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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택 1139채 보유 임대인 사망 반환보증 가입자도 전세금 못돌려받아 국토부·법무부 TF 구성..설명회도 개최 세입자 보호 법안 처리 지연 ‘볼멘소리’

[공공돋보기] 세입자 홧병 부른 ‘빌라왕’ 사건

2022. 12. 23 by 김소영·정혜경 기자

[공공뉴스=김소영·정혜경 기자] 최근 수도권에 1000채가 넘는 빌라·오피스텔을 임대해 소위 ‘빌라왕’으로 불린 임대업자 A씨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임차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세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지만 임대인이 갑작스레 사망해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의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전세보증금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관련 내용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관련 내용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1139채 보유 임대업자 사망 ‘날벼락’

23일 HUG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에 1139채의 빌라·오피스텔을 보유한 임대업자 A씨가 지난 10월 사망했다. A씨의 사망 이후 두 달 가량이 지났지만 세입자들에 대한 대위변제(代位辨濟)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위변제란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HUG와 같은 보증 기관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회수하는 절차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의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면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증 기관이 대위변제에 착수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빌라왕’ 사건에서는 집주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계약해지 통보’를 할 사람이 없어 아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위변제가 이뤄지려면 A씨의 4촌 이내 친족 중 한 명이 빌라·오피스텔을 상속받아야 하지만 상속자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하는 동시에 A씨가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해 재산까지 압류됐기 때문.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지원팀은 임대업자 A씨 보유 빌라 중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물건은 614건이며 이중 아직 임대기간 만료가 도래하지 않은 물건은 440건이라고 밝혔다.

A씨가 이처럼 수많은 빌라·오피스텔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전세를 낀 매매를 뜻하는 소위 ‘갭 투자’를 반복했기 때문이었다.

갭 투자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 보증금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골라 매입하는 투자법이다. 매매가가 2억원인 빌라를 구입할 경우 전세가액이 1억8000만원이라면 수중에 2000만원만 있어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갭 투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시장이 과열하며 성행한 투자방식이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집주인에 손실을 안길 수 있다. 

만약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을 경우 세입자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지사 전세보증 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은 임대차 계약이 끝났음에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HUG는 이후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청구해 회수한다. <사진=뉴시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지사 전세보증 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은 임대차 계약이 끝났음에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HUG는 이후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청구해 회수한다. <사진=뉴시스>

◆직접 대응나선 政..국토장관 제도 강구 약속 

정부는 ‘빌라왕’ 사건과 관련해 직접 나서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와 법무부는 법률지원 합동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논의에 나섰다.

이달 20일 킥오프 회의를 개최한 TF는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복잡한 법률쟁점들을 신속 검토하고, 소송구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TF 논의과정에서 제도적 미비점이 확인될 경우 제도개선 방안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전날(22일) HUG, 대한법률구조공단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에서 빌라왕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방안 설명회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고를 미리 막지 못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사과를 전했다. 

원 장관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줄 생각 없이 전세금 사기를 작정하면 세입자 개개인은 속아 넘어가기도 쉽고, 속은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대처해나가기 어렵다”며 “정부나 관계기관이 이런 사기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안타깝게 아직 여러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전세금 반환보증을 든 분들은 결국 반환 받을 순 있는데 당장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엔 권리가 없어져 버리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처럼 임대인이 사망할 경우 과연 누구를 상대로 그 절차를 시행해야 할지, 개개인의 경우 감당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희가 만약 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우려가 많은 부분에 대해 세입자들이 공개적으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하고 범죄 관계자에 대해선 신상공개까지 하는 제도를 강구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원 장관은 상속인을 확정짓고 반환받는 절차를 최대한 앞당김과 동시에 최소한의 절차를 통해 즉각적인 보증금 반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세입자 보호 법안 처리 지연 ‘볼멘소리’ 

정부가 사건 대응에 분주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회에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터져나온다.

지난해 9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HUG가 대신 전세금을 갚고 그 변제를 장기간 회피하는 소위 ‘나쁜 임대인’의 정보를 공개해 추가 피해자를 막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현행 법상으로는 개인자산 및 신용정보에 대한 법적 보호로 인해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맺을 경우 임대인의 보증금 변제 여력을 인식할 수 없다. 큰 돈을 맡겨야 하는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 

김 의원이 이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지만, 그러나 법안 발의 후 1년3개월이 지나도록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의 공분이 커지는 상황.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전·월세 보증금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만큼 이를 보호하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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