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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포기 청년들:경제적 압박 속 N포세대 증가→미래 위한 구조·환경 개선 필요

[공공story] 익숙함이 주는 경고

2022. 10. 23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저도 30대이긴 하지만, 청년층 일자리가 없다는 말은 솔직히 저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아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기는 했지만 저도 그렇고 제 주위에는 사실상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 없었거든요. 지난해 여행사를 다니던 지인이 실직하긴 했지만, 곧바로 미용 관련 자격증을 따서 취업까지 이어지기도 했죠. 본인 의지와 능력만 된다면 취업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보다 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일자리를 구할 때 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많은 것을 따지잖아요. 사실 저도 MZ세대인데 그 친구들을 보면 ‘그만큼 능력이 될까’라는 생각도 하죠. 물론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요. 공부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자격증도 많이 취득했음에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취업을 포기해버린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긴 한데, 능력도 노력도 없이 소위 ‘눈이 높은’ 친구들도 상당히 많더라구요. 11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제 시선에서는 능력도 안 되는 상황에서 편한 일자리, 고연봉만을 바라는 친구들이 이해는 안 가죠. 제가 ‘꼰대’인 걸까요.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사회환경이 조금 더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필요성은 느끼고 있어요. (여·35·서울 관악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N포세대 : ‘N가지’의 것들을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로, 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20·30대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일컫는 단어.

취업, 연애, 결혼, 인간관계, 내 집 마련까지 포기에 익숙해진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경제적인 압박이 청년들에게 평범한 모든 것들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그저 편하게 살기만 바랄 뿐 노력하지 않는 ‘낙오자’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바랄 것이 없는’ 청년들이 왜 계속 늘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 대학생 10명 중 7명은 ‘구직 포기’

청년 구직자 10명 중 7명이 현실과 희망사항 괴리 등을 이유로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65.8%는 사실상 구직 단념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구직단념 비중은 구직활동 실태 응답 중 ‘의례적으로 하고 있음’(31.8%), ‘거의 안 함’(26.7%), ‘쉬고 있음’(7.3%)을 합한 수치. 10명 중 7명은 구직에 대한 기대가 없는 셈이다. 

반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은 10명 중 2명에 해당하는 16.0%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49.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14.5%), ‘전공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가 없거나 부족해서’(14.5%), ‘적합한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가 없어서’ 등 답변이 이어졌다.

응답자 29.6%는 올해 대졸 신규채용 환경이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봤다. 이는 지난해보다 좋다(5.6%)고 답한 대학생의 5.3배에 달한다.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본 대학생은 29.0%였다. 

대학생 10명 중 7명(66.3%)은 취업 준비기간으로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1년 이상’을 내다본다는 응답 비중도 36.4%나 됐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 1위는 28.2%를 차지한 ‘경력직 선호 등에 따른 신입채용 기회 감소’였다. 이어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26.0%),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 기회 확보 어려움’(19.9%), ‘물가 급등에 따른 취업준비 비용 부담 증가’(13.9%) 등 순이었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은 ▲대기업(20.4%) ▲중견기업(19.0%) ▲공기업(17.8%) ▲정부(공무원)(16.2%) ▲중소기업(11.9%) ▲벤처·스타트업(7.0%)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취업희망 1위 기업인 공기업(18.3%)은 올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공기업과 대기업 선호도가 1~2위를 앞다퉜지만, 올해 처음으로 중견기업이 공기업을 앞지른 상황. 

전경련은 “고용 안정성보다 공정하고 확실한 보상을 선호하는 청년들의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로 취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중소기업(28.3%) ▲중견기업(21.9%) ▲정부(14.7%) ▲공기업(11.1%) ▲벤처·스타트업(9.0%) ▲대기업(7.9%) 순으로 희망 기업 선호도와는 괴리가 있었다.

지난 2021년 11월2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청년 노동자 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안전하고 양질의 청년일자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21년 11월2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청년 노동자 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안전하고 양질의 청년일자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양질 일자리 창출” vs “눈 낮춰야”

이처럼 최근에는 구직을 단념한 ‘니트(NEET)족’이 급증하고 있는 상태.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가뜩이나 취업문이 좁아진 상황 속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구직 경쟁에 몸도 마음도 지친 청년층이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기를 택한 것.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3년 넘게 취업하지 못한 상태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 청년(15~29세) 니트족 수는 8만4000명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고졸자는 5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문대(초급대, 2·3년제 대학 포함) 졸업자 1만9000명, 대졸자 9000명, 중졸자 5000명 등 순이었다.  

청년 연령을 청년기본법에 따라 34세 이하로 확대할 경우 3년 이상 장기 니트족 수는 12만6000명까지 증가한다. 13만명가량의 청년이 어떠한 경제활동이나 여가활동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들이 취업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게 된다는 것. 

소득이 없는 니트족은 소비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이 늘어날수록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리고 국내총생산도 감소시키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이와 동시에 실업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 우려도 나온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시장엔 벌써 겨울이 다가왔다”며 “규제 완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으로 기업 고용여건을 개선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년 구직자들이 눈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부 기성세대들은 “눈만 높고 능력은 없는데 일자리 없다고 투정만 부린다” “조금이라도 힘들면 그만두고 쉬운 일하면서 돈은 많이 받고 싶어한다. 청년들아 정신 좀 차려라” 등 청년들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 9월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22 청년의날 청년정책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9월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22 청년의날 청년정책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포기에 익숙한 청년들이 주는 경고

저마다 사정과 사연이 있겠지만, 청년들이 구직 활동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사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서 15~29세 청년층의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청년층 취업자 수 증가 폭은 5월 19만6000명을 기록한 뒤 6월(10만4000명), 7월(9만2000명), 8월(8만1000명) 그리고 지난달까지 넉 달 연속 감소했다.

경쟁에 지친 요즘 청년들은 포기에 익숙해진 상태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가운데 이미 연애·결혼·출산을 넘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20·30대 ‘N포세대’ 증가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상황이다.

현재 20·30대 청년들은 미래 관점에서 봤을 때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이 앞으로 국가와 기업 발전을 이끌어 갈 핵심적인 역할을 할 세대라는 것. 

그러나 부모님 세대에서 평범했던 것들은,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더 이상 평범한 것이 아닌 게 됐다.

혹자는 “각종 정부 지원금으로 청년들이 속편하게 놀고 먹는다” “나이 먹어서도 부모님 등골을 빼먹는다”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 청년들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아무런 노력 없이 편하게 살고자 하는 청년들이 존재하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경쟁 사회에 지쳐 ‘번아웃’을 겪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해 포기해버린 청년들도 우리 주변에는 상당하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는 서로 다른 환경과 경제 상황에서 살아왔다.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소위 ‘요즘 것들’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다른 상황을 이해하고 서로를 향한 편견을 깨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기성세대들이 아직 미숙한 이들의 따뜻한 쉼터가 되어주고 청년들 역시 아무런 노력 없이 ‘잘 먹고 잘 살기’만을 바라는 철없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모세대 및 사회적 부담 가중, 경제 성장률 하락, 출산율 저하까지. 포기에 익숙한 청년들이 주는 경고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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