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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밥그릇이 부른 세대갈등→복지부담 상쇄 효과

[공공story] 인생 2막의 무대

2023. 01. 16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1997년 IMF 사태(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40대 중반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다 시작한 사업이 10년쯤 됐을 때였습니다. 일단 자리를 잡은 사업은 버텨냈고, 애들도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 경기도에 있는 집 한 채가 전부네요. 허튼 짓 한 번 안 하고 평생을 보냈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아이 둘 키우고 나니 크게 남는 게 없었습니다. 젊어서 고생해 그런지 집사람도 저도 이제 여기저기 조금씩 아프고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은데 걱정도 됩니다. 간신히 취직한 덕에 많은 돈은 아니지만 부담도 덜고 마음도 좀 홀가분해졌습니다. 다만 젊은 사람들 일자리 뺏는다는 이야기는 속상하네요. 저희가 하는 일이 사실 젊은 사람들 좋아할 자리는 아니잖아요?”(남·70·경기 부천시) 

구직 공고를 살펴보는 노인들. <사진=뉴시스>
구직 공고를 살펴보는 노인들. <사진=뉴시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은퇴 연령을 넘기고도 노동을 계속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일하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0%가량 된다. 일본에서는 고령층 4명 중 1명꼴로 일해 우리의 사정이 좀 더 나쁘다. 미국의 18%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층도 취업이 힘들어 쩔쩔 매는 상황에 이런 고령층의 침투는 세대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 고령층이 젊은층 일자리 빼앗는다? 

지난해 취업자 수가 늘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용 호조가 나타나도 실질적인 경제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앞으로 경기침체 가능성도 높아 이같은 고용 패턴이 반복될 경우 우리 경제 체력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통계청의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총 81만6000명 늘었는데, 이중 60세 이상이 45만2000명이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증가 중 60세 이상이 55.4%에 달한 것이다.

반면 40대 취업자 수는 3000명, 30대는 4만6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창 일해야 하는 세대의 취업자 증가폭이 고령층 일자리 증가폭보다 적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된다.

12월만 보면 이런 상황이 더 부각된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44만명 증가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동기대비 2만5000명 감소했다. 40대도 5만7000명 줄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대폭 축소할 방침을 세웠던 공공형(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바꿔 눈길을 끈다. 올해 오히려 1만5000개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

최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등 자료들을 보면 지난해 7만개였던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올해 8만5000개로, 민간형 일자리는 16만7000개에서 19만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6만개 이상 줄이는 내용의 예산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올해 경기 침체에 대비해 고용 규모를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젊은층의 일자리를 고령층에서 뺏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 이른바 세대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층이 왜 일자리를 찾아 밖으로 나오는지, 또 왜 이들의 경제 활동을 자기 재량껏 하라는 식으로 방임만 할 수 없는지를 살필 필요가 높다.

한 취업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노인들. <사진=뉴시스>
한 취업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노인들. <사진=뉴시스>

# 연금만으로는 생활 어려워..창업 나서도 문제

우리나라는 연금을 받는 고령자 가운데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의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55~79세 고령인구의 노후실태 및 취업현황’을 분석한 결과, 같은해 5월 기준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55~79세 고령인구는 370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2017년 5월, 252만4000명)에 비해 46.7% 늘어난 규모다.

연금을 받는 55~79세 인구 중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절반(49.7%, 지난해 5월 기준)에 달했는데, 이는 2017년 5월(43.8%) 대비 5.9%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인구 10명 중 7명(68.5%)은 장래에도 근로하기를 희망한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생활비에 보탬’이다. 이 응답이 절반(57.1%)을 넘었다.

은퇴 이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은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했다. 

최근 5개년간(2017~2021년) 15세 이상 전체 자영업자 수는 2017년 573만3000명에서 2021년 555만명으로 3.2%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159만2000명에서 193만3000명으로 21.4%나 뛰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10명 중 9명(87.2%)은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인 것으로 조사돼 영세 자영업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 137만1000명에서 2021년 168만5000명으로 22.9% 늘었다. 이는 전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율(2.3%)의 10배에 달한다.

영세한 규모의 창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입을 타격은 크다. 경제적으로 절벽에 서게 되는 상황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아 지난해 11월 발표한 따르면, 2022년 상반기 60대 이상 고령층 파산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재작년 27.9%로 전년대비 3.1%포인트 올랐다. 이는 다시 지난해 상반기에는 29.4%까지 뛰어올라 비중이 더 커졌다. 70대 이상 비중도 2020년 6.1%, 2021년 7.3%, 지난해 상반기 8.3%로 늘었다.

파산에 내몰리는 상황이 자영업 창업 실패만은 아니겠지만,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의 고령층 일자리 떠받치기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바탕삼아 규모와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서류를 들고 취업박람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노인의 주름진 손. <사진=뉴시스>
서류를 들고 취업박람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노인의 주름진 손. <사진=뉴시스>

# 노후 대비 못하는 우리 사회, 고령층 일해야 경제 주름살 덜해

고령층이 일하고 돈을 벌어 다시 사용하는 순환효과는 큰 틀에서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고령층 인구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재정지출의 경제성장 효과가 약 6%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올해 나온 바 있다.

고령층 증가로 앞으로 재정을 통해 예전과 같이 성장률을 끌어 올리려면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고령층의 경제 사정을 보강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시사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재호 한국은행 과장·김철주 한국은행 조사역은 2일 ‘인구구조 변화의 재정지출 성장 효과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존 연구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데이터를 이용해 실증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인구 고령화는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증분석 결과 고령층 인구 비중(20세 이상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는 5.9% 떨어진다.

한국은행은 이는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실시한 기존 연구 결과와 대체로 일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 고용의 질 악화, 소비 성향 둔화 등의 경로를 통해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고령층이 늘면 노동 인구가 감소한다. 또 이들 중 일부가 일자리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단순 일자리 비중이 높은 게 또 문제가 된다. 소득 기반이 취약한 고령층이 많을수록 소비성향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고령층이 늘 경우라도 이들의 노후 대비가 잘 돼 있거나 취업에 나설수록, 또 질 높은 일자리에 진출할 수 있을수록 소비 진작이 이뤄지고 정책 당국의 부담이 줄어든다.

부족하나마 단순 일자리라도 찾아 나선 고령층의 노력 덕에 당국이 재정을 통해 경제 상황을 끌어올리는 데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아직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하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4월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전국 경제생활자 1만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은퇴를 목전에 둔 5060세대 중 80% 이상이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부양가족에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았던 이유가 컸다.

또한 40대의 57.2%는 정년인 65세 전 은퇴를 예상했지만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58.4%가 65세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금 현실화 등 여러 장기 목표가 거론된다. 하지만 고령층 일자리를 늘려 당장의 마중물을 부어줄 필요가 높다.

현재 고령층의 일자리 찾기 고군분투는 이런 점에서 지금 4050세대가 10여년 후 마주칠 미래에 가깝다. 후속 세대들이 만날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그 시간까지 우려 경제에 활력을 보태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하고 있는 저 노인이 젊은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식의 제로섬 게임 대신 고령층에서 이렇게 일하고자 노력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지워진다는 상생 게임으로 판이 바뀐지 오래다.

일자리 없는 노인에게 자리를, 지금 일거리가 있는 이에게 더 질 높은 자리를 만드는 것도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그 첫걸음은 일하러 나온 고령층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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