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본문영역

공공돋보기

전직 대통령 故전두환씨 손자 광주찾아 사죄 코트로 희생자 묘비닦고 오월 어머니에 큰절 韓사회 더 성숙한 공동체되도록 돕는 마중물

[공공돋보기] 전우원과 5·18 의미 찾기

2023. 05. 18 by 김소영·정혜경 기자

[공공뉴스=김소영·정혜경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5·18은 지난해에 비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바로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인 전우원(27)씨의 등장이 바로 그 이유다.

전우원씨는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전했다. 전우원씨의 이 같은 행보가 우리 사회에 전하는 의미에 시선이 집중된다.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인 전우원씨가 지난 3월31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김경철 열사의 묘소를 찾아 자신의 옷으로 묘비를 닦으며 넋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인 전우원씨가 지난 3월31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내 김경철 열사의 묘소를 찾아 자신의 옷으로 묘비를 닦으며 넋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 중 하나인 5·18광주민주화운동이 43주년을 맞았다. 

전우원씨는 전날(17일) 광주 5·18민주화운동 추모식에 참석했다. 전두환씨 일가에서 5·18추모식에 참석한 이는 그가 처음이다. 

전우원씨는 검은 양복 차림으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를 방문해 오월어머니 등과 만나 거듭 사죄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추모식 참석 이유와 관련해 “제가 여기 온 것은 항상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제 잘못을 사죄드리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추모식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를 다같이 기억하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며 “제가 말 할 자격도 없지만, 저희 가족을 대신해서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는 지난 2021년 11월23일 사망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에 대한 사과는 끝내 하지 않은 채였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아들인 노재헌 변호사가 유언을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전두환씨는 이와 다르게 유언을 통해서, 혹은 가족·측근이 대신 사과를 전한 일이 한 차례도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전두환씨의 손자인 전우원씨가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오월 영령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혀 큰 화제가 됐다. 

앞서 전우원씨는 올해 3월13일 자신의 SNS 계정에 영상을 올려 자신이 전두환씨의 손자라고 밝혔다. 

영상에서 전우원씨는 “전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저희의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며 “아버지는 전두환 대통령이 천국에 가 있다고 믿는 자”라고 폭로했다.

해당 SNS 계정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은 전두환씨의 가족 사진 등도 게재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 3월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시민군으로 활동하다가 숨진 문재학 열사의 모친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故)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지난 3월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시민군으로 활동하다가 숨진 문재학 열사의 모친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폭로 이후 전우원씨는 SNS에 비행기표 예매 내역을 공개하고, 당시 거주 중이던 미국 뉴욕에서 한국으로 입국하겠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유가족들에게 직접 사과를 전하기 위한 취지였다. 

같은 달 28일 전우원씨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취재진에게 “저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국민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빨리 5·18단체,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전우원씨는 38시간 만에 풀려나 광주로 향했다. 

마침내 3월31일, 전우원씨는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유족들과 마주했다. 그는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전우원씨는 눈물을 흘리며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고, 이에 오월 어머니들은 “용기 내줘서 고맙다”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광주 운정동 국립 5·18묘지로 이동한 전우원씨는 헌화·참배에 이어 자신이 입고 온 코트를 벗어 희생자의 묘비를 닦기도 했다.

전우원씨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당시 그를 직접 만난 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는 마음에 도움이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총상을 입었던 김태수씨는 이날 저녁 오후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손자 전우원 씨는 진실된 이야기를 하셨다”며 “자기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진짜 본심의 말씀을 나눠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전우원씨가 외투를 벗어 묘비를 닦는 것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다”며 “할아버지가 그렇게 못된 잘못을 했는데 손자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죄가 없는 그 어린 사람이 와서 울면서 외투를 벗어 묘비를 닦으니까 저희들도 울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우원씨의 사과와 관련해 “마음에 도움이 됐다”고 부연했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랜 세월 정부의 진상규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아직 5·18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부 인사 및 정치인들의 5·18 관련 망언들이 오늘날까지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이 처럼 수많은 ‘2차 가해’로 인해 고통받는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유가족들에게 전우원씨의 등장은 보다 의미 있는 사건이라는 평가다. 

전우원씨의 행보를 계기로 가해 당사자들의 사죄가 이어져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및 유족들의 눈물을 진정으로 닦아주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우원씨의 사과는 우리 사회가 5·18 피해자 및 유족들의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그래서 보다 성숙한 공동체가 되도록 돕는 마중물과도 같다.

너무 늦었지만, 전우원씨의 진정성을 통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