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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기업복지 판도도 변화→개인 가치관 존중받는 사회

[공공story] 행복을 선언한 싱글

2023. 01. 09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몇 년 전 TV프로그램에서 한 일반인 여성이 지인들을 초대해 비혼식을 여는 장면을 봤어요. 마치 결혼식처럼 드레스를 입고, 축의금까지 받더라고요. 그때는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도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보니 이제는 많이 공감이 되고 있어요.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의 결혼 소식에 축의금은 축의금대로, 또 아이를 낳으면 출산 축하 선물까지 줄줄이 나가는 게 너무 부담되고 무엇보다도 제가 돌려받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거든요. 물론 저는 비혼주의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이가 마흔에 가까워지다보니 점점 비혼주의로 가치관이 바뀌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을 만나면 가정을 꾸릴텐데, 아직까지 싱글인 삶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이런 생활을 계속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여·38·경기 부천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당연한 것’,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지금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다. 

과거 노총각·노처녀, 즉 혼기를 넘긴 남녀가 결혼을 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비혼(非婚)’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은 현재는 이른바 ‘비혼 지원금’을 마련해 비혼선언을 한 직원에게 결혼 축하금과 똑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도 등장하는 등 신풍속도를 그리고 있다. 

# 이제는 비혼시대..달라진 기업 복지 판도

"비혼선언하면 경조사 혜택 드립니다"

최근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결혼 직원과 같은 축하금 및 경조사 혜택을 주기로 한 LG유플러스의 ‘비혼 지원금’ 제도의 첫 대상자가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9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2일 사내 경조사 게시판에 1호 비혼선언글이 올라왔다. 

LG유플러스는 비혼선언을 한 만 38세 이상 근속 기간 5년 이상 직원들에게 결혼과 같은 동일한 기준으로 기본급 100%와 경조사 휴가 5일을 지급하기로 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올해부터 선보였다.

이는 국내 5대 대기업 가운데 LG그룹에서 처음 시행하며, 통신업계에서도 최초다.  

다만 비혼 지원금을 받고 이직하는 등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받은 후 2년간 필수로 근무해야 하며 퇴사 시 지원금은 환수된다. 지원금을 받은 직원이 결혼할 경우 기존 주어지던 결혼 축하금과 휴가는 받을 수 없다. 

1호 비혼선언 주인공 A씨는 40대 남성 직원으로 알려졌다. 

A씨는 비혼선언 게시글에서 "1호가 되고 싶었는데 제가 1호인 것 같다"며 "절차상 비혼인 것이지, 혼자 살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두 상황에 따라 각자 삶의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사내 최초 비혼선언 주인공에게 동료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LG유플러스는 비혼선언으로 지급되는 휴가 사용과 축의금 지급을 위해 본인 확인 절차를 진행하며, 내달 복지 혜택을 지급한다는 예정이다.

특히 A씨의 자발적 비혼선언 다음날 2·3호 신청자도 잇따랐다. 이들 모두 40~50대 중년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코리아는 이미 2017년부터 비혼주의 직원을 대상으로 결혼 관련 사내 복리후생을 기혼 직원과 동일하게 지원하고 있다. 

2021년 12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당시 러쉬 매니저 황지연씨는 사내 복지 중 비혼식 제도를 언급하며 “결혼할 때 축의금과 유급휴가를 주는 것처럼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원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준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러쉬 측은 비혼선언 직원에게 결혼 축의금과 같은 액수인 50만원과 열흘 간 ‘비혼여행’을 유급휴가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기업을 중심으로 복지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 복리후생 제도가 기혼자 위주였다면, 최근 젊은 세대에서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복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까닭이다.

미혼, 비혼, 만혼 직원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결혼을 한 기혼 직원과 형평성을 맞추려는 기업들의 시도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기혼·비혼자 형평성” vs “저출산 독려” 갑론을박 

기업이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비혼 지원금.

모든 직원들이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이 앞장서서 저출산 시대에 비혼을 독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있다. 

저출산이 국가 난제로 꼽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것과 반대 행보라는 지적.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비혼 출산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도 생겨나고 있는 요즘 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인원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는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50%로 직전 조사 대비 1.2%포인트 감소했다. 남성은 55.8%, 여성은 44.3%만이 결혼에 찬성했다. 

미혼 남녀에서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더욱 줄었다. 미혼 남성은 36.9%, 미혼 여성은 22.1%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미혼 남녀 10명 중 3명만이 결혼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셈. 

사회조사 결과 외에도 결혼과 비혼 관련 다수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 2021년 9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성인남녀 84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비혼주의라는 응답이 30.1%를 차지했다. 이 중 여성의 비율이 68.7%로 남성보다 많았다.

또한 2020년 12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함께 20~30대 성인 11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혼 인식 설문조사에서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24.8%였다. 4명 중 1명은 비혼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정상가정’만 답?..개인 선택과 가치 존중받는 사회

우리 생활 속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독신에 대한 거부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TV를 통해 보여지는 1인가구 연예인들의 자유로운 삶, 그리고 유명 스타들의 “결혼은 안 할 것”이라는 비혼 선언은 독신에 대한 거리낌을 줄이는 데 한 몫 했다. 

그렇게 각자의 결혼관이 확고해지면서 굳이 결혼이 아니어도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며, 그래서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안타까운 점은 최근 젊은 세대에서 비혼족이 증가하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이 남녀 공통적 의견이었다. ‘유전결혼 무전비혼’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돈과 경쟁력이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게 된 현실.

결혼 적령기인 청년들에게 결혼식과 신혼여행 비용, 수 억원대에 달하는 아파트 등은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고, 결혼을 했더라도 출산을 미루는 현상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결국에는 결혼과 출산까지 포기에 이르게 되는 ‘N포 세대’가 등장하게 됐다. 

비혼족의 증가와 출산률 감소는 우리나라 인구절벽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

때문에 청년 일자리와 주거 개선 등을 비롯한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묘수는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한 세트로 묶어서 보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한다. 결혼은 결혼, 출산은 출산이라는 개별적 이벤트라는 얘기다.

부모와 아이로 구성된 이른바 ‘정상가정’을 선망하고 그렇지 않은 가정에 대한 편견이 한국 사회에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한 가족 공동체의 개성을 받아들여 동거나 1인 가구, 비혼주의자의 출산 등도 정상가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비혼주의자의 입양이나 출산을 사실상 제한하면서 인구절벽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쓴소리도 있다.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성의 비혼 출산이나 입양 등을 적극 지원하고 이들에 대한 복지제도 역시 확대하는 것이 사회 문제 해결에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결혼이든, 비혼이든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화려한 싱글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결혼과 비혼에 정답은 없다. 다만, 달라진 문화와 사회 분위기 속 누가 어떤 선택을 하든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결혼과 비혼의 가치를 모두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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