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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일탈:사건사고로 국가 품격 추락→능력보다 도덕성 검증

[공공story] 태극마크를 짊어진 어깨

2023. 03. 06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저는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도 좋고 운동을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는 체육선생님께서 ‘농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을 정도였죠. 그래서 그런지 제 주변에는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항상 많았어요. 학창 시절 운동을 하던 친구들 중 유명해져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던 한 친구가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모두들 아는 것처럼 소위 잘나가는 선수가 되는 것도,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 잖아요. 가끔 국가대표 선수들이 좋지 못한 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국가대표를 꿈꾸던 친구가 떠올라요. 정말 인성도 올곧고 실력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출중한 친구였는데, 부상을 당해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때문에 본인도 정말 많이 아쉬워 하고 주위에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컸어요. 만약 그 친구도 다치지 않았더라면,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국위선양에 앞장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여·36·서울 구로구)

국가대표(國家代表) : 다른 나라와의 교류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

대중들은 종종 뉴스를 통해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의 일탈 소식을 접한다. 스포츠로 기쁨과 감동을 선사했던 국가대표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왔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국민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이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이들의 일탈 행동은 국가의 위상 자체를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능한 능력도 능력이지만, 도덕성 검증에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 음주 교통사고에 데이트 폭력까지 ‘충격’

최근 서울 잠실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다수의 행인을 다치게 한 운전자가 여자 핸드볼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 선수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1시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신천먹자골목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다가 사고를 내 행인 8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김씨 차량은 수십 미터 가량 보행자들을 치고 가다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을 들이받은 후 멈춰섰다. 

이 사고로 20대 보행자 1명이 복강 파열 중상을 당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폐지 리어카를 끌던 80대 노인 등 7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특히 A씨는 지난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국내 리그 시즌 도중 부상을 당해 재활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핸드볼협회는 A씨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국가대표 출신 운동선수가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데이트 폭력’ 논란을 빚은 B씨는 최근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에 출연했던 인물로 더 큰 공분을 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B씨를 특수폭행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B씨는 지난달 23일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인 여자친구는 B씨가 폭행을 행사하자 잠옷 바람 차림으로 도주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일 오전 10시50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를 현장에서 임의동행했다.

B씨 여자친구는 B씨가 자신을 흉기로 위협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흉기가 발견됐으며, 경찰은 B씨가 실제 이를 사용했다고 보고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6일 영장실질심사 진행 후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2019년 7월18일 남자 배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배구팀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7월18일 남자 배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배구팀 미디어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잇단 사회적 물의..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뭇매를 맞은 사건사고는 이전에도 수 차례 있었다. 체육계는 논란이 된 선수들에게 징계 처분 조치 등을 내리고는 있지만,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잡음에 바람 잘 날 없는 모습이다.

한국 빙속 에이스로 꼽히는 김민석 선수는 지난해 7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보도블록 경계석을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경찰은 김민석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 취소 수준으로 추정하고 그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김민석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은메달과 남자 15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2022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이자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 한국 빙송 중장거리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음주운전 사건으로 2026 동계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 여자 프로배구 간판이자 국가대표 쌍둥이 자매인 이재영, 이다영 선수는 2021년 과거 중학교 재학 시절 동료 선수들을 괴롭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세간을 들썩이게 했다.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의혹은 이후 사실로 확인됐고, 이들은 당시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에서 방출된 것은 물론 국가대표 자격도 무기한 박탈 당했다.

이밖에 병역법 위반, 성폭행, 폭행, 도박 등 범죄부터 동료 선수들을 향한 욕설과 비하 파문 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체육계에서 잇달아 쏟아지는 불미스러운 잡음이 ‘제식구 감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체육계 인권침해, 비리 등에 대한 조사를 맡고 있는 스포츠 윤리센터의 강력한 징계 요구에도 해당 종목단체가 선수들에게 내리는 처벌 수준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것.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스포츠 윤리센터로부터 제출 받아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2022년까지 징계요구를 발송한 건수는 총 111건이다.

윤리센터가 징계를 요구한 111건 중 중징계 29건, 징계 77건, 경징계 3건, 수사요구 2건 등이다.징계 요구 중 최종 징계가 결정된 49건이며 중징계가 20건, 징계가 26건, 경징계가 3건이었다.

중징계를 요구한 20건의 40%인 8건은 중징계보다는 가벼운 견책, 경고, 주의조치 등의 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11건은 윤리센터의 권고대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자격정지, 자격취소 등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요구한 26건의 경우 62%인 16건은 단순 견책, 경고, 주의 정도의 가벼운 조치로 마무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징계 3건 중 2건도 징계취소, 경고 등으로 각각 징계처분이 결정됐다.

김 의원은 “윤리센터 조사 후 징계요구가 권고사항 일지라도 충분한 근거가 있기에 판단된 조치들이다. 그런데 해당 종목단체에서 제식구 감싸기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거나 신속하게 징계 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계 인권침해와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각 종목단체 징계가 부실하게 이어지지 않도록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의 철저한 지도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왕관의 ‘엄중한’ 무게, 막중한 책임감

국가대표는 특정 분야에서 각 나라의 ‘최고’로 인정되는 경우에 쓰인다. 주로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를 일컫는 말로, 특정 구단에 귀속된 운동선수와는 다른 자신의 나라를 대표 운동선수로 평가 받는 위치다.

‘탑 오브 탑’인 국가대표로 발탁되기 위해 많은 스포츠 선수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수년 혹은 수 십년간의 치열한 승부에서 살아남은 이들만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스포츠 선수들이 반드시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속사정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를 찍겠다는 가슴 속에 불타는 승부욕은 누구에게나 같을 것이다. 

타고난 천재든, 노력형 천재든, 가슴 한쪽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역량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임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세계 무대에서 우리 국민들의 눈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위치라는 점 때문에 그 책임감도 막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지금까지 힘겹게 쌓아 올린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대한민국의 위상마저 실추시킬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는 분위기.

국가를 대표하는 특별한 인재라는 점에서 출중한 실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해서 실력 이외에 것이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나서는 안 된다. 특히 도덕성은 매우 그렇다.

선수들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가 높아진 가운데 실력만 뛰어나다고 일탈을 눈감아 주는 여론은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체육계의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한 개혁을 촉구하며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에 대한 퇴출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추세다.

태극마를 달았으니 ‘이 정도는 눈감아 주겠지’라는 헛된 자만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선수들 본인 스스로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국가대표’라는 왕관의 무게는 모두에게 똑같으며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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