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스토리

#고딩엄빠:미성년 임신 미화 눈살→제도 개선 등 순기능 부각 노력

[공공story] 어쩌다 어른

2022. 12. 19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 입장에서 솔직히 ‘고딩엄빠2’ 내용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죠. 몇몇 사연들은 부모로서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고 생각하며 어린 부모들을 위한 보호막 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최근에 나온 사연들은 정말 경악 그 자체였어요. 10살 많은 선생님과 10대 청소년이 관계를 맺고 임신했다는 사실도 불편한데 10년 동안 5명의 자녀를 출산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화가 났어요. 또 30대 남성과 10대 청소년의 사랑이라는 소재도 부적절하게 느껴졌고요. 그 나이 때 아이들이 진정한 사랑을 알 수 있을까요. 아직 너무 미성숙한 아이들인데 말이죠. (여·46·서울 동작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과거 혼전임신은 도덕적으로 비판의 대상이거나 부끄러운 일로 치부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익숙해진 연예인들의 이른바 ‘속도위반’ 소식,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요즘 ‘최고의 혼수’ 등으로 표현되면서 혼전임신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는 인정되는 추세다.

하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10대 청소년들의 혼전임신을 바라보는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런 가운데 한 TV 프로그램은 미성년자들의 임신과 출산 등 불편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태.

10대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아이들이 부모로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에 칭찬과 격려도 쏟아지지만, 그러나 최근에는 10대들 사이의 교제와 임신 문제만이 아닌 30대 성인 남성과 미성년 여성의 교제와 혼전임신 사연 등도 소개돼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연일 거세다. 

# 부모가 된 10대..뜨거운 감자 ‘고딩엄빠’

화제의 중심에 선 MBN 예능프로그램 ‘고딩엄빠’. 10대에 부모가 된 청소년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좌충우돌,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리얼 가족 프로그램으로 올해 3월 시즌 1으로 첫 선을 보인 뒤 현재 시즌2가 방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준비 없이 10대에 부모가 된 이들이 겪는 고충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 10대의 어린 나이지만 엄마·아빠로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책임감을 짊어진 아이들의 사연을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10대 부모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리고자 하는 게 제작 취지다.

실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아픈 아이를 책임지거나, 아이를 홀로 돌보는 미혼모 등 부모로서 노력하는 사연들에는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미성년자의 혼전임신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미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방영 직후 줄곧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오른 것도 사실. 

최근에는 미성년자와 성인이 임신해 부부가 된 에피소드가 공개돼 시청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현재는 두 사람 모두 성인이지만 임신 당시 여성의 나이는 19살, 남성은 30살. 미성년자와 성인이 관계를 갖게 된 사례였다. 

또한 18살에 10살 연상 교회 선생님을 만나 임신했다는 출연자도 있었다. 학생을 보호해야 할 선생님이 미성년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게다가 성인인 아이 아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8살 임신 당시 미혼모 센터에서 홀로 출산하는 등 미성년자인 임산부가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큰 불편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나이 어린 부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자는 당초 취지와 달리 성인과 미성년자 간 부적절한 관계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이어지는 상황. 

성인과 미성년자 사이의 교제와 임신은 결코 가볍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비록 결혼해 가정을 꾸렸더라도, 그루밍 성범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루밍 성범죄는 미성년자의 경제적·정신적 취약점을 이용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물론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6세 이상과 성행위는 범죄 처벌 대상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윤리적으로 떳떳하다고도 할 수 없다. 

<사진=MBN ‘고딩엄빠2’ 홈페이지 캡쳐>

# 성범죄 미화부터 자녀 인권 침해까지 ‘시끌’

이처럼 공익성보다는 화제성에 급급해 보이는 소재 탓에 ‘고딩엄빠’ 공식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폐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세계 최하위권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성년자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는 것 아니냐는 날 선 비판, 부모의 선택으로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혼전임신에 대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인식은 생각보다 너무 미성숙하다”라며 “어린 나이에 준비도 전혀 안된 엄빠가 낳은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부모들은 자신들의 선택으로 TV에 출연했다 쳐도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화장실 바닥에서 태어났다’ 등 알리고 싶지 않은 민감한 정보들이 모두 공개된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최근 공유를 뜻하는 ‘share’와 양육을 뜻하는 ‘parenting’을 조합한 신조어 ‘셰어런팅(Sharenting)’이 아동 인권 문제로 부각된 상황. 

부모가 SNS 등에 자녀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일상이나 얼굴 등을 노출시키는 것은 아이의 인권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방송에서 아이의 출생의 비밀과 같은 개인적인 사연들까지 가감 없이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 누리꾼은 “꼬리표처럼 달려있는 이미지, 아이들이 커서 느낄 후회와 혼란스러움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건가”라며 프로그램 폐지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방송 수위와 관련해 비난이 확산되자 해당 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출연 중인 이인철 변호사는 ‘고딩엄빠’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그는 논란이 된 19세 미성년자와 30세 성인 남성의 교제와 임신 사연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남편이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했는데 제가 ‘서른 살이면 알 것 다 아는 나이인데, 당시 여자친구가 아직 고등학생을 만나고 임신을 시킨 것은 선을 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도 본인 행동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이었다”며 “그래서 남편은 더욱 아내와 아내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딩엄빠들의 부주의한 행동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저는 이들의 경솔한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는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들에게 법률적 지원과 추후 후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인생을 희생하면서 어려운 선택을 했고 소중한 생명을 낳고 키우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고딩엄빠들에게는 격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부모보다 어른 먼저”..이유 있는 일침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한 ‘2022 사회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미혼 남녀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이 결과만 봐도 결혼과 가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이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성의 경우 ‘결혼 자금 부족’이 35.4%, 여성은 ‘결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23.3%로 각각 가장 많았다. 답변 중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을 꼽은 남성은 9.3%, 여성도 12.5%나 됐다. 

또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34.7%로 2년 전과 비교해 4.0%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이처럼 결혼 시기 청년층에게도 결혼과 임신, 출산은 상당한 부담이다. 학교를 다녀야 할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10대 부부들에게는 닥친 상황들이 더욱 막막할 수밖에 없었을 것.  

어린 나이에 임신과 갈등, 그리고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소중한 생명을 지킨 아이들. 방송에서는 미성년 부부의 생활이 때로는 자극적으로, 때로는 안쓰럽게 비쳐진다. 

사회적으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출연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방송의 순기능 역할도 물론 있다.

어린 부모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이 드러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과 육아, 양육 탓에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청소년들을 위해 지원책 마련에 팔을 걷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일시적인 화제성을 위해 방송에서 자극적인 소재를 동원하는 것은 이 순기능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들이 찾고자 했던 진정한 ‘가족의 의미’ 메시지 마저 퇴색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남녀의 결혼과 임신, 육아. 나이를 떠나 이 모든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 생명의 소중함은 잘 알지만 한 순간의 실수와 선택이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생에도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 어른이 되기 때문에 완벽한 어른은 없다. 심지어 어쩌다 어른이 된 청소년들은 더 완벽할 수 없다. 

방송에서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어른이 돼야 한다”는 하하의 따끔한 일침을 깊게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어른과 부모가 짊어지는 무게는 또 다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