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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교육열:명문대 집착에 미래 흔들→제2 한강 기적 위한 혁신 지속

[공공story] 행복을 포기한 대가

2022. 11. 27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서울 모 대학 출신의 박모씨는 11년차 직장인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가 됐다. 박씨는 학창시절 공부를 썩 잘 했다. 하지만 수능을 본 후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부모님께도 이런 뜻을 전달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와 학과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를 하면서 결국 대학을 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 그러나 부모님의 심한 반발에 못 이겨 결국 서울 한 대학교에 울며 겨자먹기로 원서를 넣었다. 비록 원하지 않은 학과였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고 즐겁게 대학 생활을 했고 졸업 후에는 전공 관련 직장을 구했다. 직장 생활은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직장인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에서 박씨도 자유롭지 못하면서 점점 일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럴때마다 문득 19살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고. 박씨는 “그때 부모님께 자신의 꿈에 대해 조금 더 강력하게 어필했다면 지금 하는 일도 달라졌고 더 재미를 느끼지 않았을까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매년 11월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우리 사회의 온 신경이 수능에 집중되면서 나라가 마치 비상 상황을 방불케 하는 것만 봐도 한국의 교육열이 얼마나 치열한지 느낄 수 있다. 학창시절 12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지식은 이 하루로 평가 받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교육열의 내막은 곪아 있다고 평가한다. 학생들은 능력과 향상보다는 명문대 간판에 집착하고 있고, 지나친 교육열이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치고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하루 6시간도 못 잔다”..입시 부담에 곪아가는 학생들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2명 중 1명은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7일 교육부의 ‘201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세부 결과에 따르면, 고3 학생들의 ‘하루 6시간 이내 수면율’은 50.5%에 달했다. 고3 학생 절반이 하루 6시간도 못 자는 셈이다.

이 통계는 교육부가 전국 1023개 초·중·고교생 9만3970명의 건강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고3 학생은 9441이 참여했다. 

조사 대상 학생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잠이 부족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루 6시간도 못 자는 비율은 초등학교 평균 3.1%였고, 중학교는 16.1%로 집계됐다. 고등학교 평균은 45.2%나 됐다.

고등학생만 살펴보면 1학년은 40.4%, 2학년은 44.4%, 3학년은 50.5%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등하는 양상이다. 

성별에 따라 수면 시간에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고등학생 중 여학생의 수면 시간이 더 짧았다. 남자 고등학생 가운데 6시간 이내로 잔다는 응답은 39.06%인 반면, 여자 고등학생은 51.59% 였다. 여고생이 남고생보다 12.5% 높았다.

성별에 따른 수면 시간은 초등학교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중학교의 경우 남자가 12.03%, 여자가 20.36%로 이때부터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루 6시간 이내로 잔다는 여고생 비율은 51.6%로 남고생(39.1%)보다 12.5%포인트 높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1 아동·청소년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 이행연구-한국 아동 청소년 인권실태’ 보고서를 보면, 초·중·고교생 8718명에 대한 조사 결과 52.4%가 현재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원인으로는 ‘숙제와 학원 등 학업‘(47.4%)을 꼽은 학생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고학년이 될수록 입시에 따른 학업 부담이 커져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18세 미만 청소년의 적정 수면 시간은 8∼10시간, 성인은 7~8시간이다. 청소년기 수면이 부족할 경우 성장 발달 저해를 비롯해 집중력 저하, 우울증 등 정신 건강이 취약해질 수 있어 문제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청소년기 과도한 학업 부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美 대통령도 극찬한 교육열..현실은 국가 발전에 ‘독’

대체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한다. 그러나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의 정서적 특성상 자신의 자녀가 남들보다 학업에서 뒤쳐지는 모습 역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현실.

부모의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라’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아이들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은 전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블룸버그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높이 평가할 만큼 한국은 국민 교육열이 높고 선진국 기준으로도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이수율을 자랑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 21일 서울 홍릉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주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간담회에서 발표한 ‘지난 60년간 성과 및 향후 한국경제 과제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우리 경제성장에 영향을 준 요인을 ‘정부의 교육 확대 정책과 국민 교육열’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는 20대 이상 일반국민 1000명과 경제전문가 405명을 대상으로 했다. 60년간 경제·사회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일반국민(44.1%)과 경제전문가(68.4%) 모두 ‘교육’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과거 국가 경제 발전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한국의 교육 체계가 현대 사회에서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매체는 명문대에 대한 집착과 평생교육 부족, 10대의 극단적 선택 증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입시 학원을 한국 교육의 문제점으로 꼽으며 “한국의 교육열은 경제적 성취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노동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도 해를 끼친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한국 1인당 교육지출 대비 근로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해있다고 했다. 뜨거운 교육열만큼 비용 대비 성과는 크지 않다는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OECD 회원국별 인당 교육비 대비 근로자 1인 GDP 비율은 한국이 6.5배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교육비 지출액 대비 근로자 생산성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위는 아일랜드로 22.8배였다. 이어 멕시코 16.2배, 리투아니아 13.2배, 덴마크 10.8배, 프랑스·미국 각 10.6배 등 순이었다. 

블룸버그는 “10대 기준 한국은 아일랜드보다 40% 많은 교육비를 쓰지만, 근로자 1인당 GDP는 60% 적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사교육비 부담은 출산율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18로 전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OECD 38개 회원국과 비교할 때 2017년부터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한국의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명문대 간판을 달기 위한 입시로, 사교육비는 급증하지만 효율성은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이러한 명문대 진학만을 위한 교육열은 청소년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10대 자살률도 높이는 부작용을 낳으며 국가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사회적 출세 욕구가 빚어낸 작품..행복과 현실의 괴리감

우리나라의 지독한 교육열은 신분 상승 욕구가 빚어낸 작품이다. 과거에는 소위 말하는 ‘흙수저’들이 벼슬을 얻고 출세를 위한 수단이 바로 교육이었다. 

현재는 계급사회가 아닌 모두가 평등한 사회다. 누구나 교육을 받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공장식, 주입식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주입했고, 이를 통해 빠른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다양한 가능성은 철저히 무시됐다. 

사회에서는 1등만 살 수 있다는 경쟁심을 자극, 불안심리를 높여 청소년과 학부모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저조한 출산율에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학세권’ 입지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 

앞서 2019년 2월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열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부모들은 누구나 자녀가 잘 살길 바란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특히 소위 말하는 재벌가 ‘로열패밀리’가 아닌 부의 세습이 불안정한 부자들은 자녀들의 입시에 지독하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황을 해도 세습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녀들이 명문대를 졸업해 고소득의 전문직을 얻어 사회적으로 대접받길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성이 배제된 채 경쟁만을 추구하는 교육은 이제는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때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자 열쇠였던 교육 체계의 현주소다.

과연 정말로 이대로가 괜찮은 걸까.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 체계 혁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은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간판을 얻기 위해 달려온 시간이 부모의 욕심이 아닌 온전히 자신이 추구한, 나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부모 역시 자녀의 진정한 성공과 행복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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