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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만족도 추락:극한직업 전락→처우개선 통한 열정 회복

[공공story] 스승과 그림자

2023. 05. 15 by 김수연 기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하루는 초등학생 4학년 첫째 아들이 기분이 좋지 않은 채로 학교에서 돌아왔어요.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같은 반 친구와 다툼이 있었다고 했죠. 큰 싸움은 아니었지만 담임선생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꾸중도 들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이가 갑자기 선생님이 짜증난다며 욕설을 내뱉어 깜짝 놀랐죠. 혹시나 해서 학교에서 다른 일이 있었는지 물으니, 아이는 그냥 담임선생님께 꾸중을 들은 것 자체가 화가 난다고 했어요. 순간 무언가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나름대로 인성과 예절교육을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하기보다는 꾸짖은 선생님을 욕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복잡해졌어요. 제가 어릴 때에는 선생님께 맞기도 하고 꾸중을 들어도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했고, 부모님도 대부분 ‘니가 잘못했으니 혼나는 거다’라고 하셨죠.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의 생각이 확실히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고사하고 자식에 대한 잘못된 사랑과 욕심이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 같아요. (여·45·서울 구로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스승 : 교사를 일상적으로 높여 부르는 명칭. 일반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칭하는 표현이지만 스승을 칭할 때도 사용한다. 

5월15일은 ‘스승의 날’이다. 1963년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64년 5월26일 제1회 스승의 날 행사가 치러졌으나, 이듬해부터는 대한민국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날짜가 변경됐다. 

스승의 날은 스승을 존경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1982년 기념일로 제정됐다. 그러나 최근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심화하고 있어 존경 받아야 할 교육계의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10명 중 8명 “다시 태어나면 선생님 안해” 

전국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은 과거 ‘꿈의 직장’으로 꼽혔지만, 현직 교사 5명 중 1명만이 ‘다시 태어나도 교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1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제42회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에 그쳤다. 

이는 교총이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17년 전인 2006년 당시 교사들의 만족도는 67.8%였으나, 꾸준히 하락하면서 만족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 2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할지 묻는 질문에서도 20%(1348명)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 역시 이 설문조사에서 해당 문항이 추가된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1~2년 사이 사기가 떨어졌다는 교사의 비율은 87.5%나 됐다. 또 ‘학교에서 교권이 보호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교사들은 69.7%였다. 교권이 보호되고 있다고 말한 교사들은 단 9.2%(624명)에 불과했다.     

교직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의 민원이 꼽혔다.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가 30.4%(4098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 25.2%(3397명),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와 잡무’ 18.2%(2457명), ‘교육계 매도·불신하는 여론’ 10.5%(1411명) 등 순이었다. 

교권 보호를 위해 ‘정당한 교육활동에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96.2%나 됐다.

교사들이 교권 침해 행위를 저지할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가운데 수업 방해 등 문제 행동을 일삼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위험이 있는 만큼 이런 위험 요소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에 면책권 부여’ 42.6%(5747명), ‘신고만으로 교사를 직위해제 처분하는 절차를 개선’ 21.7%(2927명) 등을 요구했다. 

교총은 “교원이 학생 수업·생활지도에 전념하게 하려면 교권 회복, 민원·소송 면책권 부여, 비본질적 행정업무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으로 교육 분야 개혁을 내걸고 교사 변화, 수업 변화 등을 요구하는 상황. 이와 관련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8.3%(4611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사들의 경제적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68.5%가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증가..교권 침해 심화 

최근 들어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관련 신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이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총 520건이었다. 1년 전(437건)보다 83건 증가했다. 

교권 침해 주체는 학부모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148건이던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는 2022년 241건으로 뛰었다. 학부모 교권 침해 사례는 51.9%가 교사의 학생지도를 문제 삼은 경우다. 

학부에 의한 교권 침해 사안 4건 중 1건은 아동학대 신고 협박과 소송을 당한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신고 대부분이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것. 즉 학부모는 본인들에게 돌아올 피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에서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21년 교사 A씨가 수업시간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에게 준비물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욕설을 하자 복도로 내보냈고, 반성문을 쓰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했고, 복도에 서 있게 한 것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결국 A씨는 학생과 강제 분리돼 반을 떠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무분별한 신고는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고, 교육지도 위축과 회피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교육계에서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교사들의 교육 방임이라는 아동학대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교사의 행복, 교육의 질 높인다

과거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시절이 있었다.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무원, 그 중에서도 학교 교사라는 직업은 꽤 오랜 시간 큰 인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교권 침해로 교사 5명 중 4명은 사직을 고민했고, 또 4명 중 1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직무상 어려움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권위있고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직업이었던 교사가 이제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가 된 셈.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상회복에 따라 지난해 학교가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교사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나치게 학생들의 인권만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에 막혀 제대로 된 교육 활동과 지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 학생 인권을 보호막 삼아 활개 치는 아이들과 무례한 학부모들로 인해 학교는 이제 교사들에게도 두려운 공간이 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교권 보호 목적으로 발의된 법안들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 

교총은 “정부는 교원이 소신과 열정을 회복하도록 교권 보호와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42회째를 맞은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는 교육 혁신·생활 지도·인재 양성 등에 공적이 있는 교원 238명이 정부 포상, 2962명이 장관 표창을 받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것은 교육에 헌신한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교사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서 우리 사회의 성장 잠재력과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을 부탁했다. 

하지만 추락하는 교권으로 직업적 회의감이 큰 교사들에게 이 같은 정부의 당부는 그저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게 하는 실정. 

선망의 대상이 아닌 ‘극한 직업’이 된 교사를 위해 관련 제도를 손보고, 이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우선이지 않을까. 

물론 교사가 학생들에게 합당하지 않은 언어나 신체적 폭력 등 아동학대 행위를 가했다면 그에 맞는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가르침을 받는 학생의 인권만큼 교사의 인권도 절대 무시하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행복해야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 현재 학교 교육 현장에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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