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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담배 향 대신 특정 맛·향 나도록 감미료 첨가 흡연 거부감 낮추지만 가향물질 위해성 우려 심화 13~18세 흡연자 중 85%가 사용..인식도 ‘긍정적’ “국민 건강 고려 현실적 규제 개선 방향 필요” 지적

[공공돋보기] 위험한 유혹 가향담배

2022. 09. 27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흡연자 중 ‘가향담배’ 사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 속에서 가향담배가 첫 흡연 시도를 쉽게 하고, 금연은 더 어렵게 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향담배란 담배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 대신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설탕과 감미료, 멘톨 등을 첨가해 만드는 담배 제품을 의미한다. 

가향담배는 흡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춰주지만, 담배에 포함된 가향물질이 중독을 심화시키고 독성을 강화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만큼 가향담배와 관련된 규제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젊은 흡연자 중 77.2% 가향담배 사용..청소년 예외아냐 

27일 질병관리청은 ‘가향담배 사용현황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희진 연세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만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만 13~39세의 젊은 현재 흡연자 5243명 중 77.2%(4045명)가 가향담배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조사 당시 사용률인 64.8%(현재흡연자 4360명 중 2827명)에 비해 12%p 이상 높아진 수치로, 젊은 층에서의 가향담배 제품 선호도가 증가한 것이란 해석이다.

흡연자 중 가향담배 제품 사용률은 성별로는 남자가 75.9%, 여자 78.4%로 여자가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만 13~18세가 85.0%로 만 19~24세(80.1%), 만25-39세(74.5%)에 비해 가장 높았다.

특히 만13~18세 응답자에게 가향담배제품 사용률이 높은 이유를 심층면접한 결과, 남자는 처음에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다고 답했다. 여자는 일회용 액상형전자담배로 거부감 없이 흡연을 시작한 후 액상형 전자담배를 지속 사용하거나 일반담배(연초)로 전환한다고 답변했다.

가향담배 제품이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흡연 경험자(6374명)의 약 67.6%가 ‘가향담배가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이는 ‘영향이 없었다’고 답한 32.4%(2,064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가향담배를 선택한 이유는 ▲향이 마음에 들어서 ▲냄새를 없애줘서 ▲신체적 불편함(기침, 목이물감)을 없애줘서 순이었다. 

또한 비흡연자를 포함한 전체 응답자 1만30명을 대상으로 ‘가향담배제품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질의한 결과, 만 19~39세에서 ‘맛-취향에 맞는 향’ 순의 답변이 나왔다. 이 중 만 13~18세에서는 ‘맛-호기심-취향에 맞는 향’ 순으로 나타나 청소년은 가향담배 선택에 있어 ‘호기심’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향담배제품 사용경험자에서 흡연시도에 대한 가향의 영향. <자료제공=질병관리청>
가향담배제품 사용경험자에서 흡연시도에 대한 가향의 영향.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청소년 가향담배 긍정 인식에 질병청 규제 개선 촉구

해당 연구에 따르면, 가향담배는 흡연 시도 뿐 아니라 ‘흡연의 유지’와 ‘금연 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두 모금 피움)한 경우, 비가향 담배로 시도한 경우보다 현재흡연자일 확률이 1.4배 높았다. 가향담배 흡연을 지속할 확률도 10.9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담배제품(가향·비가향) 별 흡연시도 후 현재 해당제품 사용률도 가향담배가 비가향담배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가향담배 제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2016년 선행 연구에 비해 전반적으로 가향담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가향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질문(만 13~39세 대상)에 대한 2016년 연구에서는 비흡연자(95.5%), 비가향담배흡연자(93.1%), 가향담배 흡연자(92.0%) 순으로 가향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비흡연자(89.1%), 비가향담배흡연자(77.6%), 가향담배 흡연자(79.7%) 순으로 응답해 모든 대상에서 가향담배에 대한 건강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만 13~18세 대상으로 조사한 ‘가향담배 흡연자는 비가향담배 흡연자보다 친구가 더 많다’라는 문항에 대해서는 ‘가향담배 흡연자(46.4%)-비가향담배 흡연자(44.2%)-비흡연자(28.9%)’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청소년, 특히 담배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 흡연이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대해 백경란 질병청장은 “만13~18세의 청소년이 가향담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쉽게 흡연시도를 하는 데 이용하고 있어 관련 규제 정책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가향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서도 지속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금연이 어려우므로, 비흡연자는 절대 시도하지 않아야 하며 흡연자는 금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흡연 과정 중 멘톨의 약물학적 효과 및 영향. <자료제공=한국건강증진개발원> 
흡연 과정 중 멘톨의 약물학적 효과 및 영향. <자료제공=한국건강증진개발원> 

◆가향물질 독성 강화 위해성 제기에 심화되는 우려

이처럼 젊은 흡연자 중 10대가 가향담배 제품을 사용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흡연이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만큼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

특히 일각에서 가향담배가 담배의 독성과 중독성을 심화시키는 등의 위해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우려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건강증진분야 준정부기관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김지혜 선임연구원은 2017년 ‘위클리 이슈 제6호’에서 가향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담배에 포함돼 있는 가향물질은 담배의 맛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중독을 심화시키고 독성을 강화시킴으로써 흡연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이어 독일 암 연구센터(German Cancer Research Center)를 인용해 “대표적인 가향물질인 멘톨은 말단 신경을 마비시켜 담배연기를 흡입할 때 느껴지는 자극을 감소하고, 이는 흡연자가 담배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도록 해 중독 가능성과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설탕과 같은 감미료의 경우 연소되면서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하며, 코코아 성분 중의 테오브로민은 기관지를 확장시켜 니코틴이 흡연자의 폐에 보다 용이하게 흡수되게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부연했다.

또한 김 선임연구원은 가향담배가 애초에 기존 흡연자보다는 아동, 청소년 및 젊은 성인층을 신규 흡연자로 만들기 위해 개발·제조된 담배 제품이라 꼬집으며, 가향담배 사용 양상 등에 근거한 규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향담배의 위해성이 제기되는 동시에 가향담배가 첫 흡연 시도를 쉽게 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가향담배 관련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21대 국회에서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인이 가향물질 캡슐을 사용한 담배 제조 및 수입 판매를 금지하고,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함으로써 흡연자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의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현재 계류돼 있다.

담배 규제 정책의 경우 담배 사업자의 영업권과 소비자의 선택권, 국민 건강 보호가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여러 이해 관계와 함께 국민의 생명·건강을 고려해 현실성있는 가향담배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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