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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시 당사자 동의 없으면 신분증 사진 배포 포토샵 가능한 과거 사진에 실효성 떨어진단 지적 분노한 누리꾼 이기영 신상털이..사회혼란 부추겨 국민 알권리vs무죄추정원칙 위배·인권침해 딜레마

[공공돋보기] 피의자 신상 공개 갑론을박

2023. 01. 05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최근 국민의 공포를 유발하는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규정 상 피의자 사진 공개 시 ‘머그샷’ 배포에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경우 주민등록증 등의 신분증 사진을 대신 공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분증 사진은 ‘포토샵’이 가능하고 과거에 촬영된 경우가 많아 실물과 딴판이라는 지적이 빗발치는 상황. 피의자의 신상 공개 문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시끄럽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말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택시기사·동거 여성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기영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공개됐지만, 이후 해당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달라서 신상공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찰은 이기영의 최근 사진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기영이 이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은 이기영의 개인 SNS를 찾아내 그의 최근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며 ‘신상털이’에 나섰다. 해당 게시물에는 이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군 복무 시절 찍은 사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상 사진 등이 담겼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게시물에 “증명사진과 실물이 아예 다르다. 어떻게 저걸 알아보냐”, “머그샷 정말 해야한다”, “피의자 인권이 두려움에 떨고있는 일반 시민보다 더 중요하냐”는 댓글을 달며 비판을 가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 처벌 특례법·경찰청 신상 공개 지침에 따르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 ▲범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하다. 

이후 위원장을 포함해 경찰 3명·외부 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공개된다.

하지만 신상공개가 결정된다 하더라도 피의자가 거부할 경우에는 체포 직후 촬영된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공개할 수 없다.

이같은 현행 지침에 대한 비판은 전날(4일) 이기영의 검찰 송치 이후 더욱 불거졌다. 

이날 오전 9시경 검찰로 송치되기 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 현관에 나와 취재진 앞에 선 이기영이 점퍼의 후드를 눌러써서 얼굴을 끝내 보이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현재 피의자의 모습과 괴리가 있는 사진 공개뿐 아니라 검찰 송치 과정에서조차 얼굴을 가리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신상 공개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왼쪽부터)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남·31세)의 운전면허증 사진. 이기영은 지난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됐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경기북부경찰서 제공>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남·31세)의 운전면허증 사진(왼쪽)/이기영은 지난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됐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경기북부경찰서 제공>

피의자 신상 공개 논란은 2019년 전 남편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 사건에서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고유정은 공판 참여 시 거듭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을 가리고 나타나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후 경찰은 정부에 현행법상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을 ‘피의자의 얼굴 사진을 촬영해 공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해도 되는지 유권 해석을 맡겼다.

법무부는 머그샷 배포는 강력범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밝혔고,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에 있는 얼굴 사진을 공개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피의자의 사진을 공개할 경우, 머그샷 배포에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신분증 사진이 대신 공개되는 현행 지침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같은 지침은 피의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보호해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는 상황. 

또한 실효성 없는 신상 공개는 결국 무분별한 ‘신상털이’로 이어져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 중인 ‘피의자’ 단계에서 촬영한 얼굴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상이 한 번 공개되면 돌이킬 수 없는데, 이는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 이는 결론적으로 진실을 밝히는 데도 방해가 돼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만약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신상이 이미 공개된 당사자가 명예를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피의자 신상 공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과거부터 꾸준히 존재해왔다. 그 누구도 쉽게 결정내리기 힘든 딜레마다.

치열한 논의를 통해 사회 안전이라는 ‘공익’과 강력범죄 피의자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돼야 하는 ‘인간의 존엄성’ 사이의 균형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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