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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다른 학생 학습권도 위협→‘생기부 빨간줄’ 양면성 고민

[공공story] 일탈과 주홍글씨

2022. 12. 05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학교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교사는 병가를 내고 학급은 동료 교사가 번갈아 수업하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병가를 내는 교사가 잘못 됐다든지 과한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어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뿐이지, 교사와 학교가 입는 피해와 상처는 심각해요. 숨이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랄까,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결국 교사의 권리는 물론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이죠. 교사가 일반 범죄 피해자처럼 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참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뭔가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긴 해야 할 텐데, 뾰족한 답이 없는 기분입니다. (30대 교사)

수업 중인 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수업 중인 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교사를 촬영한 학생,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거나 교사의 머리채를 잡은 학부모나 학생의 사례 등 도를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소한 수업 방해나 반항부터 교사에 대한 범죄까지, 사람들은 이 폭넓은 행동 모두를 ‘교권침해’라고 부른다.

이미 수많은 교권침해 사례들로 학교 안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정해진 교육 커리큘럼을 소화하느라 허덕여 이 문제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 왔다. 

이런 가운데 한 교사가 교권침해를 지난 6월 유튜브에 공론화하고 이로 인해 주의처분을 받는 등 상황은 이미 임계점을 넘은 상황. 교육부는 중대한 교권침해에 대한 징계 처분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기재하고 가해 학생과 피해 교원을 분리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도 논의되고 있다.

교권침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만큼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교권침해 심각..대책 마련 여론도 강해

지난해 교권침해 건수가 전년 1197건에서 2269건으로 89.6%나 급증했다. 하지만 강제 전학, 퇴학 등 피해 교원과 가해 학생을 분리하는 경우는 10건 중 1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5일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 등의 교권침해 건수는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으로 집계됐다.

이후 2020년에는 1197건으로 잠시 감소했지만, 2021년 2269건으로 다시 늘어나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제한이 풀리면서 사실상 교권침해도 다시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2269건의 교권침해 건수 중 학부모 등에 의한 침해 건수는 171건이고, 학생에 의한 침해가 2098건이다.

학생의 교권침해 유형은 다양하다. 그 중 모욕·명예훼손(1203건, 57.3%)이 절반을 넘는다. 상해·폭행(231건, 11.0%)이나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200건, 9.5%) 등 형태가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폭력 범죄도 65건(3.1%), 협박도 60건(0.9%)에 달했다.

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수준은 높지 않다.

전체 2098건 중 출석정지(947건, 45.1%), 교내봉사(296건, 14.1%), 특별교육이수(226건, 10.7%) 등 경징계가 대부분이었다. 전학처분(강제전학), 고등학생 퇴학처분은 각각 195건(9.2%), 41건(1.9%)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교권침해 피해 교사를 보호하는 조치가 제대로 갖춰진 것도 아니다. 심리상담이나 치료를 위한 요양 등은 마련돼 있지만 가해자(학생 포함)와 피해 교원의 지체 없는 분리, 교원에 대한 일시보호 등은 제도상 공백으로 언감생심이다.

입법조사처는 “피해 교원과 가해 학생을 분리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가해자와 피해 교원을 분리하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올해 1월 한국교육개발원의 국민 교육 여론조사에서 교권침해에 대한 우려 정도를 묻는 문항에 44.5%의 국민들은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과제에 대해 가장 많이 제시된 응답도 ‘침해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 강화’(36.9%)였을 정도로 교권침해에 대한 비판 여론은 높다.

이런 상황 속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앞으로 중대한 교권침해 행위가 발생할 경우 그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해 남긴다는 방안이다.

학생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기 전에도 학교봉사나 출석정지 등을 우선 조치할 수 있게 된다. 교권침해 학생과 피해 교원을 분리하는 내용 등도 추진된다. 

특히 증대한 교권침해에 대한 학생부 기재가 관심을 모은다. 9월 시안의 초안을 준비할 때만 해도 신중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미숙한 학생의 잘못에 자칫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 그러나 이 기류가 다소 바뀐 것이다.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로 촬영 중인 학생.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로 촬영 중인 학생.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학생부 기재’ 찬성 많지만..세부 사항 등 쟁점 많아 

교육부는 10월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9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는 ‘교권침해 행위의 학생부 기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37%였다. ‘사안의 경중을 고려해 기재한다’는 36%, ‘두 번째 발생부터 기재한다’를 택한 학부모는 18%로 나타났다. ‘학생부 기재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였다.

다수의 학부모가 교권침해의 학생부 기재 자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어느 수준의 교권침해 행위까지 학생부에 기재할지가 새로운 관건이다. 추가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공개된 시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침해 사항만 작성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최근 교육부가 연 공청회에서 손덕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교권침해의 경중을 가려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내놨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사노조연맹은 우려를 표한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지원실장은 교권침해 학생 학생부 기재에 대해 “교육적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입시에 활용되는 학생부의 특성상,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로 학교 현장에 소송 등 갈등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회성 교사노조연맹 정책2국장은 “기본적으로 학생부 기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시안에서 ‘중대한 침해’ 행위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중대하다’는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교 중인 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하교 중인 학생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 교권침해에 대한 경고 vs. 낙인찍기 우려..균형 잡아야

교권침해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생부에 징계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존재한다.

교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일반 학교폭력 처벌 방안의 선례를 답습하는 선에서 또 하나의 모호한 대책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학폭 처벌도 전학이나 퇴학 등 징계가 내려진 ‘중대한 학폭’의 경우, 학생부에 징계 기록을 남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학폭은 줄지 않고 있다. 학폭으로 학생부 기재가 될라치면 관련 행정소송도 치열하다. ‘학폭 전담 변호사’ 시장이 따로 형성돼 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여러 논란과 회의적 시각에도 학폭에 대한 대책을 우리 사회가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교권침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 또한 높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학생부 기재 등 처벌이 능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진정한 반성과 화해를 위한 도구로 학생부 기재 등의 활용을 논의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학폭 학생부 기재나 교권침해 해결에 관한 정성적 평가 중심 대책들이 곳곳에서 논의 중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제22차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범부처 협력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추진방안’에서 학폭 학생부 기재와 반성을 주목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가장 부각되는 내용은 학폭으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으면 학교를 졸업해도 2년 동안 학생부 기록을 지울 수 없게 된다는 것. 학교를 졸업하면 학생부에서 중간 삭제하는 제도를 폐지해 처벌 실효성을 높인다.

하지만 핵심은 2년이 지나 가해 기록을 삭제할 때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와 피해 학생과의 관계 회복 노력 등을 엄격하게 심의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교권침해에 대한 구제에도 이 같은 갈등의 근원적 해결을 모색하는 개편 움직임이 일선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폭과 교권침해 등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각급 학교의 자체 대응이 미숙한 데 따른 현상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검토했다. 그 결과 내년부터 상급 기관인 시·군 교육지원청에 화해중재팀을 신설해 갈등조정을 맡기기로 했다. 

팀에는 분쟁 조정에 관한 전문 역량을 가진 변호사와 관련 교육을 수료한 공무원 등 전문가가 배치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또 학폭에만 국한돼 자문역을 맡아온 기존 학교폭력갈등조정자문단을 화해조정자문단으로 개편해 여러 학내 갈등 중재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아울러 학교별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교권침해는 불행한 일이다. 언제까지 교사가 모든 걸 참고 넘어가라고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낙인찍기가 처벌만으로 끝나고 교육적인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다면, 교권침해 학생들을 포기하는 문제가 생긴다. 학생들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엄격한 대책도 그 과정에서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문이 높다.

하지만 문제 학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 역시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다.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논의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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