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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서 ‘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 입법 예고 영유아·어린이 동반손님 출입 금지 찬반 논쟁 지속 누리꾼 “진상 부모가 문제”..공공예절 교육 필요성

[공공돋보기] 배려가 혐오된 노키즈존

2023. 05. 05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아동의 인권이냐, 사업주의 영업권이냐.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하는 손님의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을 두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안이 최근 제주에서 입법 예고돼 노키즈존 찬반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은 모습이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사회에 만연한 아동 혐오와 차별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 노키즈존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4일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가 노키즈존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22년 5월4일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열린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가 노키즈존 반대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주도서 노키즈존 없어지나?..금지 조례 발의

5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오는 8일까지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받는다. 송창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 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을 최근 대표 발의, 입법 예고된 것. 

조례안은 특별한 사유 없이 어린이와 어린이 동반자의 입장을 제한하는 것을 차별로 봤다. 

또한 ‘도지사는 도민 차별과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키즈존 지정을 금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도지사는 노키즈존 업소에 대해 지정 금지를 권고 또는 계도 하는 등 차별 금지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아동의 공공장소 이용에 대한 보호자 교육, 영업장 내 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제도적 지원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2016년 제주의 한 음식점에서 당시 아홉 살 아이 동반을 거절 당한 부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면서 노키즈존 이슈가 부각됐다. 

당시 인권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와 인권위법 제2조 3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그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노키즈존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주변 손님들과 영업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측이 꼽는 주된 이유다. 

반면, 반대 측은 일부 몰상식한 부모로 인한 일반화의 오류로 다른 부모들까지 피해를 입고, 어린이와 동반 부모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키즈존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두살 배기 아들을 품에 안고 등장한 용 의원은 “‘노키즈존’은 ‘노양육존’이기도 하다”면서 “어린이날만이 아닌 매일매일 어린이를 환대하고 양육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의 첫 순간에 느리고 서투르며, 언제나 처음 배우는 일에 미숙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빠르고 능숙하고 성숙한 사람들만을 위한 사회가 아닌, 느리고 서툴고 미숙해도 괜찮은 사회다. 어린이를 차별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소통관에서 두살 아들을 안은 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용혜인 의원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소통관에서 두살 아들을 안은 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용혜인 의원실>

◆개념 없는 진상 부모와 골드키즈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노키즈존을 둘러싼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상황. 인권위는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사업주가 누리는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봤지만, 그러나 이 판단의 강제성은 없다. 

때문에 주로 음식점, 카페 등을 중심으로 생겨났던 노키즈존은 영화관, 펜션, 캠핑장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노키즈존을 둘러싼 찬반논쟁 속에서도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는 것. 많은 누리꾼들은 “노키즈존 확산은 아이의 문제가 아닌 어른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즉, 사람이 많은 공간이나 공공장소 등에서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아이들이 날뛰게 내버려두는 일부 개념 없는 ‘진상 부모’가 노키즈존의 활성화를 촉발시켰다는 것. 

예로부터 예절과 예의를 중시해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핵가족화, 저출산 여파로 한자녀 가정이 보편화되면서 잘못된 행동에도 아이의 비위를 맞춰주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소한의 예절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왕자나 공주처럼 대접받으며 자란 아이들, 이른바 ‘골드키즈(Gold Kids)’들의 부족한 배려심이 누군가에는 끔찍한 기억으로 각인될 수 있다.  

사람은 모두 유아기, 청소년기 등을 거치며 많은 경험을 하고 미성숙한 모습을 고쳐나간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다. 그러나 그 성장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완벽한 어른이 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성장기에 차별을 겪은 아이들이 과연 완벽하고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4월27일 울산 남구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제101회 어린이날 기념 어린이집과 함께하는 ‘남구버셜 스튜디오’ 행사가 개최된 가운데 어린이들이 달리기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4월27일 울산 남구 문수국제양궁장에서 제101회 어린이날 기념 어린이집과 함께하는 ‘남구버셜 스튜디오’ 행사가 개최된 가운데 어린이들이 달리기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차별과 배척보다 예절교육 먼저

언젠가부터 일명 ‘수저계급론’이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것처럼 요즘 아이들의 일상 곳곳에 차별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상태다.

여기에 아동에 대한 차별·혐오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노키즈존까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노키즈존 논란은 관용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처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한 부모에게서 아이들은 똑같이 배울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공공예절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몰지각한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현재의 노키즈존 논쟁처럼 아무런 잘못 없는 이들에게 차별 당하는 고통을 줄 수 있다.

노키즈존의 확산은 아동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아이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배움이 필요한 자라나는 아이들이 차별과 배척을 경험하기 전 이해와 배려, 적극적인 예절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모 역시 ‘내 아이는 괜찮다’는 무책임한 옹호가 아닌 스스로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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