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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대란:생계 위해 배달 등 인력유출→급여 안정성 해결책 절실

[공공story] 돌아와요 운전석에

2022. 11. 13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일이 밀려 늦게 퇴근하거나 회식으로 술자리가 이어지는 날에는 택시를 타야 되어서 부담이 커요. 시내에서 집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부담이 만만치 않아요. 사실 돈은 둘째 치고 잡히기나 잘 잡혔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언감생심이에요. 앱으로 택시를 불러도 운 좋으면 삼십분, 최악이다 싶은 날에는 두 시간도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아요. 배달이 돈이 되면서 택시 기사님들이 많이 빠져 나가서 그렇다는데, 돌아오게 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이제 야간할증 붙는 시간도 늘어난다는데 카드값만 더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택시 타는 게 더 이상 사치도 아닌 세상이고, 좋아서 늦는 것도 아닌데, 돈 더 내라는 소리만 나오네요. 어쩌겠어요, 늦게 끝나는 날이면 또 부대껴야죠. (남·41·서울시 노원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택시 잡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은 이제 일상이 됐다. 특히 야간에 택시 잡기가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야시간대엔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적어서 그렇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공급난의 가장 큰 문제는 택시기사들의 ‘승객 골라 태우기’라는 지적은 유효해 보인다.

하지만 빠듯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손님을 태워야 하는 택시기사들의 사정을 완전히 외면하고 골라 태우기에 앱 기능이 악용되는 것에 모든 책임을 넘길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고비를 넘긴 상황에서도 한 번 깨진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을 되돌릴 방법이 시급하다.  

# 강제휴무제 해제·강제배차 카드 꺼낸 당국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은 강제휴무제 폐지와 강제배차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개인택시 강제휴무제인 부제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해제된다. 서울시는 지난 10일부터 개인택시 가·나·다 3부제와 9·라 특별부제 등 부제를 한시적으로 풀었다.

이에 따라 개인택시는 연말까지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0~9조로 나눠 월~금 야간조에 투입된다. 주중 이틀은 야간 운행에 투입된다.

법인택시는 현행 2교대를 야간조 중심으로 편성한다. 취업박람회를 통한 신규 채용 등 인력 확충 작업도 진행된다. 

내달 1일부터는 택시 심야 할증도 확대된다. 심야 할증 시간은 기존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고, 할증률도 기존 20%에서 오후 11시~오전 2시 사이 최대 40%까지 인상된다.

내년 2월부터는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오르고, 기본거리는 1.6km로 400m 줄어든다.

다만 기관별로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국토부는 심야 승차난의 주요 해법으로 플랫폼 호출료 인상과 함께 부제 해제에 주목하는 반면, 서울시는 일단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부제를 해제한 후 연장 여부를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울시는 ‘택시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택시대란 원인 중 하나로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 내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정조준한다.

현재 승객이 플랫폼 중개택시를 앱으로 무료 호출하면 목적지가 표출되는데, 이를 택시기사가 요금이 더 나오거나 원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승객 골라 태우기가 가능한 주원인으로 보는 것.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국토부에 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우선 부제 해제가 유효한 방법인지가 관건이다. 두 기관은 부제를 해제했을 때 심야 택시 공급 증가를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국토부는 춘천시가 4월 부제를 전면 해제한 후 심야 택시 운행이 30% 증가한 사례를 들어 택시 공급을 늘리는 유용한 수단으로 해석했다. 

반면 서울시는 4월 심야시간대에 한시적으로 부제를 해제했지만 개인택시 운행 대수가 일 평균 1208대 증가하는 데 그친 점을 들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이다. 국토부가 제시하는 춘천시 사례와 대도시인 서울의 경우를 직접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신중론도 일리가 있다.

택시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를 둘러싸고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이미 국토부 심야 탄력호출제도를 도입해 목적지 미표시 운행이 확대됐는데, 재차 이를 의무화하는 것까지 나가야 하는지에 택시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 배차를 강제하는 것은 택시난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월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월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요금만 올렸다간 도루묵 우려..기사 부족 해결은?

택시 승차난의 가장 큰 문제가 기사 부족이라는 데엔 이견은 없다. 현재의 방법들은 요금을 더 내도록 해서, 혹은 근무하는 시간대를 이리저리 이동시켜 택시기사들을 야간에 한충 더 부지런히 움직이도록 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을 이렇게 독려하는 게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10일부터 부제를 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으나, 이조차 앞서 4월 같은 모호한 증가 효과처럼 조만간 도돌이표를 찍지 않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제한된 인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자고 하기에는 이미 줄어든 택시기사가 너무 많아서다.

국토부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만2000명이던 전국의 법인택시 기사는 올해 2월 7만4000명으로 2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는 3만1000명에서 2만1000명으로 32.3% 줄어,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 더욱 컸다.

