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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 139명 폐암 확진 또는 의심 발암물질 ‘조리흄’ 우려 현실로..교육부, 조리환경 개선 추진 2년만 대책 발표 ‘사후약방문’ 지적..‘탁상행정’ 실효성 의문도

[공공돋보기] 식판에 담지 못한 급식노동자 안전

2023. 03. 15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학교 급식 종사자 2만여명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 139명이 폐암 의심 소견을 보였으며, 이 중 31명은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음식을 튀기고 볶을 때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와 매연으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조리흄’에 장기간 노출되는 직업 특성상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폐질환 우려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가운데 교육당국은 안전한 조리실 환경조성을 위해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개선, 조리방법 개선 등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지난 14일 학비노조 대회의실에서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제공=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지난 14일 학비노조 대회의실에서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제공=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교 급식 종사자 31명 폐암 확진..108명 의심 진단

15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전국 학교 급식 종사자 10명 중 3명이 폐 이상 소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교 급식실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결과’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이는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 실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조사다.

이번 건강검진은 고용노동부의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계획’에 따라 학교 급식 종사자 중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검진을 완료한 14개 교육청 검진자 2만4065명 중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은 139명(0.58%)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에 대한 추가검사 결과 31명(0.13%)이 폐암 확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 확진자 평균 연령은 54.9세, 평균 종사 기간은 14.3년으로 조사됐다. 

서울·경기·충북 등 나머지 3개 교육청은 3~5월 중 완료 예정이다. 고용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의 최종 검진결과가 모두 나온 후 폐암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 연령분석을 포함한 연구용역 등 전문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관계기관 전담팀 논의를 거쳐 폐암 검진결과 폐암 확진자 31명 및 경계선결절 등 추적‧추가 검사가 필요한 종사자에 대하여 후속 조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폐암 확진자에게는 산재신청 안내 및 치료에 필요한 병가, 휴직 등 복무 처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폐암 확진이 아닌 폐 이상 소견이 있는 종사자도 의사의 소견에 따라 추가‧추적 검사가 필요한 경우 검진비 지원을 추진한다.

아울러 시도교육청별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건강검진 지원 기준(검진대상, 방식, 항목, 검진 지원범위 등)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함께 적용할 수 있는 공통 지원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교 급식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 요약 <자료=교육부>
학교 급식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 요약 <자료=교육부>

◆조리환경 개선 추진..공포의 ‘요리 매연’ 사라질까 

교육부는 이번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후속 조치로 학교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도 추진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부는 학교 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을 앞당기기 위해 시도교육청별 환기설비 개선 계획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학교 1교당 1억원씩을 보통교부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올해의 경우 1799억원을 반영했다. 

3월 현재 오는 2025년까지 6개 교육청이 개선 완료 예정이며, 나머지 11개 교육청도 2027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이하 가이드)’ 현장 적용을 위해 관계기관 전담팀(TF) 논의와 개선 사례 공유를 통해 시도교육청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현재 가이드는 면적과 층고가 충분히 확보된 신설학교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기존 학교의 급식 조리실에도 적용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조리흄을 유발하는 요리는 오븐 사용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튀김류는 주2회 이하로 최소화한다. 대체 식단 및 조리법 개발·보급, 오븐활용법 등 연수 등을 통해 조리방법·식단 개선을 지원한다.

지난해 기준 초·중·고등학교 오븐 설치율은 97%다. 이 중 251개교를 조사한 결과 요리별 오븐 사용률은 구이 92.5%, 부침 34.5%, 튀김 33.8%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화 급식기구로 점진적 교체하고 10년 이상 오래된 노후 급식시설·기구 및 지하 조리시설 개선을 지속 추진한다. 급식실 인력지원체계 개선을 위해 시도교육청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환기설비 개선 기간 중 종사자 안전 확보를 위해 조리실 환경의 특성(수증기 등)을 고려해 기존 산업안전인증(KCS) 제품 및 새로운 제품을 포함해 최적의 보호구도 검토한다. 또 교육자료 지원 등을 통해 시도교육청별로 종사자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고용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시도교육청,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예방 관계기관 전담팀(TF)’도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아이들의 학교급식을 책임지고 계시는 급식 종사자분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며 “관계기관 전담팀 논의를 통해 쾌적한 조리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에서도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등 급식 종사자의 건강보호에 적극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11·25 총파업 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11·25 총파업 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년 만에 첫 대책..학교 현장선 ‘속 빈 강정’ 비판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급식실이 ‘죽음의 일터’ 오명을 벗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에 미치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것.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교육부의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 및 대책 발표와 관련해 ”대책 발표가 일체 없었던 교육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대책”이라며 “햇수로 2년이 경과해서야 첫 대책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국이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는 ‘속 빈 강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육부 대책에는 1인당 식수 인원 개선, 안정적 예산 확보, 가이드라인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측은 “권고 수준의 지침은 시도교육청별로 시행 중인 곳이 많다”면서 “구체적 방안이 없으면 탁상행정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학교 급식 종사자들도 학교 현장의 폐암 발생 위험성과 폐암 발병 이후 산업재해 처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토로하며 교육당국과 정부에 책임감 있는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도 학비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이 시행된 지 12년이 돼 세계 최고 수준의 학교 급식을 자랑하지만, 그 급식을 만드는 노동자들은 폐암과 고강도 노동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비노조는 “학교 급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해온 학교 급식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고 각종 산재로 고통받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에게 이제는 폐암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런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전국 학교 급식실 결원이 속출하고 있고, 신규채용이 미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정적인 무상급식 운영이 불투명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지난해 8월 폐암 판정을 받고 현재 수술 후 회복 중에 있는 한 조합원도 참석했다.  

13년째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 조합원은 “학교 급식실에 일하는 분들 ‘못나서’, ‘문제 있어서’ 일하는 사람 없다. 그렇게 사탕 하나씩 던져주듯이 던져주며 조롱해도 되는 분들이 아니다”라며 “교육청 앞에서 국회에서 외치고 투쟁해도 임시 매뉴얼조차 준비하지 않고 있는 교육당국과 국회는 반성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학교 급식 종사자들은 미래 주역인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안전하고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은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한 조리환경이 뒷받침 돼야 한다. 건강한 노동으로 채워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학생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의 개선안은 실효성이 담보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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