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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사회적 심각성 재점화→학교 본연의 역할 회복 필요

[공공story] 어둠을 걷는 아이들

2023. 04. 03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왕따’라는 말이 처음 사용됐을 때가 아마 제가 초등학교 4~5학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왕따라는 개념은 반에서 어떤 무리가 한 친구를 따돌리는 정도였다면, 뉴스를 통해 듣는 지금의 왕따가 당하는 피해 수준은 어른들도 경악할 정도죠. 확실히 제가 청소년이던 시절과 지금의 청소년들은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지금 아이들은 뭔가 거리낌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성인들보다 더 대담한 모습을 보고있자면 무섭다는 생각도 들죠. 가정교육 혹은 학교교육의 문제일지는 몰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즘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해요. (여·37·경기 광명)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학교폭력의 비극과 복수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학폭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학폭은 이미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 때문에 학폭 근절을 위한 예방교육, 대책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지만, 그러나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그 폭력성과 잔인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학폭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학교 현장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치열한 입시 경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인성을 키워주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학폭 신고 안한다는 고등학생들 왜?

교육부 조사 결과 학폭 피해자 중 고등학생의 경우 피해 사실을 알려도 해결이 안 되거나 소용이 없을 것 같아 신고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겪은 뒤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2018년 19.1%에서 지난해 9.2%로 감소했다. 

응답자들은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스스로 해결하려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등을 꼽았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학교급별로 차이를 보였다. 

초등학생은 2019년 조사에서 ‘스스로 해결하려고’라는 응답 비율이 25.6%로 가장 높았다. 2018년과 2020~2022년에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

중학생은 5년간 모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1위를 차지했다. 

고등학생은 2018년과 2019년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가 1위로 꼽혔다. 2020년 조사부터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선택지는 ‘이야기해도 소용 없을 것 같아서’로 변경돼 사실상 같은 응답인 셈이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9.0%였다. 다만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도 이와 비슷한 27.1%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학폭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면서 피해학생들의 도움 요청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고등학생이 부모나 교사 등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학폭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학폭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고 반성할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22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2년 전국 학교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22년 9월22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2년 전국 학교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강력한 대책 마련 촉구..교육당국도 고심

어린 학생들에게 학폭은 그 나이 때 당연한 단순한 일탈, 장난쯤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동급생에게 가하는 학폭의 폭력성과 잔인성은 이미 도를 넘어선 상황. 폭행은 물론 협박, 감금, 금품갈취, 성범죄까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더 글로리’ 속 학폭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 분)이 당했던 충격적인 고데기 학대 역시 2006년 청주 여중생 학폭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미 그 심각성은 과거부터 대두돼 왔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처럼 피해학생들의 눈물과 고통을 외면하고 방관한 어른들, 사실을 알리면 더 심해지는 폭행 강도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소년들의 비보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이런 상황 속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과거 학폭 논란이다. 

당초 교육당국은 지난달 말 학폭 근절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정순신 아들 청문회’ 이후로 그 시기를 미룬 상태. 청문회에서 나온 의견도 학폭 대책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앞서 정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 학폭 논란으로 낙마했다. 정변호사 아들이 강제전학 처분을 받고도 2020년 정시모집에서 서울대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산 것.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이 사건을 계기로 곳곳에서는 학폭 대책으로 대입 정시모집에서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교육부도 이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정순신 아들 청문회’는 열리지 못했다. 정작 청문 당사자인 정 변호사가 자리하지 않은 까닭. 결국 오는 14일로 청문회가 연기되면서 교육부의 학폭 근절 대책 발표도 이후로 재차 미뤄질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피해자·가해자 어두운 과거..인성교육이 해법

학폭 가해자가 재미로 던진 돌에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끔찍한 고통 속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야 하지만, 이렇게 용기를 낸 고백을 두고 ‘장난이었다’, ‘심각한지 몰랐다’는 가해자의 해명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2차 가해’를 주는 셈. 

또한 ‘미안하다’라는 진실성 없고 허무한 한마디로 사회에 들끓었던 공분은 어느새 또 잠잠해지곤 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제시된 다양한 해결책이 결국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 

교육당국은 학폭 이슈가 터질 때마다 새로운 대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그러나 피해학생을 완벽히 보호할 수 없었고, 가해학생도 큰 반성을 하지 않는 듯 한 모습들이 지속적으로 비춰지면서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학폭 대책도 대책이지만 무엇보다 학교가 달라져야 학생들도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소년들을 입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몰아넣는 곳이 아닌 학교는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

학폭 뿐만 아니라 교권침해 문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성교육의 부재가 학폭 피해자든 가해자든 청소년들의 어두운 과거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잘못된 문제 행동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촉발한 배경과 원인부터 먼저 파악해야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제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서로의 생각과 상황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아이들이 소통과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는 물론, 가정과 지역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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