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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전출판사 선정..심리조종 행위 의미 최근 韓 연예·사회계 전반 걸쳐 널리 사용 검찰, ‘계곡살인’ 이은해 공소장에도 적시 정신뿐아니라 신체·재산상 손해로 이어져

[공공돋보기] 2022년 올해의 단어 ‘가스라이팅’

2022. 12. 01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미국의 한 유명 사전출판사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2022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타인에 대한 심리 조종 행위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사회계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된 가스라이팅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그 어원과 발생 배경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미국의 사전출판사 미리엄웹스터는 가스라이팅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미리엄웹스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1일 미국의 사전출판사 미리엄웹스터는 가스라이팅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미리엄웹스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美 사전출판사 선정..단어 조회수 1740%↑

1일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이하 WSJ)에 따르면, 미국 사전출판사 미리엄웹스터는 가스라이팅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미리엄웹스터는 영어 단어의 검색 건수와 관련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이같이 선정했다며, 올해에는 가스라이팅이란 단어의 조회수가 1740%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고 은밀하게 조작해 그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는 정신 학대를 의미한다. 1938년 가스등(Gas Light)이라는 연극에서 유래했다.

연극의 등장인물인 남성은 자신의 아내가 가스등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거짓말을 하며 아내를 정신병자로 몰아세웠다. 결국 아내는 현실인지능력을 잃고 남편에게 정신적으로 더욱 의지하게 됐다.  

이후 가스라이팅은 피해자가 자신의 현실 인식, 기억에 의문을 갖게 해 혼란과 자존감 상실 등을 겪게 만드는 심리적 조종 행위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였다.

미리엄웹스터는 이같은 가스라이팅이 최근에는 가짜뉴스, 딥 페이크 등의 단어와 함께 사용되며 ‘이익을 위해 타인을 오도하게끔 만드는 행위’를 포괄하는 용어가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미국 정치권을 비롯해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에서 해당 단어가 널리 쓰이며 기존의 의미보다 확장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 

이처럼 미국에서 가스라이팅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사실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스라이팅이란 단어가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되며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로 자리매김한 까닭이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지난 4월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지난 4월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연예·사회계 전반에 걸쳐 문제로 지목

국내에서 가스라이팅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배우 서예지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당시 서예지는 자신의 연인이었던 남성 배우가 과거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을 당시 여성 파트너와 스킨십을 거부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두 사람의 메시지를 공개하며 ‘서예지가 조종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세간에서는 서예지가 자신의 연인을 가스라이팅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서예지는 다른 의혹이 함께 터지자 모델로 활동하던 패션, 게임 등 광고에서 연이어 하차했다.

소위 ‘계곡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 역시 가스라이팅이란 단어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씨는 2019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하도록 강요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씨가 윤씨를 상대로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씨는 피해자의 일상을 철저히 통제하며 피해자를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가족·친구들로부터 고립시킴으로써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올해 10월27일 선고공판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친밀한 관계서 주로 발생..강력범죄로도 이어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논문 ‘가스라이팅 및 스토킹의 심리적 기제에 관한 비교’에서 가스라이팅이 대부분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가스라이팅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불균형한 권력관계를 토대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어 “가스라이팅과 스토킹은 대부분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피해자에게 반복적인 학대와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외부와 점점 고립되면서 가스라이터를 향한 의존도는 더 높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서 결국 신체적 폭력과 같은 2차 가해가 수반되며 재산상의 범죄나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신의 황폐화뿐 아니라 신체·재산상의 손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스라이팅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상대의 자존감을 악의적으로 무너뜨리고, 스스로의 판단력을 의심하도록 만드는 행위 가스라이팅. 무엇보다 가스라이팅은 상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범죄보다도 악질로 꼽힌다.

박수를 치더라도 다른 한쪽 손과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가스라이팅을 할 정도라면 서로 간의 믿음이 충만한 사이일 터. 

가스라이팅이 대중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무엇보다 어느 한 쪽이 이같은 믿음을 이용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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