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스토리

#유보통합:저출산 극복 비상구→양질의 돌봄체계 구축 필요

[공공story] 가성비보다 가심비

2023. 02. 06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정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좋아 유아교육학과에 왔고, 워킹맘인 언니가 조카들을 키운 고충도 지켜봐 와서 이런저런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보통합이 다음 세대를 잘 키우는 방법의 문제여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공부해서 국·공립 유치원 선생님이 된 선배들의 사정도 모른 척 할 수 없어요. 만약 양성 과정에 차이가 너무 큰 보육교사들과 모든 걸 얼렁뚱땅 뒤섞는 걸로 통합이 끝난다면 옳지 않아요. 세금 부담만 키워 공정하지 않은 일을 해 주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자니 유치원을 홀대하거나 유아교육 전문성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텐데, 그건 또 하향 평준화겠고요. (여·22·서울소재대학 유아교육학과 재학생)

아이들은 단계별로 자라지만 그 단계를 무자르듯 구분해 교육과 돌봄을 적용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과 보육을 일원화할 필요가 제기된다. 계단을 밟아 올라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아이들은 단계별로 자라지만 그 단계를 무자르듯 구분해 교육과 돌봄을 적용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과 보육을 일원화할 필요가 제기된다. 계단을 밟아 올라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정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는 것으로 0~5세 교육 돌봄의 새 틀을 짠다. 

현재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눠 관리하는 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통합하면 효율성이 증대되는 것은 물론 영·유아 교육의 일원화로 인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갈등이 우려되고 있고 반발도 만만찮다.

# ‘통합 교육=저출생 위기 해법’..정부 빠른 추진 선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복지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와 함께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유보통합은 그동안 교육부가 맡아 관리하던 유치원과 복지부가운영하던 어린이집 관리체계를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으로 통합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의 유아교육과 보육 이원화 체제에서는 교육·돌봄의 여건이 아이마다 달라진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금까지 유아교육과 보육은 서로 모호한 교집합 상황을 유지해 왔다. 유치원은 만 3~5세부터 교육을 진행한다. 어린이집은 만 0~5세의 보육을 맡는다.

따라서 우리 주변에는 같은 나이지만 어린이집에 갈 수도 있고 유치원에 가기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어느 나이대에서 찾아오는 선택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느 기관에 보낼지부터 모호한 상황에 처한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을 맡는 것이 유아교육, 돌봄을 맡는 보육’이지만 그런 개념조차 뒤섞인 상황인 셈이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이지만 일정 부분 보육 즉 돌봄도 진행해 왔고,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지만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꾸리기도 하며 서로 반복하고 있다.

유보통합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논의돼 온 해묵은 과제다. 2004년경에는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을 통합해 이른바 ‘유아교육복지법’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유보통합을 완성하자는 논의가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육 분야와 유아교육계의 양측 입장 차가 너무 커 갈등 봉합 시도는 매번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유보통합추진단은 3~5세 교육재원만 통합하고 활동을 마쳤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최종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저출산 위기’ 때문. 

모든 영유아(0~5세)가 양질의 교육·돌봄 서비스를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할 테니 안심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메시지로 유보통합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기조가 완성되지 않으면 초등 늘봄학교와 연계해 0세부터 11세까지 책임 교육·돌봄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구상도 사실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다만 졸속 추진과 갈등이 우려된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다. ‘비용 지출의 합리성 확보 요청’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속도에만 치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치원 종사자들과 유아교육과 학생 등은 유보통합 졸속 추진 우려가 특히 강하다. 사진은 집회 장면. <사진=뉴시스>
유치원 종사자들과 유아교육과 학생 등은 유보통합 졸속 추진 우려가 특히 강하다. 사진은 집회 장면. <사진=뉴시스>