2020년 1월 서울시 법인택시 종사자 수는 3만527명, 법인택시 평균가동률은 50.4%였으나 2021년 1월 각각 2만4507명, 40.7%로 하락했고 올해 1월에는 2만888명, 34.1%까지 줄었다.

올해 8월 말 기준 2만397명의 법인택시 종사자에 법인택시 평균가동률은 32%에 머문다.

고용보험 등 각종 지표를 분석한 것을 토대로, 법인택시를 그만둔 기사들은 택배나 배달시장으로 유입됐던 것으로 고용노동부 등은 설명한다. 

문제는 엔데믹 전환과 높은 배달 요금 등에 소비자들이 염증을 느껴 배달업 축소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택시업계로의 이동이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택시기사로 일해서 제대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택시기사 괴롭히는 유사 사납금 근원적 해결 절실

과거 택시기사와 회사 간 급여는 ‘사납금’ 중심으로 운영됐다. 즉, 사납금 이상 벌면 기사가 갖지만 사납금을 못 채우면 기사 월급에서 공제한다. 택시기사는 승객이 적은 날에는 사비를 들여서라도 사납금을 채워 넣어야 했다. 

2019년 사납금이 폐지된 대신 ‘전액관리제(변형된 월급제)’가 떠올랐다. 택시기사는 사납금이 아니라 번 돈 전부를 회사에 입금하고, 회사는 그에 따라 임금을 주는 형태다. 

하지만 전액관리제 시대에도 명암은 있다. 최근 연말연시 심야 승차난 종합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송임봉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택시기사의 실질적인 월 소득이 40만원 내외 줄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영업시간과 정해진 최소 운송수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부족분을 제하는 방식의 유사 사납금제가 악용되면서 전액관리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노동법으로 일일 8시간 근무가 강제되는 시대지만 택시기사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 8시간 내에 필요한 돈, 즉 부족분을 제하는 패널티에서 자유로운 돈만큼 벌어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어서다. 소정근로시간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을 더 하게 마련이다. 

택시기사가 현실적으로 8시간 노동 이상을 한다는 점을 외면한 결과물이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실제로 일하는 시간에 대한 임금이 보장이 돼야 된다”며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에 대한 임금이 사실상 보장되지 않고, 10시간 이상을 일해도 일일 8시간의 임금밖에 주지 않고 그 임금 근로시간조차도 단축을 해가지고 임금을 저임금을 주고 있다”고 현 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9월7일부터 13일 사이 서울지역 법인택시업체 254곳과 종사자 2만397명을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법인택시 기사(7414명) 가운데 64.7%가 전액관리제에 반대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조사에서 택시회사(175곳)는 90.8%가 전액관리제에 반대했다.

실제로 조사에서 월급제 반대 이유로 택시기사는 초과금 노사 분배와 사납금제보다 높아진 기준금, 퇴직 충당금 등 간접비 증가를 지적했다. 

유출된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임금 방식으로 택시기사는 사납금제(43.3%)를 들었다. 다만, 택시회사는 리스제(64.0%)를 선호했다.

택시회사 관계자들은 전액관리제를 기반으로 한 월급제가 온전히 가동되기 어렵다는 속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현행 월급제에 비판적인 이유로 택시업계는 기준금 미달자가 다수 발생하는 점, 불성실한 근로 증가 등을 들었다. 그래서 유사 사납금제로 불리는 보완책을 택해야 한다는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는 해석도 나온다. 

생각 자체가 다르다 보니, 유출된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임금 방식으로 택시기사들과 달리 택시회사는 리스제(64.0%)를 선호했다. 

미리 정해진 운송수입금 기준액에 부족한 돈을 공제하는 행위 자체는 법원도 인정하고 있다. 6일 대법원은 운송수입금 기준액에 미달하는 돈을 월급에서 공제할 수는 있지만, 그 공제 후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그 부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본급여액 자체를 높이는 방식으로 ‘순수한 월급제’에 한층 가깝게 바꾸지 않고서는 유사 사납금제가 낳는 폐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본급여는 서울시의 경우 현재 19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기서 깎아내려가는 구조 때문에 택시기사는 목돈을 쥐기가 대단히 어렵다. 

반대로 생각하면 기본월급 자체를 현실적으로 높여줘 택시기사들의 기본 생계 부분부터 보장해 준 뒤, 사납금 제도로 돌아갈지 차량 리스제로 갈지 등을 따져볼 출발점 전환의 기회도 생긴다.

승객들의 ‘귀가할 권리’ 보장 차원에서 택시 대책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그 해법으로 가장 중요한 전제인 택시기사들이 ‘생계 보장이 되는 돈을 들고 귀가할 권리’를 외면해 오지 않았는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하루에도 수많은 시민을 나르는 ‘도심의 발’ 택시. 그러나 택시기사 수는 점점 줄어가는 데다 고령화되고 있다. 멈춰선 택시로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제도와 서비스 개선 노력이 이어져 승객과 택시업계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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