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스토리

#과밀 문화:‘군중밀집=위험’ 인식 부재→안전의식 높여 사고 예방

[공공story] 대수롭지 않은 하루

2022. 11. 06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출퇴근 때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데 3~4년 전 쯤인가 숨이 쉬어지지 않아 중간에 내려서 쉬었다 출근한 적이 있어요. 사실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라서 제 건강에 이상이 생겼나 하고 이전에도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더라구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호흡곤란이 올 때면 항상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유독 많았어요. 숨을 못 쉴 정도로 끼이는 상황이 아니었던 경우도 있는데, 그때는 산소가 부족했던 탓인지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실신 직전의 경험을 몇차례 하다보니 이제는 ‘또 시작이구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기도 하죠. 아무리 익숙해졌어도 솔직히 무섭기도 해요. 그 실신 직전 상황은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는 그 느낌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절대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요. (여·36·서울 관악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출퇴근길의 서울 지하철을 사람들은 ‘지옥철’이라고 부른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열차 안은 발디딜 틈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탑승을 시도하는 풍경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된 상태다. 

마치 빽빽한 콩나물 시루를 연상시키는 인구 과밀 현상은 각종 축제나 행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경고의 목소리를 작았다. 서울의 과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숨막히는 밀집 공간에 익숙한 ‘과밀 둔감증’은 안전사고 위험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 이태원 참사로 떠오른 과밀 문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달 29일 밤 핼러윈을 앞두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를 찾은 가운데 좁은 내리막길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발생, 156명이 사망하고 191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총 34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즐거워야 할 토요일 밤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보에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서울 도심 한복판, 수많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그 충격의 강도는 더 컸다. 또 희생자 대다수는 20대가 대다수를 차지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부는 이달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곳곳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국민 모두가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할 수 있도록 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광장과 25개 자치구에 분향소가 설치된 이후 운영이 끝난 전날(5일) 오후 10시까지 모두 11만7619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정부가 지정한 국가 애도 기간이 5일로 끝나면서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운영 중이던 69개 합동분향소 대부분은 운영을 종료했다.

다만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12일까지 연장 운영된다. 일부 분향소도 각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따라 계속 운영된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특유의 과밀 문화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축제나 행사 때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과 안전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 이미 서울 지하철 등에서는 일상적으로 과밀집 현상을 경험해왔던 까닭에 이런 익숙함이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일상된 지옥철..특단의 대책 마련 목소리

그동안 여의도 벚꽃 축제와 불꽃 축제, 신년 보신각 타종행사 등 서울에서 행사가 열릴 때면 서울 시민들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행사장 일대는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 큰 사건사고 없이 행사는 마무리 됐다. 그러나 군중이 운집하는 과밀 현상으로 인한 사고는 이번 이태원 참사가 처음은 아니다. 2000년 12월31일 새해맞이 보신각타종 행사에서 당시 5세 남자 아이가 인파에 밀려 압사하고 9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만 2600만명의 인구가 집중된 상황은 시민들에게 과밀 문제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 우리나라 총 인구가 5100만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수도권에만 절반이 모여있는 셈이다. 

인구가 포화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은 매일매일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이미 익숙해진 시민들은 그 전쟁터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이 특히 그렇다. 출퇴근 지하철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왜 ‘지옥철’이라는 꼬리표를 얻게 됐는지 단번에 이해한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빼곡한 사람들 틈으로 몸을 욱여 넣는 것은 기본. 압사의 위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좁은 틈을 비집고 열차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악’, ‘아이고’ 등 외마디 비명과 한숨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체구가 작은 여성들은 사람들 사이에 껴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숨을 쉬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을 당부하고 나섰다. 출퇴근 시간 등 혼잡도가 높은 시간대에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철도 안전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일부 노선과 구간의 꽉찬 전철에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관할 여부를 떠나 이제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철도 운영사 대표들에게 “기존 대책에만 의존하는 타성적 대응 태세로는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2’ 관람을 마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0월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2’ 관람을 마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무뎌진 경각심에 대한 경고

물론 인구 과밀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배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 아닌 미리미리 안전 대책이 마련됐다면 참사는 없었을 것이며, 시민들은 축제를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꽉꽉 들어찬 각종 인프라는 인구 초집중 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 그리고 이 같은 과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안전문제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은 ‘항상 겪는 일상’이 돼버렸다. 

과밀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 일상으로 받아들인 무뎌진 감각이 참사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를 주의깊게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두고 총체적 부실이 낳은 참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과 정부, 지자체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것.

불안하다는 시민들의 112신고를 무시했고, 시민들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그렇게 지나버렸다. 심지어 경찰 지휘부는 참사 발생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명백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그동안 과밀에 둔감했던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군중 밀집이 위험이라는 인식이 부재했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가적으로 군중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빨리빨리 문화와 ‘설마’라는 개개인의 안일한 생각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또 비슷한 참사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 그리고 허술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시민들도 함께 노력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