명해진 가운데, 수십년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의 정신적·육체적 피해는 돈으로는 절대 치유할 수 없다. 

피해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고 파괴한 국가가 돈 보다는 상처난 이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어루만지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악몽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는 국민에 대한 진정한 도리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