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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0년 된 형사책임연령 ‘만 14세→만 13세’ 하향 추진 법무부 “국민 보호 필요성” vs 인권위 “실효적 대안 아냐”

[공공돋보기] 소년범죄의 딜레마

2022. 10. 26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촉법소년’은 형법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이들은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법무부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상한 기준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미성년자 범죄의 흉악성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인권위는 소년범죄 예방 및 재범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그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尹정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인권위 “바람직하지 않다”

인권위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소년법 개정안과 관련, 해당 개정안이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김진표 국회의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최근 법무부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한 살 낮추는 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2세 미만으로 2살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 6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검토에 착수했다.

현재 국회에는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과 관련된 7건이 발의된 상태다.

인권위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고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하향하는 것은 소년범에 대한 부정적 낙인 효과를 확대해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소년범죄의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소년비행 원인의 복잡성·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아동 발달 특성에 대해 고려해야 하며, 아동사법제도의 각 단계에서 문제점을 분석해 소년범죄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14세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거나 구금하지 않을 것을 대한민국에 권고한 바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안은 국제인권기준에 반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인권위는 “오늘날 소년범죄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소년 사건 재범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 소년교도소 등 교화·교정시설의 확충 ▲소년 담당 보호관찰관 인원 확대 ▲임시조치 다양화·교화 프로그램 개선 등의 추진을 제안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무부 ‘소년범죄 종합대책’ 발표..만 13세도 형사처벌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최근까지의 TF 운영 결과를 토대로 이날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흉포화된 소년범죄로부터 ▲국민 보호 필요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 상당 ▲13세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구분하는 우리 학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형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형법이 제정된 1953년에 비해 현재의 소년은 신체적으로 성숙했고, 사회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약 70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보호처분을 받은 전체 소년 중 12세와 13세의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13세와 14세가 차지하는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과 장·단기 소년원송치 보호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수용된 소년 중 12세 이하는 거의 없으나 13세부터 확연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하향 근거로 들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춤으로써 미성년자 전과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부분 소년범은 기존과 같이 소년부 송치되고, 계획적 살인범 또는 반복적 흉악범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기준 소년교도소 수용자 중 14세가 없는 등 형사처벌 남발 우려는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국제인권기준 권고 위배 여부에 대해서는 “국제인권기준은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고, 문화적 특성·사회적 환경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국가마다 다양하다”고 했다. 

실제 프랑스는 13세 미만, 캐나다 12세 미만, 잉글랜드·호주 10세 미만, 미국 뉴욕 13세 미만 등 다수의 주에서 10~13세 미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법무부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소년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족하다는 우려를 반영해 소년범죄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했다.

‘보호소년법’은 소년원 생활실 수용정원을 4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현재 10~15명 규모의 대형 혼거실에 수용돼 있다. 앞으로는 소년원 생활실을 4인 이하 규모의 소형 개별실로 전환, 2024년 전체 소년원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소년원생 1인당 하루 급식비인 6554원도 아동복지시설 수준인 8139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소년원생 하루 급식비는 2185원으로, 이는 서울 중학교 급식비인 4051원의 53.9%에 불과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학과교육 중심의 소년전담 교정시설도 운영한다. 유일한 소년구금시설인 김천소년교도소는 1981년 준공돼 노후화된 상태. 또 수도권과 떨어져 있어 보호자나 자원봉사자와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하며 학과교육 과정이 미흡해 학업단절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수도권에 교화에 특화된 교육 환경을 갖춘 소년전담 교정시설을 운영하고, 김천소년교도소 리모델링을 통한 학과교육과 직업훈련 분리 등 학과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구치소 내 성인과 소년 분리 규정도 신설해 구치소 수용 단계에서도 성인범과 소년범 간 거실 등 생활공간을 철저히 분리함으로써 범죄 학습기회 차단 등 소년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 

소년에 대한 실효적 보호관찰을 위해 소년 보호관찰 전담 인력 증원 보호관찰 전담인력도 증원한다. 

이밖에 소년교도소 검정고시반 필수과정, 대학 학과과정 신설과 맞춤형 교정·교화 프로그램 등도 신설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소년범죄 실질적 예방? 실효성 여전히 ‘의문부호’

한 장관은 이번 소년범죄 종합대책과 관련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던 소년범죄 대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문제뿐만 아니라 교정·교화 강화, 피해자보호 및 인권보호 개선, 인프라 확충을 망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대책 실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 법 개정 등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머 “그 과정에서도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법무부는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해 소년들이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복귀·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범죄로부터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소년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거세다. 

다만 분명한 점은 소년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갈수록 지능화, 흉포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성숙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 역시 놓쳐서 안 되는 부분이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 낙인이 찍힌 이들은 성인이 된 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촉법소년에 대한 교정과 교화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범죄를 단순 장난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라나는 청소년 시기의 치기어린 행동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잘못을 그저 방치한다면 가정도, 학교도, 우리 사회도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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