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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기업어음 부도·시장 혼란→재발방지 책임규명 필요

[공공story] 폭탄된 어린이왕국

2022. 10. 30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올해 레고랜드가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픈 하자마자 다녀온 두 남매의 엄마에요. 입장료가 다소 비쌌고 외부 음식 반입도 안됐지만, 아기자기한 레고 모형들 덕분에 볼거리가 풍성하더라고요. 저희 아이들은 정말 만족해했죠. 날씨가 좀 선선해진 뒤에 다시 방문을 하려고 했는데, 요즘 뉴스에 레고랜드가 연일 등장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지 뭐에요. 레고랜드때문에 경영이 악화돼서 강원도가 회생신청을 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 채권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어요. 굉장히 복잡해 보이던데, 어찌 됐던 이 사태로 인해 나라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게 달갑지는 않죠. 한켠에서는 이번 레고랜드가 야기한 불안이 IMF 사태보다 더 심각해 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면서요. 빨리 사태가 수습되고 책임 소지가 분명해졌으면 좋겠어요. (서울 양평동·40대 주부 박OO씨) 

지난 5월5일 필 로일(왼쪽)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사장과 존 야콥슨 멀린 엔터테인먼트 총괄 사장이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놀이시설 출입구 앞에서 공식 개장 기념 행사에서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5월5일 필 로일(왼쪽)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사장과 존 야콥슨 멀린 엔터테인먼트 총괄 사장이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놀이시설 출입구 앞에서 공식 개장 기념 행사에서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에 최초로 세워진 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가 연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개장 이후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들에 이어 채권시장 자금경색까지 촉발하며 사회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까닭이다. 

30일 레고랜드발(發) 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 전체에 도미노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대책 마련과 함께 재발을 막기 위한 원인 진단·책임 규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개장부터 입방아 오른 레고랜드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대한민국 강원도 춘천의 섬인 중도(中島)에 레고랜드가 문을 열었다.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이 레고랜드 조성을 위한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한 이후 11여년 만에 개장한 것. 

레고랜드는 디즈니 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과 함께 세계 3대 테마파크로 꼽히는 만큼 한국에 세워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끌었다.

강원도와 춘천시 등에 따르면 레고랜드 개장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효과가 5900억원, 직간접 고용 효과는 89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2013년 사업 부지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대거 출토되며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와 함께 시행사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으며 개장 시기가 일곱 차례나 연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운영이 시작됐지만, 이후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인해 레고랜드는 연이어 입방아에 올랐다. 

우선 사업 부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인근 비닐하우스에 방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로부터 문화재 보호·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시설 안전 문제도 불거졌다. 테마파크 내 롤러코스터인 ‘드래곤코스터’는 개장 이후 4번 멈춰섰고, 올해 7월에는 타워전망대 놀이기구가 25m 높이에서 멈춰서서 탑승해있던 19명이 2시간 가량 구조를 기다린 사건도 발생했다. 

소지품 검사와 외부 음식 반입 제한, 하루 최대 1만8000원의 주차료 징수, 고객에게 불리한 환불 규정 등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또한 ‘멍키 클라임’, ‘파이어 아카데미’ 등 일부 놀이기구들은 이용객이 직접 줄을 잡아당기거나 펌프질을 해야 움직이는 구조여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히 아이의 힘 만으로는 작동이 어려워 부모가 대신 작동시켜야 해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놀이공원 가서 유격 훈련 하고 왔다”, “이것은 놀이기구인가 노가다인가” 등의 이용 후기가 올라와 이목을 끌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 레고랜드, 자금시장 ‘돈맥경화’ 트리거 된 경위

이처럼 구설수에 오르내린 레고랜드는 최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회생신청 선언으로 인해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8일, 김 지사는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고랜드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GJC는 레고랜드 사업을 돕기 위해 설립됐는데, 그동안 경영이 너무 악화돼서 이대로 가다간 강원도가 고스란히 보증 채무를 떠안을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법원에 의해 선임된 관리인이 잘못된 계약이나 업무처리가 없었는지 점검하고 새로운 인수자를 찾게 되는 것”이라며 “강원도가 안고 있는 20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번 회생신청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레고랜드는 외국기업이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아주 불공평한 계약구조임에도 그동안 강원도는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며 “레고랜드는 레고랜드, 강원도는 강원도다. 이제 출구전략을 찾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GJC가 자금을 빌리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의 2050억원 규모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는 이달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같은 상황은 채권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서서 최고 신용등급인 A1을 받았던 ABCP가 부도 처리되자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진 까닭이다.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높은 신용도를 부여해왔던 채권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일파만파 퍼지며 일반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이 이어졌다.

그러자 레고랜드 사태 이전에도 좋지 않았던 채권 시장의 상황이 얼어붙으며 기업의 돈줄이 마르는 ‘돈맥경화’가 심화됐고, 시중에는 일부 건설사·증권사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이에 정부는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한 단속과 동시에 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먼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중 1조6000억원 규모의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해 이달 24일부터 시공사 보증 PF-ABCP 등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전했다.

추가 펀드 자금요청(Capital Call) 작업도 내달 초부터 본격 집행하고 필요시 추가 조성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 한도도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확대됐다. 또,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발행한 CP도 매입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부동산 PF-ABCP 관련 시장 불안을 안정시켜 나가기로 했다.

한국은행 역시 단기금융시장 및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팔을 걷었다. 이달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증권을 확대해 국내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29조원으로 늘렸다. 

또한 증권사·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6조원 수준의 RP매입 역시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강원시장, 이번 사태에 “조금 미안하다”

같은 날, 동아시아 지방정부 관광연맹 총회 참석 차 베트남으로 출국했던 김 지사는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 지사는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오늘 오전 경제부지사가 더 진전된 강원도의 입장을 밝혔다. 올해 12월15일까지 이행하겠다는 변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원도가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이후 신용공급 경색이 된 것에 대해 김 지사는 “이렇게까지 일이 크게 번지고 여러가지 금융 불안이 초래된 것에 대해선 이미 유감의 뜻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회생절차를 할 때도 저는 보증 책임은 이행하겠다, 그런데도 금융불안이 생기니 1차 만기일인 내년 1월까지 갚겠다고 했다”며 “그래도 기왕이면 금년 내로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많다는 걸 듣고 오늘 힘들게 12월15일까지 다 변제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김 지사는 이번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 정부가 50조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 책임감을 느끼냐는 물음엔 “조금 미안하다”고 답했다.

이어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제1야당은 김 지사의 입장 표명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28일 국회에서 열린 ‘김진태발(發) 금융위기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금융시장과 기업의 돈줄이 줄줄이 막히는 초유의 일을 벌여놓고 그저 조금 미안하다고 한다”고 직격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한국 경제 전체에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리스크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미 한계에 도달해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 부실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것.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례 브리핑에서 레고랜드 사태를 언급하며 “이 사건으로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의 불신이 커졌고 PF시장의 리스크 확대는 물론, 전반적인 부동산 대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정주 연구위원 역시 ‘건설동향브리핑 878호’를 통해 “부동산 PF대출 부실이 부동산 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가계부실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는 이달 23일 긴급성명서를 내고 “부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부동산 PF 특성상 관련 채무비중이 높은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부동산 부실과 맞물린다면 가계부채 뇌관이 폭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재발을 막기 위한 원인 진단과 책임 규명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회 지도층은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가경제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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