# 높아지는 우려..예산 투입에도 쉽지 않은 과제 산적

정부 관계자는 “학부모 지원에 소요되는 예산은 올해 대비 2026년에 1조원에서 1조2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 3~5세 단계적 무상교육에는 올해 3조8290억원에서 2026년 5조1000억원~5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사 급여 추가 지원비는 올해 7372억원에서 2026년 1조원~1조3000억원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이집 시설환경 개선비로 800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큰 지출이 불가피한 만큼 예산 문제가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큰 돈을 들여 추진하는 상황인데 제대로 된 통합이 안 된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핵심이 될 교사 자격기준과 양성체계, 시설기준을 통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린이집 시설기준을 유치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민간 어린이집 등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예산 지출을 늘리겠다는 구상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추진상 어려움을 배려해야 하는 것.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기 보다는 기준을 합리적으로 결정, 추진해야 한다는 과제도 절실하다. 그러자니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의 운영상 다른 점에 대한 공감대를 매  안건마다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는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는데, 유치원과의 통합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정리할지 등 안건마다 논의와 정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사 양성이 서로 상당히 다른데 이를 통합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그 뒤에는 처우 문제가 숨어 있다. 

유치원에서 일하려면 유치원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전문대 이상 유아교육과를 졸업하는 게 필수적이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가 되는 길은 다양하게 열려 있어 다소 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것 외에 학점은행제로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통상적으로도 어린이집보다 유치원 교사의 급여와 근무 조건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특히 국·공립 유치원 교사가 되면 사립 유치원 교사보다도 각종 조건이 좋아진다. 때문에 임용시험 경쟁이 대단히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양측의 교사 양성 및 자격기준, 처우 등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치열한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요소. 피해를 본다고 느끼는 쪽의 반발을 어떻게 조율할지 쉽지 않은 과제를 만든다.

돈이 아닌 공정의 문제다. MZ세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대적 배경은 물론,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태도는 허용될 수 없다. 그렇다고 절약을 위해 하향 평준화로 덮어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유보통합에서 영유아 권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진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유보통합에서 영유아 권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진제공=사교육걱정없는세상> 

# 가장 중요한 건 예산 합리성보다 아이들의 마음

전국 유치원 교사·예비 유치원 교사 등으로 구성된 ‘유보통합 강제추진 결사 반대연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유보통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보육만 남은 현재의 유보통합 강제 추진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구체적 내용 마련을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 떠넘긴 채 2025년부터 유보통합을 본격 시행하겠다는 건 유보통합 그 자체가 목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교육과정은 영유아의 발달, 초등과의 연계 등을 면밀히 연구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특히 하향 표준화를 우려한다. 연합회는 “유치원 교육환경, 교사 자격·처우를 저하시키는 획일적 유보통합 방안을 졸속으로 마련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유보통합은 장점이 많고 꼭 필요하다. 사실 각 단체의 주장에도 유보통합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것이 전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답은 상식에 있다. ‘영유아 발달의 연속성’에서 유보분리보다는 유보통합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국제표준교육분류(ISCED)에서도 기초 교육의 단계를 ‘0세~취학 전’까지로 정한다. 취학 전 영유아에 대한 전반적 교육을 한 맥락에서 다룰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금 문제는 정부가 유아교육·보육 체계를 어떻게 합칠지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상태에서 일단 로드맵부터 던진 상황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난제들을 풀어나가는 묘수 찾기에 있다.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핵심이 아이들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발표에 앞서 학부모 단체가 전반적인 유보통합 추진에 찬성과 환영 기조를 밝힌 점은 시사점이 크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등 7개 단체가 참여하는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는 지난달 4일 “유보분리라는 문제가 곧 해결된다는 신호는 부모들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보통합 논의의 중심은 영유아라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학부모 연대는 “유보통합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유아 권익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유아 학부모들의 입장이 우선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유보통합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다툼”이라고 꼬집었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든 세상은 비단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은 공공재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바쁘더라도 아이들이 밝고 바르게 자라도록 제도적 보장을 마련하는 건 우리 경제와 사회 존속을 위해서 필수적인 바탕이자 투자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이제 유보통합을 위해 큰 돈을 쓰려고 한다.

유보통합 과정에서 그 돈이 낭비가 아닌 합리적 지출이 되도록 하는 건 ‘가성비’ 문제이기도 하지만 마음과 염원의 문제인 ‘가심비’ 측면이 더 클 것이다. 

유보통합 과정에 닥칠 개별 문제들은 한없이 어렵지만 답은 어찌 보면 가장 쉬운 데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개별적 이익과 자존심보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에 합당한 답이 무얼지 되새겨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