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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마약범죄:SNS·학원가 일상 침투→예방활동 강화 집중

[공공story] 미래를 잠식하는 독약

2023. 04. 10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며칠 전에 강남 대치동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나눠줬다는 기사를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화도 많이 나더군요. 사건 이후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나눠주는 음료 뿐만 아니라 사탕, 과자 등도 절대 받지 말라는 공지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클럽에서 술잔에 마약을 타는 등의 사건은 들어봤어도, 이렇게 10대 아이들에게까지 마약을 먹이려 한다는 사건은 살면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요즘 TV에서 유명 연예인이 마약 투약으로 체포됐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던데 아이들이 이런 기사에 반복 노출되면서 마약의 위험성에 무뎌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 틈틈이 저희 아이들에게 마약을 하면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고 이야기 해주긴 하지만, 학교에서도 그 위험성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교육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38·서울 송파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10대 미성년자를 겨냥한 마약 범죄가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학생이 인터넷으로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사건에 이어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고등학생들에게 나눠준 사건까지 발생한 것. 

이와 동시에 10대가 마약 유통에 가담하는 사건까지 보도되자 마약 범죄 폭증으로 인한 위험성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약 범죄 가담자 및 범죄 타깃이 점차 10대로 어려지는 상황에서 수사 당국의 확실한 대책과 체계적인 예방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준 충격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제조·전달한 용의자 등 2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마약 음료를 국내에서 제조해 강원도 원주에서 퀵서비스·고속버스 등을 통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한 혐의, B씨는 피해자들에게 협박 전화를 건 휴대전화 번호 관련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앞서 경찰은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류 성분이 든 음료를 직접 나눠준 혐의를 받는 피의자 4명도 검거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가 개발됐다”며 음료 시음 행사를 열었다.

이 일당은 2개 조로 나뉘어 강남구청역·대치역 근처에서 ‘메가 ADHD’라는 상표명이 적힌 음료수를 나눠줬으며, 해당 음료수를 마신 고등학생 2명은 몸에 이상이 생겨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학생들에 대한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 결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엑스터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또한 이 일당은 구매 의향 조사를 명목으로 음료수를 마신 피해자 학부모들의 전화번호를 받아간 뒤, 부모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타먹이는 이른바 ‘퐁당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한 신종 범죄수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총장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6일 “마약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충격적인 일”이라며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주문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같은 날 “미래세대를 포함해 사회기반이 붕괴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마약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기억력·집중력 강화 음료수’라며 유포된 액체와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건넨 일당 중 일부가 CCTV에 찍힌 모습. <사진제공=강남경찰서>
지난 3일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기억력·집중력 강화 음료수’라며 유포된 액체와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건넨 일당 중 일부가 CCTV에 찍힌 모습. <사진제공=강남경찰서>

# SNS 이용 범죄 급증..중학생 투약 사건도

지난달에도 10대를 타깃으로 한 마약 범죄가 발생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올해 3월7일 인터넷으로 구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C양(14)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인 C양은 같은달 6일 인터넷 메신저인 텔레그램에서 구입한 필로폰 0.05g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C양 모친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C양을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일단 귀가시켰다. 

최근 10대들은 마약 투약뿐 아니라 마약 유통 범죄에도 적극 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간 집중 수사해 온 마약류 밀수·유통사범 총 29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이달 7일 밝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마약류 밀수·유통 사범이 소지한 32억2000만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특히 구속기소된 이들 중에는 10대 청소년이 주축이 된 마약유통조직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10대 4명은 주거지에 대마, 엑스터시,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류를 보관하면서 판매 총책의 지시에 따라 마약을 소분해 포장한 뒤 ‘던지기 수법’을 활용해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던지기’란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고 알려주면, 구매자가 이를 찾아가는 수법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의 익명성·비대면성을 이용한 마약류 유통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SNS 주 이용자인 10대와 20대가 마약류 유통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미성년자가 마약으로부터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관련 통계 역시 증가세를 보이며 10대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관계자가 마약 유통사범에게 압수한 마약류를 살펴보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10대 청소년까지 유통책으로 참여시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량의 마약을 유통한 일당 등 국내 마약류 밀수·유통사범을 직접 수사해 29명을 구속기소 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관계자가 마약유통사범에게 압수한 마약류를 살펴보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는 청소년까지 유통책으로 참여시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량의 마약을 유통한 일당 등 국내 마약류 밀수·유통사범을 직접 수사해 29명을 구속기소 했다. <사진=뉴시스>

# 10대 마약사범 매년 증가세 ‘빨간불’

검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 1만6153명 대비 13.9%가 증가한 것. 과거 2012년에 검거됐던 마약사범은 총 9255명이었다. 10년 사이에 마약사범 수가 2배 가량 증가한 상황이다.   

특히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지난해 481명을 기록했다. 이 중 15∼19세 마약류 사범은 440명,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도 41명이나 검거됐다.

10대 마약사범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38명에 불과했던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015년 128명, 2018년 143명, 2020년 313명, 2021년 450명으로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같은 증가세는 SNS·다크웹 등의 발달로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젊은 세대들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지능화되는 범죄 수법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경찰청은 올해 상반기 중 전 시도경찰청에서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수사력 강화와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약 예방 교육 역시 더 체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앞서 강남 학원가의 피해 학생들과 중학생인 C양이 복용했던 필로폰을 장기간 남용할 경우 폭력적인 행동, 불안, 환청, 편집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필로폰을 과도하게 복용할 경우 근육 경련 뿐만 아니라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한국의 미래를 견인할 10대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마약 범죄에 대해 처벌 강화와 함께 우리 신체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약은 투약자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조금씩 잠식해 파괴하는 악질적 물질이란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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